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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Nov 22. 2021

스마트폰으로 쓴 시카고 기행기 3

밀레니엄파크, 시카고의 맛 축제


2015.7.10

어젯밤 늦게 커피를 마신 탓인지 열두 시도 넘어 잠들어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중에 카톡이 와서 아예 잠을 다 깨워놓고 말았다.  잠이 안 와 뒤척이다 보니, 할 일이 많이 생각난다. 멀리 여행 와서도 해야 할 일이 자동적으로 떠 오르니, 하릴없는 "자동 현대인"이다. 그냥 자유롭게 보내도 될 건데 스스로를 옭아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오랜 조직 생활 탓일까? 책임에 짓눌려 사는 민족의 특성을 뿌리째 안고 있어서 일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즐기며 산다고 생각하지만, 체감적으론 그렇지 못한가 보다. 많이 걸어서인지 발바닥이 아직도 따끔거린다. 오늘은 여유가 된다면 유니온역에 가서 밀워키라도 다녀오고 싶다만, 컨디션이 감당될까 모르겠다. 천천히 즐기면서 무리하지 말자. 챙겨주는 삶이 아쉬워서 챙김을 받는 삶이 그리울 때도 있으나, 사실 챙겨주는 사람은 항상 챙기게 되어있고, 챙김을 받는 이는 자연스럽게 챙김을 받고 살게 돼있다. 살아온 인생이 그렇기에 전환점이 없다면 그리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침 일곱 시까지 뒤척이다 일어나 씻고 카페로 내려왔다. 땅콩 샌드위치와 오렌지주스, 빨간 사과 하나 바나나를 먹었다. 공교롭게도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았다.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바나나는 모양도 맛도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과 같지만, 사과는 백설공주에 나오는 딱 그 사과다. 우리나라 가을이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한입 베어 물면 상큼하고 촉촉한 햇사과를 미국에선 못 본 것 같다. 사과는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여러 품종으로 개량하지 않았나 보다. 변할 건 변해도 안변 할 건 안 변해야 한다는 식인지, 이 사과 맛도 아주 나쁘지 않지만 의외로 이 나라에서도 여러 부분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부족한 점은 놀랄만하다.


느지막이 나와 원델리아 유람선을 탔다. 여러 해 전에 왔을 때도 유람선을 탔는데, 그때 우연히 FDA에서 근무하는 사람과 그리스에서 온 두 친구와 같이 재밌게 지냈던 기억이 난다. 시칠리아 분이었다. 사진도 같이 찍고 유람선을 타는 내내 즐겁게 담소하며 보냈다. 시칠리아 지중해의 강렬한 바다는 아니었지만, 바다라고 해도 분간 못했을 넓은 오대호를 가르 지르는 유람선에서 섬사람들은 즐겁게 시간을 보냈었다. 오늘은 혼자서 첫 배를 탄다. 시카고의 세계적인 유명 건축물들을 구경하기에는 유람선이 제격이다. 모두 다르게 생긴 멋진 건축물들은 외관도 무척 깨끗하다. 마침 수십층의 고층빌딩에서 세명의 전문 청소인들이 줄에 매달려 외관 청소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줄이 흔들거리면서 무척 위태롭게 보였다. 고층건물이 워낙 많으니, 숙련된 사람들이 안전하게 관리하겠지만, 외관관리는 쉽지 않아 보였는데 이렇게 청소를 하니 깨끗한 것이었다. 강 주위는 "공유지"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든지 인정하고 공유하는 사실인 것 같다. 파리와 런던, 시드니 등 대도시의 강이나 바다 주변에는 박물관이나 오페라하우스, 여러 미술관 등 개인 소유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건물과 공원, 유적들로 어우러져 있다. 아파트로 도배되어 지금이라도 구입하면 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높이는 개인 주택지가 많은 우리 강 주변이 아쉽다.



그랜트 공원은  시카고 중심가 루프 지역에 있는 미시간 호수에 접한 공원으로 어제 열심히 관람했던 시카고 미술관 외에도 밀레니엄파크, 버킹검 분수 등 볼거리가 많은 아주 넓은 공원이다. 시카고 중심가 에비뉴에 있기 때문에 도보여행 시에 시카고 미술관을 들른 후 밀레니엄파크와 이어져 있는 공원을 걸어서 산책하면 좋다.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는  야외 콘서트장, 극장, 그리고 잘 알려진 콩 모양의 시카고 빈, 클라우드 게이트가 있다. 밀레니엄 파크는 이름대로 새로운 천년의 시작(2000년)을 기념하여 시카고 시에서 상징적인 조각품과 건축물 및 아름다운 조경으로 조성한 21세기 시카고의 기념비적 공원이다. 다만 공사가 지연되어 2000년도에 개장하지 못하고 2004년도에 개장하게 되었다.


시카고의 도심은 유수의 건물들로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지만, 외곽선을 타고 둘러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도 많다. 차창밖의 낡고 지저분한 오래된 건물들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운타운 루프 지역의 화려하고 활기찬 모습과는 천지차이다. 어쩌면 이것이 시카고의 속살일지도 모르겠고, 불경기라 더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다. 시카고 주민들에게 그랜트공원이나 밀레니엄파크, 또 이곳에서 열리는 여러 축제 등은 시민들을 위한 휴식과 충전을 제공하는 동시에 함께하는 여유와 즐거움을 주기 위한 시당국의 배려의 행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서민들의 삶은 어디나 똑같다. 다 녹녹지 못한 삶을 사는 거다.


도로에서 먼저 접할 수 있는 커다랗고 특이하게 생긴 네모난 분수, 아이들이 즐겁게 물장난하며 놀고 있는 "크라운 분수"는 스페인의 하우메 플랜사가 디자인하고 천만 달러를 기부한 "레스터 크라운"의 이름을 따서 크라운 분수라고 했다. 검은 화강암과 유리 기둥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기둥 옆에 LED 스크린이 설치되어 시카고 시민들의 얼굴 표정과 시카고 정경이 보이면서 화면 속 사람의 입에서 물이 나오게 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스크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시카고 사람들이기에 시민들은 공원에서 즐기면서도 아는 사람이 스크린에 비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날이 더워 그런진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휴식을 즐기고 있다.


"시카고 빈"으로 알려져 있는 "클라우드 게이트"는 새로운 천 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밀레니엄 공원(Millennium Park) 내에 있는 커다란 조형물이다. 인도계 영국 조각가인 애니쉬 카푸어(Anish Kapoor)가 디자인하였고 높이 10m, 너비 13m, 무게 100톤의 초대형 스테인리스 작품이다. 형태적 특성 때문에 '콩(bean)'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클라우드 게이트란 작품명이 참 잘 지어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안에 들어서면 보이는 것들이 일그러지고 펼쳐져 몽환적으로 보이며 어쩌면 다른 세상의 상상도 가능케 하는 구름 위에 오른 기분도 들게 하는 것 같다.


철판 조각의 이음매를 완전히 없앴기 때문에 표면이 매끄러운 대형 거울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시카고(Chicago)의 하늘과 빌딩 등의 배경과 보는 사람이 다른 형태로 일그러져 보여 흥미를 유발한다. 또한, 중심에는 3.7m 높이로 움푹 팬 공간이 있어 관람객이 조형물을 통과하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관람객과 조형물이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적인 예술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네이버 지식 백과, 두산백과)


밀레니엄 파크 내에는 야외음악당이 있는데, 여름 축제때면 이곳에서는 몇 주 동안 여러 프로그램으로 음악축제가 열린다. 2008년 방문 때 스페인 문화축제로 플라밍고 공연을 봤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러 곳에서 온 주민들이 마련해온 자리를 깔고 혹은 의자에 앉아 가족들과 연인들이 함께 편한 자세를 취하고 음악에 심취하고 있다. 하늘에 펼쳐져 있는 쇠파이프에 달려있는 스피커로 장중하고 평화로운 음악이 널리 펼쳐진다.


크라운 분수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밀레니엄 파크 내 야외음악당

클라우드 게이트 (시카고 빈)

 

시카고의 대표적인 음식이라면 "시카고 피자"와 "스테이크"라고 할 수 있겠다. 유명 스테이크 집이나 시카고 피자집은 여러 여행객들의 자료가 인터넷에도 많이 있다.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 고마운 분들 때문에 정보수집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세상 아닌가. 나는 지난 여행 때 유명한 스테이크 집에서 스테이크를 맛볼 기회를 가졌었다. 일행들과 기다리며 자리를 잡고 거짓말 조금 보태, 양손바닥을 합한 것만큼 크고 두꺼운 정통 시카고 스테이크를 먹었. 두꺼웠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맛있는 스테이크였다. 한번 먹어 봤으니 또 먹고 싶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피자는 미국답게 엄청나게 크고 두꺼운 맛의 시카고 피자보다는 얇고 담백한 이탈리아 피자를 선호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taste of Chicago 시카고의 맛" 행사를 관람할 예정이라 굳이 레스토랑을 방문하진 않았다. 그랜트공원 남쪽으로 내려간 넓은 부지에서 "taste of Chicago" 행사 중이다.


"테이스트 오브 시카고(Taste of Chicago)"는 1980년부터 시작된 시카고의 여름축제의 일환으로 다양한 시카고 요리, 길거리 음식 등을 시연하고 곳곳에서 콘서트도 열어 많은 사람들이 즐기면서 참가하는, 시카고의 다양성과 문화를 여러 음식을 통해서 보여주는 미국 내에서도 잘 알려진 음식축제다. 입장은 무료지만 부스마다 음식을 팔고 있어 물 한 방울도 공짜는 없다. 인터넷으로 광고는 많이 되었지만, 생각보다 엄청 크지는 않다. 음식 쿠폰을 팔아 원하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맛보기 쿠폰 서너 장 있는 티켓북을 8.5달러에 팔고 있다. 더 먹고 싶으면 쿠폰을 더 사면된다.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각 부스마다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 주로 그릴에 구워내는 요리가 많으니, 연기와 냄새가 더 멀리 퍼진다. 쿠폰은 맛은 있지만 딱 한입거리 정도이다. 이것저것 조금씩 먹어보라는 얘기고 결국 코스요리 다 시켜 먹는 돈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시카고 내 유명식당들도 부스를 차려 음식 선전도 하고 기타 치며 연주하는 팀도 있어 축제 기분도 느끼게 한다. 부스도 구경하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맛을 본다. 세계적인 음식축제라고 광고는 하지만, 그것보단 시카고 사람, 미국인들의 음식 먹고 즐기며 구경하고 하루 축제를 즐기는 행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고 2021년에도 7월 7일부터 11일까지 열 계획은 세웠으나, 역시 코로나 때문에 그랜트 공원에서의 대규모 축제는 취소가 되었다고 한다. 대신에 "테이스트 오브 시카고 투 고 (taste of Chicago To Go)라는 프로그램으로 시카고에서 유명한 요리를 도시 곳곳의 장소와 식당 등에서 이벤트로 무료 음식도 나누고 음악공연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인다고 했다. 코로나가 만들어낸 불황과 어려움을 어떻게든 이겨내고,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시카고 사람들의 의지가 돋보인다.


어디 음식을 먹어봐도 우리나라 음식만큼 맛있는 음식은 없는 듯하다. 물론 수십 년을 살면서 몸에 밴 고향의 맛이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근래에 들어 우리나라 음식이 한류와 더불어 세계적으로도 호평을 받으면서  그 맛에 대한 평가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국제적으로 규격화하기 쉽지가 않아 공항이나 세계 유수의 레스토랑 등에서 표준화된 요리로 인정받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고 한다. 정부와 업체에서도 비빔밥, 불고기, 잡채, 갈비탕, 냉면 및 김치, 고추장 등 의 반찬류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규격화, 표준화시켜 세계인의 음식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다.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인은 정이 많은 감성적인 민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요리에도 뿌리깊이 박혀 있다. 그 대표적인 감성적인 우리의 맛 "어머니의 손끝 맛"도 규격화될 수 있어야 세계인 모두가 사랑하는 한국의 요리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꾸준한 노력과 응원이 있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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