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Dec 12. 2021

스마트폰으로 쓴 시카고 기행기 4

오리엔탈 박물관, 맥코믹플레이스, 여행후기


2015.7.12

식당 겸 카페테리아가 인상적이다. 영화라도 찍었음직한 분위기다. 높은 천장의 돌기둥 밖엔 루프를 도는 쇠로 만든 열차가 덜컹거리며 오늘을 열어간다.  아메리카나 한잔 마시면서 잠시라도 멍하니 있고 싶지만, 옆 테이블에 한국에서 온 남녀 학생들이 홍콩 호텔이 어떻고... 여행 얘기들로 주위를 환기시킨다. 어떤  학생들은 부모덕에 하고 싶은 것 부담 없이 하고 산다. 어느 나라에서 저렇게 다 큰 얘들 치다꺼리까지 다 해줄까 싶다. 얘들은 그걸 알까.. 당연하다고만 생각하겠지만 세상엔 당연한 것이 없다. 하나도 없다. 심지어 지금 마음껏 들이마시고 있는 이 공기도 병원 중환자실의 누군가에는 한 번이라도 크게 들이마셨으면 하는 공기 아니던가... 얘들이 그걸 빨리 깨달아야 할 텐데 하며 여행 중에 남의 일까지 고민되게 하고 있는, 나도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오트밀이 나왔다. 다이어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오트밀을 많이 먹는다. 보리 삶은 것 같아 맛이 나쁘진 않았다. 프렌치 롤에 땅콩크림치즈 스프레드 살짝 잼을 얹어 오트밀 삶은 것과 플레인 요구르트로 마무리하면서 푸짐한 아침을 채운다. 열량은 높겠지만 역시나 달고 고소한 건 맛있다. 이렇게 중노동(?)을 하는데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확실히 있다. 내일 아침은 과일일 테니, 오늘 아침은 즐겨둬야 한다. 카페 창밖으로 ift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이제 ift가 시작되었구나.


시카고 오리엔탈 박물관을 이번에는 꼭 방문해 보리라 생각했기에 어차피 자유일정 하루 남은지라, 아는 지인을 만나 함께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시카고대 학내에 있는 박물관 가까이 내렸다. 방학이라 그런지 학생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대학이 워낙 크니 내가 본 것은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시카고대학은"지식이 샘솟아 인간의 삶이 풍요로워지도록(라틴어 : Crescat scientia vita excolatur)"의 모토처럼 자유로운 토론과 학식의 구축으로 알려진 미국의 최상위권 사립 명문대학 중의 하나다. 1890년 미국 석유재벌 록펠러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연구중심의 사학으로 경제학이 유명한데, 특히 밀턴 프리드만,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의 시카고대학 교수들이 활동한 시카고학파로도 유명하다. 시카고 대학의 아름다운 정경은 지금은 고전 같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맥 라이언의 청순한 모습은 시카고 대학의 활달함과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시카고대학의 근동 박물관(오리엔탈 박물관 Oriental Institute)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 앗시리아 이집트 페르시아 시리아 아나톨리아 등의 근동 아시아의 수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발굴 과정의 내용들도 잘 설명되어 있는 곳이다. 특히 고대 앗시리아의 역사박물관으로는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일전에 베를린 기행기를 쓸 때 페르가몬박물관에 대해 썼는데, 베를린의 페르가몬박물관도 근동 역사에 대한 유물이 많지만 특히 고대 앗시리아 유적은 시카고대학의 오리엔탈 박물관에 더 많다고 한다.

고대 근동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분, 특히 바빌론 유적에 관심 있는 분들은 베를린 기행기를 읽어보면 작은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싶다.

https://brunch.co.kr/@okspet/124


오리엔탈 박물관은 20세기 미국 최고의 역사학자 랄 수 있는 제임스 헨리 브레스티드(James Henry Breasted, 1865-1935)가 1919년 록펠러 재단의 원조를 받아 시카고 대학 내에 설립한 고고학 연구소다.

브레스티드 교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발굴하고 연구해 학술적으로도 많은 업적을 남긴 고고학자시카고대학에서 이집트학을 강의했으며 이집트와 수단에서 발굴단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는 용어의 창시자이기도 하며 유명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존스의 모델이기도 했다는데, 영화에서도 인디애나 존스 교수(해리슨 포드 역)는 시카고 대학의 고고학 교수이기도 하다.


오리엔탈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근동 지방의 역사유물을 발굴한 것을 모아 전시한 곳으로. 35만 점 이상의 많은 유물을 보유하고 4대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들의 흔적들을 듣고 볼 수 있는 살아있는 고고학 교육장소라고 할 수 있다. 대학 내에 위치한 것도 그렇지만, 커다란 박물관이나 전시관등을 써도 충분할 규모의 전시관을 고대 근동 박물관( Oriental Museum)이 아니고,  연구기관(institute)의 의미로 institute를 쓴 것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끓임 없이 진취적으로 연구하는 대학의 모습을 표상하며 아직도 연구 중이라는 느낌이 물씬 나는 좋은 분위기였다. 앗시리아의 대표적 유물인 라마 슈와 두환관, 아슈르 나시르 팔 2세의 부조 등과 이집트의 투탕카멘 2세의 석상 및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시를 하고 있다.


나는 사진을 많이 찍고, 시카고 대학에서 출판한 오리엔탈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대 이스라엘 유물에 관한 책을 한 권 구입했다. 시간 날 때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해보겠다는 욕심에서였지만, 게으름에 아직 책도 다 읽진 못했다. 문명을 확장시킨 것은 유럽, 로마에 의해서 인지는 몰라도 고대 근동,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문명이야 말로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훨씬 오래되고 깊숙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시카고 오리엔탈 박물관 홈페이지에는 유물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고 내용도 풍부해 방문해 보면 좋다.

https://oi.uchicago.edu/


시카고대학교 전경 (위키디피아)

시카고 신학대학원 구 건물

함무라비 법전 (진품은 루브르 박물관에 있고 똑같이 만든 가품이다)

발굴 과정을 설명한 포스터들

고대 이집트 청년의 목판에 그려진 초상화, 수천 년이 지났지만 생생한 색감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시내 다니며 여러 마켓에 들러 시장조사를 한다. 대부분 가공되지 않은 홀푸드와 주스류도 통째로 갈아 담은 것이 많이 보인다. 야채주스에 단백질을 첨가한 제품이나, 견과류를 이용한 음료 등 마시는 주스들이 목을 축이는 맛있는 주스에서 벗어나 필수 영양을 골고루 함유하고, 맛보다는 건강을 추구하는 음료로 발전해가는 것을 본다. 우리나라에서 선보이고 있는 비가열 고압살균제품도 많이 보인다. 삶이 풍족하고 모든 것이 넉넉해져 가니, 좀 더 몸에 좋고 차별화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자꾸 어필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식단에서  탄수화물 섭취량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잘못된 홍보 탓이랄까 특히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나 청년층에서의 과도한 탄수화물 기피증은 국민 식생활이 잘못된 방향으로 치우칠 수 있는 염려도 안겨준다.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기 위해 이탈리아 식당을 찾았는데, 이름이 "eataly" 식당명이 참 재밌었다. "이탈리아를 먹는다"는 의미 아닌가. 이탈리아 요리, 피자 파스타가 주종목이지만 이탈리아 식재료를 전시하고 함께 판매하는 곳이었다. 온갖 종류의 파스타와 요리 재료과 레시피북 요리 도구들이 들이 진열되어 있어 구경하기에도 좋았다. 좋은 곳에서 맛있는 피자와 스파게티로 현지에서 만난 지인들과 이탈리아를 즐겁게 먹어가며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5.7.13~14

모두가 자신만의 방법(스타일)으로 살아간다. 그것이 멋진 것이던 아니든 간에, 자신을 표현하고 가꾸고 기쁘게 하는 자신만의 방법은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그것 때문에 자신 외의 다른 사람에게 피해나 불편을 끼칠 수 있다면 철저히 자신만의 방법을 포기하든, 바꾸든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이기에 그렇다.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암트랙이 다니는 소리만 새벽 한 시가 넘어서도 들린다. 기차소리에 잠 깬다는 얘기는 이런 것을 말하나 보다. 다시금 잠을 청해 본다.


아침, 맥코믹플레이스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손에는 역시나 스타벅스가 들려 있다. 물론 회의장에 스타벅스 매장이 있기도 하지만 유독 자기네 것을 사랑한다. 줄을 서서 커피와 빵을 사서 간이 테이블에서 간단히 때운다. 미국 전역에서, 세계 각국에서 모인 기술자들이 아침 먹을 새도 없이 대화하며 토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미국민들의 식품영양과 식생활에 대한 책임을 진 사람들이다. 이번에 시내 마트에서 본 포장식품도 대부부 달고 짠 것이 많았다. 맥도널드나, 버거킹 등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햄버거 도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큰 사이즈다. 비싼 것은 비싸고 싼 것은 아주 싼 편이다. 가성비가 좋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대부분 살이 많이 찌게 된다. 미국인들의 비만은 상상을 초월한다. 살찐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심혈관계 질환병이 많고 성인병이 많다. 전 국민 의료보험 시행도 되지 않으니,  한번 병에 걸리게 되면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식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워낙 동물성 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단 것을 즐기는 편이라 쉽게 입맛을 바꾸고 개선하기 힘든 점도 많다.


이틀간의 맥코믹플레이스의 일정은 세계 식품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건강(health),  다이어트( health-diet), 혁신( innovation)의 캐치 플레이어 아래 전시관은 사람들과 기계와 각종 상품으로 소개되고 강연과 더불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 인류의 영원한 명제,

무엇을 어떻게 잘 먹고 건강하게 장수할 것인가?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 공통의 관심을 포함해 더 좋은 식품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업체마다 미래 표현을 많이 쓰고 동물성 원료보다 식물성 원료가 많이 부각된다. 특히 사방에서 혁신을 외친다. 미래를 위한 식품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자는 것. 아울러 식품 기술인으로서 어떻게 미래를 대처하며 개척해 나가고 앞서가야 할 것인가를 되짚어 보는 시간이다.


ift가 열리면 시카고 시내의 가로등이나 곳곳에 휘장이 날리고, 도시 전체로 분위기를 띄운다. 외국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모여든 식품 기술인들은 시내 곳곳에서 시카고의 문화와 음식을 즐기며 부가적으로도 ift를 홍보한다.  ift가 시카고에서 많이 열리는 이유는 시카고시 당국에서 시의 발전을 위해 계속 유치작업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적인 학술대회나 전시회라 해도 자국민의 참여도가 높지 않으면 계속 이어가기 힘들다는 것을 ift참관 때마다 느끼게 된다. 스포츠대회 못지않게 함께 참여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한다.


어느덧 여행도 막바지에 들어간다. 다니다 보면 모자라고 늘 아쉽긴 해도 돌아갈 곳이 있기에 여행이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이번 출장을 통해서 충분히 목적한 바를 이루었나 자문해 본다. 낯선 곳에서의 며칠을 보내면서 다시 한번 나 자신을 추스르는 소중한 기회가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2015.7.15

부지런히 준비하고 공항으로 출발한다. 블루라인 환승도 쉽게 되어 있어 불편함은 없었다. 부유한 나라일수록 가난하고 장애 있는 사람들이 더 편하게 살게 해 놨다. 그게 선진국이다. 무거운 내 짐가방도 엘리베이터로 편하게 운반한다. 12시 33분 5번 게이트 47G 탑승을 끝내고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8일간의 시카고 여정을 끝내고 이제 열네 시간을 날아가야 한다. 기억을 되새기고 싶은 좋은 시간이었다. 기내 KBS 뉴스에는 부산지하철노조 파업 소식이다 한국 뉴스다. 갈 때가 되니 이런저런 한국 상황들이 생각난다. 잠시라도 머리를 비울 수 있어서 좋았다. 확실히 여행은 필요한 것이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이 쉴 수 있다는 사실. 요즈음 조금 우울했지만, 이번 시카고 여행에서 많은 활력을 찾았다. 돌아가서 좀 힘차게 살아보자. 그리고 새로운 곳을 다니는 것도 좋지만 같은 곳을 여러 번 와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기내 영화 몇 편을 보는 데, 줄리언 무어 주연의 "스틸 엘리스(Still Alice)"가 인상적이었다. 세 남매의 엄마이자 행복한 아내로, 유능한 언어학 교수로서 행복하게 살던 엘리스가 "조발성 얼츠 하이머"에 걸려서 절망하다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가는 이야기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자세... 인연(因緣)을 소중히 하는 동양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가 매사에 연(緣)을 결부시켜 "왜, 이렇게, 저렇게, 이런 일이, 나에게, " 하며 현실을 금방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사고와는 달리, 서양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어쩔 수 없는 것,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보다 쉬운 듯하다. 


시카고 거리에서도 어떤 외모와도 상관없이 거리에서 음악 하면서 그 거대한 몸을 흔들고, 좋아하는 노래를 한다. 춤을 춘다. 순간, 현재를 즐기는 사람들.. 중요하다. 정말 중요하고.. 엘리스도 평생을 힘쓰며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닥친 재앙을 결국에는 그냥 받이 들인다. " 올해가 "지금의 나인" 마지막 해인지도 몰라" 하면서도 엘리스임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영화에서 "잃어가는 것을 배운다는" 표현이 마음에 새겨진다. 지금의 "내"가 "나"이지 않을 때가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올지도 모를 일이다. 내려놓고 자유로와지는 걸 배워야 한다. 이건 사실이다. 너무 복잡하지도 말고 너무 악착같지도 않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그 상처를 신앙심이 많이 붙들어주고 감싸주기도 했지만, 아직 용서하고 비워야 할 것이 많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그것도 다시 배운다. 어느새 인천공항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반가울 글귀가 모니터에 떠있다.


시카고 기행기를 마치며 (2021.12.  )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는 말을 요새는 잘 쓰지 않는 듯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들을 생각해 본다. 수천 년 역사가 누적되어 오늘날로 이어진 유럽이나 중국, 중동의 국가들과 달리 이제 200여 년이 넘은 신생국가로써,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세계 역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부분이 많아서일 것이다.

또 하나는 신생국가를 세운 선조들이 신앙의 자유를 위해 본국을 떠나온 사람들이었기에 자유가 모든 것의 근본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나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원주민을 물리치고, 노예들을 앞세워 개발한 것은 아이러니 기도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유를 갈망하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구축한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의 집합체, 인간이 세운 반석 위에 구축된 나라라는 점에선 종교와 역사로 구축된 문화와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그곳에서 태어난 또 다른 아이에 불과한 것이라는 딜레마를 안고...


경제 불황의 여파는 미국도 피해 가기 힘들었다. 이번에 본 미국은 서민들이 살기가  점차 힘들다는 것, 모든 게 한국이 낫다. 물론 생활이 보장된다면 문화를 즐기고 사는 데는 참 좋은 점이 많이 있지만,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면 살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법이다.

몇 해 전 방문했을 때 보던 거리의 분위기와 많이 달라졌다. 이번에 거리에서 앵벌이 개(dog)를 보았다. 이틀째 됐던 날인가? 한 흑인이 콩그레스가에서 개를 안고 구걸을 하고 있어 개를 좋아하는 지라 안쓰러워 적선을 했는데, 이틀 후엔가는 그 옆 다른 거리에서 백인 여자가 안고 구걸하고 있었다. 그 개의 표정이 왜 그리도 짜증 나 보였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 개는 노숙자들이 키우는 앵벌이 개였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더 많이 실행했을 버킷리스트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교만이다. 2년이 지났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예측도 못했던 코로나이듯이, 오늘 지금 실행하는 것이 버킷리스트가 아닐까. 여러 해가 훌쩍 지난 지금에야 시카고 기행기를 기록하면서, 여행 직후 결심했던 리스트들을 실행하지 못하고 살아온 몇 해이지만, 매 순간 실패를 경험하기에 또 다른 전진을 결심할 수 있는 부추김을 다시 한번 경험하면서 펜을 놓는다.


p.s. 우리에게는 "고잉 홍 (going home)"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드볼작의 신세계 교향곡은 드볼작이 고향 체코를 떠나 미국에 있으면서 흑인영가 등에 감명을 받고 쓴 유명한 교향곡입니다. 고향 체코에 대한 그리움과 미국이라는 새로운 세계의 동경에 대한 음악적 정서가 잘 드러나 있는 아름다운 곡이지요. 추운 겨울 아침 시카고 기행기를 마치며 펼쳐지는 햇살 아래 듣고 싶어지는 곡입니다.  2악장 라르고(Largo)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어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zqh6dptL4c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으로 쓴 시카고 기행기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