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읽지 않아도 나는 나에게 써준다

by 힐링튜터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럽게 글을 가장 많이 썼을 때가

언제였을까?


아마 연애할 때가 아닐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몇 번이고 다시 고쳐 쓰며

손글씨로 직접 적었던 그때의 편지들.


막상 결혼하고 나니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


가족이 되고 보니

그는 더 이상 '남'이 아닌

나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가깝고 익숙한 존재가 되면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겠지'라는 마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내 마음을 몰라줘서

생기는 서운함과 속상함은

사실 그 기대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모두 다 알아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산다.


하물며 가족보다 더 가까운 나에게는

더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를 더 잘 안다는 이유로

오히려 더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어쩌면 사람들이 좀처럼 가지 않는

오지탐험을 떠나는 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힘들고 속상하거나,

억울하고 화날 때

나는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


일기에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마구 쏟아내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후련해진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 때,

몇 날 며칠 똑같은 고민이 반복될 때

그럴 때

나는 나에게 편지를 쓴다.


나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조력자를 만나는 일이다.

내 안의 또 다른 똑똑한 내가

조용히 다가와 명쾌한 답을 내려주기도 한다.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 때

때론 상담가가 되어

아픈 나의 마음을 비추어준다.


억울하고 속상할 땐

친구가 되어 대신 욕을 해주기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가장 먼저 만나는 독자는 바로 '나'다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한 명의 독자는 이미 확보된 셈이다.


공감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손뼉 쳐주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나에게 써준다.

오늘 하루 어땠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마음 어디가 아팠고

어디가 괜찮았는지.


한 문장씩 써 내려가 가다 보면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적는 문장들.


그 문장들이

나를 지탱해 주는 지지대가 되어 주고,

살아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지금도

나는 조용히 나에게 묻고 있다.

"오늘 너는 어땠니?"


그렇게 나는

누가 읽지 않아도 나에게 글을 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전 08화내 마음은 이 문장 앞에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