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끝!!

by 옥상평상




오전 내내 소나기가 내려 외출도 않고 점심 저녁 모두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



밀린 브런치 글을 쓰고 세금 납부 등 미뤄 두었던 작업 몇 개와 밀린 빨래 몇 벌을 하고 나니 어느새 황금빛 저녁노을이 유리창에 번지고 있었다.


'아! 이렇게도 하루가 갈 수 있는 거였구나.'


오랜만에 느끼는 묘하게 헛헛한 감정이었다.


'꼭 그렇게 열심히만 살지 않아도 되는 거였구나.'


한국에 있을 때는 놀아도 노는 것 같지 않았다. 항상 다음에 할 일을 떠올리며 준비를 했고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 밀린 업무를 하거나 다음 주 업무를 준비했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회사에 나가 있기도 했다. 똑같이 불안하다면 그나마 회사에라도 나가 특별 수당이라도 챙기는 게 더 이득이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했다.


'정말 이러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되는 걸까?'


내 머릿속 한켠에는 언제나 이 생각이 뱀처럼 똬리를 트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 머나먼 땅에서 밀린 빨래를 하던 내게 깨달음처럼 들어온 생각 하나.


'기를 쓰고 열심히 살아도, 넋을 놓고 멍하게 살아도, 어쨌든 똑같은 하루였구나.'


20년을 넘게 한 직장에서 버티며 비루해질 대로 비루해진 내 몸과 조각조각 찢겨 나간 내 마음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제군들, 그동안 정말 잘 버텨줬다. 고맙다."


나는 오늘 마음을 빨았다.


빨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