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쓰는 동안, 나는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감정을 돌보는 조용한 글쓰기

by 힐링튜터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어릴 적 바쁜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나는

'기준'이라는 것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어쩐지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만 같았다.

부모님께 혼날 때처럼

내가 뭔가 부족해서 그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속상함과 억울함이

내 허락도 없이 조용히 쌓여갔다.



20대가 되어 처음 자기계발서를 읽었을 때

그 책은 나에게 '삶의 기준'을 알려주었다.


타인과 나 사이의 경계가 희미했던 내게,

그 책들은 처음으로 '이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어른 같았다.

비록 책에서 제안하는 삶을 실천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런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씩 내 삶의 중심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몇 번의 독서로는

내 안에 켜켜이 쌓인 감정과 마주할 수 없었다.


억눌렸던 분노와 슬픔, 무시당한 기억들,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감정의 응어리는

그저 책 너머에 남겨진 채, 여전히 내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스무 해를 넘게 쌓아온 마음의 무게를

몇 줄의 문장으로 지워내는 건,

결국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목표를 세우고 불안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던 어느 날,

나는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만난 게 글쓰기였다.

매일 밤 12시,

힘들고 속상했던 일들을 그저 한 줄씩 써내려갔다.


그 문장들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감정과 마주했다.

처음에는 서툴고 어색했다.


하지만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통해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그 눈물은

어린 시절부터 쌓여 있던 감정의 덩어리들을

조금씩, 아주 천천히 씻어내고 있다는 것을.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넘기며

나를 바꾸려 노력했던 시간들.

이제는 안다.

중요한 것은 감정에 그저 가만히 머무는 시간이다



바꾸려 애썼던 시간들.

이제는 그냥, 머물러 보기로 한다.

쓰는 동안, 나는 조금 괜찮아졌으니까.



이 공간에서는

감정을 돌보는 조용한 글쓰기와

문장에 머무는 마음에 대해 나누려 합니다.

감정에 서툴렀던 한 사람이

어떻게 글을 통해 회복의 길을 걸었는지,

그 조용하고 따뜻한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