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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Jun 29. 2024

설국 여객기

왜 비행기의 좌석 이름은 일반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일까?


현대 사회에서 비행기의 좌석만큼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내 자리인 꼬리칸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등칸과 비즈니스칸, 유료 좌석칸을 지나가야 한다.


여기에 항공사의 교묘한 상술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별 것 아니지만 좁은 비행기나 선박에서의 공간 크기는  절대적인 편리함과 안락함이다. 그러기에 고도의 수익을 추구하는 항공사나 선박회사는 공평하게 분배하면 모든 이들이 그럭저럭 편할 수 있는 공간을 현저히 불공평한 비율로 쪼개좁아진 일반석 아니 이코노미석몇 배의 가격에 판매한다. 그들의 노골적인 상술 덕분에 일등석을 사는 승객은 넓은 공간과 고급스러운 기내식을 구입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과 선택받은 인생이라는 허영을 보너스로 받게 되고 일반석을 사려던 승객은 일등석에 좌석의 일부를 강탈당한 이코노미석에 비루한 몸을 구겨 넣어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불평등의 지옥이 시작된다. 애초에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같은 장소에 나보다 훨씬 편한 일등석을 타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일등석 혹은 비즈니스석에 타지 못한 우리는 그 순간부터 그들을 동경하고 질투하는 것을 반복하게 되는 무간지옥에 빠지게 된다.


인간은 어떠한 심리적 고통보다도 차별에 의한 고통을 힘들게 느끼기 때문이다.


나와 남이 똑같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을 나와 내 가족만 받아야 한다면?



물론, 여객기 꼬리칸에 오르는 나조차도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있는 누군가에겐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은 이처럼 불평등의 먹이 사슬이다.


오늘도 나는 낡은 슈트 케이스를 끌고

 설국 열차 아니 설국 여객기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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