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말하지 못했던 아이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by 힐링튜터

상처를 말하지 못한 채 삼켜야 했던 기억들,

그 감정들이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서 나를 붙잡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를 알아주고 싶어 글을 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학교 마치고 친한 친구들과 놀다가 헤어졌다.

다음 날 친구들은 나를 피했다.

이유는, 나로 인해 다른 친구가 목을 다쳤다는 것.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건 친구가 다친 게 아니라,

나를 따돌리기 위한 그들만의 작전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좋아했던 친구들과 하루아침에 멀어졌다.

내가 그러지 않았노라고,

억울하다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감정을 말하지 못한 나는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마음도 닫았다.



초등학교 시절 도시락 문화는

내게 또 다른 상처였다.

친한 친구들끼리 둘러앉아

웃으며 도시락을 나누어 먹던 점심시간.


나는 매일 김칫국이 여기저기 밴

별 볼 일 없는 반찬통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주눅이 들었다.




"저런 데서 사는 애랑 어떻게 같이 놀 수 있니?"


아직도 생생한, 같은 반 친구의 말 한마디.

어린 시절의 가난은

나를 표현하기보다 감추게 만들었고,

나를 감추던 습관은

결국 나의 감정까지도 표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타인의 잘못 앞에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그 말 뒤엔, 내 감정을 외면하는 습관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쉽게 그 말을 내뱉으며

무심코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무뎌졌다.


감정을 말하지 못했던 아이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은

단어와 문장 속에 조용히 숨어 있다는 것을.


또한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말도

글로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적기 시작했다.


억울했던 일.

말하지 못한 감정.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기억들.

이야기를 쓰면 쓸수록

그동안 감춰왔던 나의 감정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때 많이 속상했구나."

"그래,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주눅이 들었을까."


속상했던 마음 뒤에는 인정받고 싶 마음이 있었고

주눅 들었던 마음 뒤엔 자신감 있고 당당해지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렇게 글쓰기는

내 마음을 알려주었고

조용히 회복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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