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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Nov 04. 2021

스마트폰으로 쓴 시카고 기행기 2

시내,  시카고 미술관(Art of Chicago institute)


2015.7.9

자다 깨다를 반복했지만 아침 7시까지 푹 잤다. 가져온 수건을 동여매고 세수한 후 아침 식사하러 카페테리아로 내려왔다. 시카고 시내 중심지역인 루프(Loop)를 달리는 지상 2층 정도의 철로 위의, 쇠(steel)로 만든 전철이 보이는 창 앞에서 미국 사과와 치즈, 보터 땅콩잼을 발라서 소박한 미국인처럼 아침을 맞이 한다. 코스트코에서 머핀과 베이글을 파는 것은 미국 것임을 나타내는 상징인 것 같다. 진하게 달고 걸쭉한 느낌이 드는 미국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활기찬 도시의 아침을, 광을 낸 스테인리스 전동차가 덜컹거리며 달리는 것이 인상적이다. 시카고의 예전 느낌을 강하게 어필하며 요란하게 달린다. 미국이 철강왕국이긴 하지만 특히 시카고는 강인한 모습을 건축물과 달리는 기차에서도 느끼게 한다.


기차에도 스티커처럼 미국 국기는 붙여져 있다. 건물에도 국기를 꽃아 둔 곳도 많고 심지어 개인 집들도 그렇다. 독립기념일이 엊그제였던 이유만은 아니다. 이전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종종 느꼈지만 자신들의 나라에 대한 애착이 생각보다 강하다. 내 기억으로는 911 사태 이후로 더 강해진 듯하다. 미국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세운 나라다. 세계 각국에서 여러 이유로, 택해서 온 나라니 애착이 클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가 자유를 위해, 그것도 종교적인 자유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세운 나라가 있을까. 그런데도 그 사람들이,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정복하고 정작 그들의 자유는 뺏고 자신들의 자유를 세웠다는 것은 좀 아이러니하다.


어차피 인류의 역사는 뺏고 빼앗김의 반복이었다. 상처는 곪는 고통도 주지만, 상처 때문에 새살도 난다. 역사도 그런지 모른다. 덧붙여서 오늘날의 미국은 먼 남의 땅에서 데려온, 아니 강제로 끌고 온 사람들이 기반이 되어 나라를 세우고 다져왔다. 그럼에도 정작 거름이 되었던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주인으로의 삶을 살지 못하고 차별받고 어쩌면 거름으로 계속 살아왔던 것 같다. 아마도 1970년대를 훌쩍 넘어서서야 미국 흑인들의 인권이 좀 나아졌을 것이다. 아침 일찍 쓰레기차를 타고 다니며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도 흑인이 많다. 이런 아이러니가 미국인 듯싶다. 다양성의 나라, 함께 할 수 있음을 보여준 나라, 그러면서도 다양하지 않고 경제적인(?) 계급이 어디보다 분명한 이 나라, 또한 미국이다. 오늘도  여러 곳에서 미국의 다양성을 몸으로 마음으로 체험할 것 같다.


시카고 현대 미술관( Art institute of Chicago )은 1866년 세워진 시카고 디자인 학교가 1871년 시카고 대화재로 불타버리면서 1879년에 시카고 미술학교로 개관하였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보스턴의 보스턴 미술 관고 더불어 미국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 동서양의 많은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는데 소장작품만도 140만 점 이상이다. 시카고 미술관의 대표적인 전시물이라 할 수 있는 조르주 페에르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르노와르, 마네, 모네, 드가, 피사로, 밀레, 인상파 화가 다수의 그림은 물론 샤갈, 마티스, 피카소 특히 18~19세기 근대 화가들의 작품이 아주 많고, 여러 조각품과 팝아트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앤디 워홀의 작품들과 20세기 초 미국 작가들의 작품도 많다. 미술관 앞에는 시카고 미술관의 상징이랄 수도 있는 1894년 에드워드 케미스가 만든 두 마리의 청동사자상이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몇 해전 방문했을 때도 시카고 미술관에 들렀지만, 취미로 유화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다시 보니 그때 느낀 감흥과 또 다르다. 아마도 그림을 그린다는 것, 화폭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를 조금이라도 알게 되니, 왜 "명화"이며, 세월이 지나도 칭송을 받게 되는지 알 것 같다. 혼신을 다한 그들의 작품 속에는 화가의 삶 일부분이 깃들여 있다. 붓 터치 하나하나에 고뇌의 흔적과 투쟁의 발자취를 녹여 담고 있다. 그러기에 몇백 년이 흐르고 습관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의 세대가 바뀌어도 칭송받는 작품이 된다. 아름다운 작품은 보고 있으면 공감이 된다. 공감하고 마음을 흔들 수 있기에 세월에 연연치 않는 명작이 되는 것이다. 욕심이 있다면 초보 작가지만, 나의 글이나 그림이 누군가의 마음에 순간의 공감이라도 느끼게 한다면 그걸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세잔, 르노와르와 모네, 고호의 작품을 아주 좋아한다. 시카고 미술관에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다수 전시되어 있어 하루를 온전히 즐거움에 빠져들게 하였다. 특히 모네의 작품 중 "지르베니 (Giverny , Poppy Field)"는 모네가 태어난 곳이자 작품 활동을 한 곳으로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으로 유명한 곳이다. 마당가 꾸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인상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방문하기를 주저치 않는 곳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꼭 가보고 싶은 나의 버킹 리스트 중의 한 곳이기도 하다. 알려진 대로 모네의 많은 작품에는 물과 꽃이 빠지지 않는다. 정원 생활을 하면서 빛이 주는 감동을 모네는 자연 속에 잘 표현했다. 한참을 서서 봐도 질리지 않는 수련 시리즈, 모네의 정원에서의 꿈은  이역만리 낯선 미술관의 한 귀퉁이에서 나그네의 마음에 잠시라도 쉼을 준다.


시카고 미술관 정문

"페르난도 서커스에서"오귀스트 르노와르(Auguste Renoir), "자화상" 고호(Vincent Willem van Gogh) 

"수련" 모네(Oscar-Claude Monet)

"수련"  "푸르빌의 절벽에서"  모네(Oscar-Claude Monet)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조르주 페에르 쇠라(Georges Seurat),

     "지베르니 1890"  모네


사진을 찍을 수 있기에 감동적인 많은 명화들을 보면서 잊지 않고 찍었다. 찍은 명화들을 여행기에 모두 올릴 수는 없고, 인터넷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사이트를 올린다. 위키디피아에서 시카고 미술관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유명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클릭해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이다. 물론 한글로도 읽을 수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Art_Institute_of_Chicago


3층 현대관에서 마티스와 피카소의 작품들을 본다. 피카소를 왜 천재라 하는지 아주 조금 이해될 정도로 대단하다. 네 시간을 꼬박 걸어 다니면서 많은 명화들을 감상한다. 오늘은 눈도 마음도 호강한다. 보는 눈이 있어서(안목眼目)의 수준 있는 기쁨이라기보다, 그저 볼 수 있는 기쁨을 준 안구(眼球)에 대한 고마움과 행복하게 느끼며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이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


외국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오면 항상 아이들이나 학생들이 아예 자리를 펴고 앉아서 선생님에게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한다. 어린아이들이 설명을 듣는다고 얼마나 이해하겠냐마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듣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문화 선진국의 차이(혜택?)는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사회적 문화시설이 많이 구비되어 있어,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 중의 삶과 인성에 영향을 주며,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기반 역할도 해 준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듣는 교육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교육정책으로 많이 바뀌어 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오늘도 미술관에 온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 지도하에 손에 스케치북 하나씩 들고 명화 앞에 앉아서 선생님 말씀 들으면서 엎드려 무언가를 그린다. 신기한 것은 뛰어다니는 얘들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부모탓이다. 오래전에 샌디에이고 갔을 때 한 식당에서 본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가족이 식사하러 왔는데 아이를 안쪽으로 앉힌 후 아이에게 크레용 주고 남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있으라던 그 아빠가 생각난다. 부모교육이고 문화 탓인듯하다. 동양문화권에서는 어떨까. 얘들 기죽을까 봐 뭐라 한마디도 못하는 때가 많다. 옆에서 누가 얘기하면 "니 자식이냐"라고 더 난리다. 문화 차이다. 남에게  피해가 가든 말든 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고딕" 그랜트 데블슨 우드(Grant DeVolson Wood)

"목욕하는 사람들" 세잔(Paul Cézanne)


시카고 미술관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미술관 홈페이지 사이트를 올린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이라면 한 번쯤 클릭해 보시고, 특히 모네와 르노와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추천드린다. 온라인으로 명화를 감상할 수 있고.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덕에 한글로도 만나 볼 수 있다. 나 역시 이 글을 정리하면서 온라인 미술관에 들어가 소장작품들 (The collaction)을 다시 보니 새로운 감동을 얻게 된다.

https://www.artic.edu/


미술관 샵에 들러 마침 세일 중인 모네와 르노와르의 프린터물 두 작품을 기념으로 샀다. 2009년 새로 조성된 "모던 윙" 쪽의 현대 작품들을 감상한 후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왔다. 그림 감상하느라 얼마나 서있었는지 다리도 많이 아프고 배도 고파 분수대 건너 빵집(여기선 식당이란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를)을 찾았다. "panera"라는 빵집인데 꽤 유명한 체인점인가 보다.  비프 샌드위치와 까페라떼를 시켰는데 열량이 510Kcal, 170Kcal 여긴 기본이다. 그래도 좀 먹고 쉬다 가자. 즐거운 마음을 위해 고생한 발바닥과 다리에 잠시 쉼도 주면서 고픈 배도 채우고 창밖의 시카고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동네 마실 나온 이처럼 스스럼없이 시내를 걸어 봐야겠다.


시카고는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기에도 좋은 도시다. 특히 시내 쪽에선 강(미시간 호수)도 바라보며 주변의 아름다운 정경과 유명한 건축물 등 볼거리가 많은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외국의 유명한 도시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메인스트리트가 쭉 뻗어 있고, 중간중간 길들이 갈라져 있어 처음 온 사람들도 메인스트리트로 다니면 크게 어려움은 없다. 걸으며 하는 여행은 사람들의 일상을 경험하고 부대끼는 여행이라 더 재미있고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는 스스로가 이방인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같은 사람임을 알게 된다.


거리에 약국을 겸한 미니 슈퍼 Wellness가 몇 개 있었다. 전 국민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나라라, 병원비가 너무 비싸니 약국이 많고 자가 건강진단 도구들과 여러 종류의 취급 가능한 약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아주 먼(멀지도 않다고들 하지만...) 미래야 어떨지 몰라도 감기 한번 걸려도 병원에 가, 의사 진단 가볍게 받을 수 있는 나라 아니던가. 1인당 국민 총소득(GNI : Gross National Income)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선진국에서도 의료 혜택을 이렇게 잘, 빨리 누릴 수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만, 실은 엄청난 혜택 중의 하나다. 구경하면서 보리 과자 하나 샀다. 트럼프 빌딩을 보면서 시카고 다리 위에서 사진 한 장 찍는다.


시카고는 고전적인 옛 건물 들이나 유적보단 현대적인 건축물이 많은데도 참 아름답고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높은 빌딩들로만 채워진 거리가 아니다. 왜 그럴까 몇 가지의 차이점이 눈에 인다. #  전선줄과 전봇대가 없다. 지을 때부터 미래를 생각했다. # 정면으로, 옆으 줄줄이 걸린 간판이 없어 길거리 하늘이 깨끗하다. 내 것만 내세우고 싶은 마음 버렸다. 비교하지 않는다. # 모양이 같은 건물이 하나도 없다. 많은 도시가 이렇게 추구하고 있지만, 어느 건물 하나도 어설퍼 보이지 않는다. #공원과 녹지가 도시 중심에 어울리게 조성되어 있다. 미시간 호라는 천연의 혜택도 있지만, 그 자연환경을 인간의 편리함에 이용하지 않고, 문화 예술과,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 것이 미래를 보는 안목을 보여준 것이다. 아름다운 환경을 가진 수도 서울의 강변은 아파트와 도로로 점령되어 있다. 사는데 바빠서 어쩔 수 없었던 우리의 아픈 현실을 반영한 결과였는지는 몰라도... 함께 사는 도시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릴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비교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것들이 어울리는 도시, 결국은 조화롭다는 얘기다. 그 어떤 것도 혼자만 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린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미래를 위해, 빌려온 오늘의 환경을 누리고 사는 우리가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시카고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쓴 먹거리 명소 중에서 한 군데 엠 버거 광고가 보이길래 물어보니, 물어보니 세 블록 더 가면 된다고 한다. 2.99달러를 주고 엠 버거만 하나 사서 먹어 본다. 사이드 음료도 없이 먹었는데 촉촉하고 괜찮다.  번화가에 명품샵과 여러 매장이 있는데, 애플 매장 큰 것이 눈에 띄어 쉴 겸  신제품도 구경하려 들렀다, 애플 워치를 차 보려고 했는데, 우리나라 매장처럼 편리하게 구경할 수 있게 되어 있지 않고, 기다려야 했다. 스마트기기의 여러 산물들은 예쁘기도 하고 재미있어 딱 어른들 장난감이란 생각든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라고 하는 이 번화가, 명품샵이 즐비한 이곳도 유행으로 따지자면 강남의 명품점보다 못한 것 같다. 백화점도 우리처럼 풍부하고 멋지게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사치스러울 정도로 화려하고 세련되게 디스플레이 한 곳도 드물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나와보면 더 특별한 것을 느끼게 된다. 자원도 부족한 작은 나라지만, 어디와도 견주어 떨어지지 않는 현대 문화(?)의 선두주자로 대단히 멋지고 저력 있고 참 특별한 나라라는 것을... 그런데 "지속가능성"의 무게는 얼마나 안고 가는진 모르겠다.

하나둘씩 불이 켜지고 어김없이 시카고의 밤은 찾아온다. 자칫 외로워 지기 쉬운 나그네의 발길을, 강가에 비친 나뭇잎들 사이의 은은한 조명이 삭막해 보이는 고층 빌딩 사이에서도 따뜻하게 밝혀준다.

 

시카고 미술관 후문 쪽에 서 바라본 시내 정경

어둠이 찾아드는 시카고 빈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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