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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Jan 20. 2023

아들보다 나은 이웃



설을 맞아 오랜만에 부모님의 집을 찾았다.


부모님의 집은 작은 빌라의 꼭대기층,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야만 한다. 옆집 현관 앞으로 너저분한 물건이 여 있었다. 쇼핑카트 같은 물건에다가 씻다 말은 다 먹은 참치캔까지 다양한 물건이  쌓여 있었다. 배달음식 용기에서 흘러나오는 냄새가 복도 전체에 진동했다.


옆집널린 물건들은 부모님의 집 앞에까지 넘어와 있었다.  신경이 쓰였다. 부모님들이 문을 여는데 방해될까 봐,  물건을 밟고 넘어져 다치시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부모님이 낙상이라도 당하면 큰 일이었기에 나라도 연휴 동안 옆집을 찾아가 물건을 치워줄 것을 부탁 해보기로 했다.


옆집에 가기 전 엄마에게 물었다.


옆집은 어떤 사람들이에요?
응 아주 착한 부부야.
근데 집 앞에 내놓은 물건이 너무 많던데요? 냄새도 나고.
아냐. 괜찮아. 왜 나 계단 올라오다가 핑 돌아 넘어졌을 때 옆집 총각이 나를 업고 올라와줬어. 옆집 총각 아니었음 큰일 날 뻔했지 뭐야. 가끔 무거운 쓰레기봉투 버리러 갈 때 만나면 대신 버려다 주기도 해.


엄마는 종아리를 걷어 그때 다친 상처를 내게 보여줬다. 얼핏 봐도 상처가 꽤 커 보였다. 멀리 바다 건너 제주에 산다는 핑계로 엄마가 쓰러진 사실도 몰랐다는데 죄책감이 들었다.


왜 저한테 얘기 안 했어요?
응 내가 안 했나?
난 못 들었어요.


에이 걱정되게 그걸 뭘 말해. 가까이 있지도 않은데.


괜히 짜증이 났다. 엄마 말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그때 내게 말했어도 먼 곳에 있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갑자기 옆집 사람이 고마웠다. 비록 복도에 지저분한 물건을 싸놓고 살아 피해를 주고 있지만 위험한 순간아들 대신 노모를 업고 계단을 뛰어올라주고 무거운 쓰레기를 대신 버려준 그가 한없이 감사했다. 그야말로 아들보다 나은 이웃 아닌가?


연휴 동안 옆집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에게 감사인사라도 전해야겠다.



출처: <a href="https://kr.freepik.com/free-photo/single-green-tree-on-clear-sky_17248794.htm#&po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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