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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녹 Jun 25. 2021

신과 함께 : 죄와 벌

'가족 동반 자살'에 대한 간단한 재판.

  '가족 동반 자살’은 주로 한 가정이 가난에 허덕일 때, 부모들만 세상을 떠나기에는 남은 아이들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아이를 먼저 죽이고 본인도 목숨을 끊는 비극적 상황을 지칭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이 사회에 알려지면 대중들은 대부분 부모의 선택에 대한 연민을 표현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외의 국가에서는 가족 동반 자살을 단지 자녀 살해, 아동 살해 등 살인 사건으로 취급한다. 같은 현상을 다른 용어로 지칭하는 것에서 한국의 개인이 가족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문화적 상황을 분석해볼 수 있다. 


  대중들은 동반 자살이라는 사건에서 당사자들의 생활고와 사연에 안타까워하고 동정하지만, 동반 자살이라는 용어에는 큰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건을 동반 자살 지칭하기엔 분명 자식의 동의가 없었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자식을 살인한 것과 마찬가지지만, 한국 사회는 부모를 나무라지는 않는다. 이는 부모의 위기가 곧 가족 전체의 위기가 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회 안전망의 부재로 인해 개인이 부양 책임을 이행할 수 없을 때, 죽음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사회가 잠재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반대로 동아시아권인 중국을 포함하여 해외 국가에서는 동반 자살을 살인 사건이라고 여기는 것은 부모가 아니더라도 자식이 생존할 수 있는 안전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400만 관객수를 달성한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은 '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겪는 가족을 재현한다. 주인공 자홍은 어린 시절 아픈 어머니와 동생을 책임져야한다는 상황에 비관하여 어머니와 동생을 상대로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결국 포기한다. 이후 가족을 죽이려 했다는 것 자체에 죄의식을 가지고, 바로 집을 나간다. 그리고 15년동안 가족의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채, 밤낮없이 돈을 벌어 집에 부쳐준다. 평생을 죄책감으로 점철된 채 살아가던 자홍은 소방관 업무 중에 순직한다. 자홍이 죽은 뒤 인간의 죄를 심판하는 염라대왕은 살인미수 격인 죄를 저지른 자홍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영화에서는 절대권력을 가진 염라대왕 덕에 비극적인 상황이 손쉽게 정당화되었지만, 현실적로는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들이 많다. 아픈 어머니가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성년자인 자홍이 가장의 역할을 하는 장면과 잠든 어머니를 자홍이 베개를 들고 살해하려는 모습은 굉장히 신파적으로 연출된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가족을 온전히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지 반문해보아야 한다. 영화 속에서 경제적 능력이 전무한 한부모 가정에게 도움의 손길이 전혀 없는 상황이 슬프게만 느껴지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홍의 상황이 한국의 미비한 사회보장체계를 여실히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쉽게 연민과 공감을 느낀다. 이러한 재현이 쉽게 감정적으로만 소비되는 것은 한국이 부양의 책임을 과도하게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부양자의 실패가 그대로 피부양자에게 이어지는 상황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부분이 가족 외의 부양 주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과 함께: 죄와 벌'의 텍스트와 대중들은 반응은 가족에 속한 개인이 어떤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제당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자홍의 반성과 '어쩔 수 없었던' 상황으로 모든 갈등이 해결되지만 우리는 그 비극적 상황이 불가피했던 이유와 배경에 대해 깊숙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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