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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Jul 26. 2021

달걀 찜기 참사...

작은 달걀 찜기 하나도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한다.



"코로나 시절"이라고 말하고 사는 시간이 올 줄을 누구라고 예측할 수 있었을까... 연일 문자와 카톡으로 사는 곳 주변까지의 상황도 알려준다. 요 며칠은 마당 있는 집이라고 문 활짝 열어두고 살기도 겁나는 현실이다. 눈에 보이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했는데, 요즘은 보이지 않는 코로나가 무서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시장이나 대형마트도 자주 못 나가니, 아침도 간단히 먹고, 필요한 식재료는 신선도를 요하지 않는 것은 택배를 시키고 자주 먹으면서 신선도가 중요한 것은 동네가게에서 한 번에 사게 되는데, 주로 달걀과 두부 콩나물 등이다. 어느 집이라도 달걀과 두부는 가장 많이 먹는 식재료일 것이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로 진이 빠질 때는 매일 삼계탕을 먹을 수도 없고 영양보충, 특히 단백질 보충을 위해 달걀 한두 개씩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 한 개 이상은 달걀을 먹으려 미리 삶아 냉장고에 넣어두곤 한다. 얼마 전 친구네 집에 갔다가 더운데 달걀 삶는 것도 힘들어 전자레인지용 달걀 찜기를 요새 잘 써먹고 있단 얘길 들었다. 점심 냉면에 전자레인지로 삶은 달걀을 올렸는데, 잘 익고 맛도 좋았다. 마침 우리 집에도 언젠가 지인에게서 받은 찜기가 있어 써보기로 했다.


달걀 네 알을 넣고 7분간 돌렸다. 친구가 10분 정도 돌리면 완숙이 된다고 해 약간 반숙기가 있도록 8분을 돌렸다.  7분이 지나 꺼내서 찬물에 식혀 "탁" 두드려 껍질을 깨려고 보니, 거의 익지 않았다. 달걀을 식힌 후에 냉장고에 넣고 나중에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 먹었다.


친구에게 물었더니 "왜 그럴까 그럼 다음엔 10분 이상 돌려봐" 나는 우리 달걀 찜기가 이상 있나 싶어, 쓰고 싶진 않았지만, 다음날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했다. 이번엔 10분을 충분히 돌렸다. 용기까지 뜨거워진 찜기를 잘 꺼내보니 달걀 하나가 껍질이 갈라지고, 약간 탄 것처럼 보였다. 찬물에 식힌 후 껍질을 깠다. 잘 까지지도 않았는데, 역시나 윗부분이 약간 덜 익었다. " 아~ 또 안된 건가?" 속상한 마음이 들었는데, 덜 익은 부분을 흘러내려버리고 반이상은 익었기에 껍질을 까고 한입 살짝 베었다.

"악" 

익은 부분이 반 이상이라 생각하고 한 입 베었는데, 노른자가 터지면서 안의 열기가 입술로 나온 것이다. 완전히 식히지 않은 상태여서 씹으려 한 순간 공기가 들어가며 터져 달걀노른자 익은 것이 입술로 틔어 나온 것이다.

"입술 다 데어버렸어~~"

나는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윗입술을 데어 버렸다.

"아니 이 계란찜기는 어떻게 사람 속을 이리도 썩이냐"

다행히도 입술 외 얼굴엔 안 튀었고, 그것도 딱 윗입술에만 닿였는지 아랫입술은 괜찮았다. 화가 무척 났다. 달걀 찜기를 던져 밟아 버리고 싶었다. 나머지 달걀 세 개도 완전히 익지 않았을 테니 버리고 싶었다.

"참자... 누르자 " 일단 찬물을 마신 후, 남은 달걀 세 개를 넣고 7분 더 돌렸다. "이 정도면 지가 안 익고 배기겠어"  꺼낸 후 냉장고로 넣어 버렸다.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진작 이 계란 찜기를 버렸어야는데, 그래도 한번 써보겠다고 애쓰다 입까지 데어버렸다고... 친구가 놀래서

"괜찮아? 이상하다 왜 그렇지? 혹시 물이 부족해서 그랬나?

"어? 물 넣는 거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되는 거잖아?

"달걀 닿는 부분 들면 밑에 빈 공간에 물을 넣고 하는 거야"

"세상에.. 나는 씻은 후에 그냥 달걀만 넣었지."

"물 안 넣었어? 당연히 물은 넣고 삶을 줄 알았지..."

"부숴 버리려고 했는데... 잘못은 얘가 아니라 내가 했네..."

냉장고에서 식혀진 달걀을 꺼내 까 보니 달걀은 구워져 있었다. 물을 넣고 삶지 않아 삶은 달걀이 아니라 구운 달걀이 된 것이고, 구워지면서 수분이 증발되어 더 뜨거운 상태로 된 것을 나는 덥석 물어버렸던 것이다.


친구는 당연히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것이라 생각했고,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아예 물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우리 둘의 고정관념이 작은 사고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다행히 입술이 데었을 때 화가 무척 났지만 일단 숨 들이켜고, 버리더라도 버리자고 한 나의 참을성(?)때문에 원인도 알았고 더 큰 실수를 하지 않게 되었다.


화를 못 이겨 달걀 찜기를 부숴버렸으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사용하면서 성질만 부린 나의 무식함도 드러나고, 무엇보다 죄도 없는 닭 모양의 찜기는 억울하게 당한 꼴이 되었을 것이다. '달걀 찜기'가 생각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우스웠을까 아마 "물 넣어줘"라고 크게 외쳤을 것이다. 입술이 부르트는 사고를 당하고서야 정신을 차려 보게 되니 우습기도 하고, 이 정도 덴 것이 오히려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든지 숙달되고 잘하는 일이라 할 지라도 항상 점검하고 침착하게 해야 한다는 작은 교훈을 다시 얻는다. 


물집이 생겨 입을 크게 벌리기도 아프지만, 냉장고에서 계란 네 알을 꺼내 당당하게 물을 붓고 달걀 찌기에 다시 도전한다. 잘 되겠지? 만약 이번에도 안된다면 꼬꼬 달걀 찜기도 과감히 버리고 말 것이다. 10분을 세팅하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 후 조심해서 꺼낸 후 찬물에 담근다. 달걀 찜기에 남은 물을 확인하니, 세상에 물이 줄어들어 있었다. "그래~ 물이 있어야 쪄지지 않는가" 말이다. 어떻게 "달걀 굽기"가 아니라 "달걀 찜기"를 사용하면서 물 생각은 안 했는지 다시 한번 어이가 없었다. 하나를 까 보니 토실토실하게 잘 익은 달걀이 반질거리며 웃고 있었다.


물건을 사용할 때나 어떤 일을 할 때도 방법과 용도를 잘 확인하며 해야 하고, 일도 차근차근 처리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때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익혀진 몸의 고정관념대로 움직여 버리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얻게 될 수도 있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자동적인 고정관념이 밀어붙인, 평상시의 급한 품성이 그대로 드러난 행동이었다. 이제야 친구에게 달걀 찜기가 "애정 템"이 되었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꼬꼬 달걀 찜기"도 앞으로 우리 가족의 식탁에도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등극할 것 같다는 기대를 해본다. 

 

고통과 교훈을 준 달걀 찜기. 

물이 없는 바람에 구워진 계란 / 제대로 촉촉이 잘 익은 계란

물 넣고 3차로 도전한 달걀 찜기와 10분 후 삶아지고 물은 줄어든 모습.

꼬꼬 달걀 찜기로 잘 삶아진 달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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