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Oct 20. 2021

스마트폰으로 쓴 시카고 기행기 1

출발, 기내, 도착

2015.07.07~07.16 동안 미국 시카고를 출장을 겸한 여행을 하면서 스마트폰(갤럭시 노트 1)으로 기록한 여행 수필입니다.



2015.7.7

왜인지도 모르게 오른쪽 옆구리가 많이 아프다. 파스를 두 개 붙이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오고 가는 사람들은 적고 신선함이 느껴지는 새벽이다.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에 올라타 눈을 감고 나름 이번 여행의 목표를 정해 본다. 먼저 맥코믹플레이스에서 열리는 IFT (Institute of Food Tenologists)에 참관해 세계 식품시장의 트렌드를 보고 아이디어와 신소재를 수집한다. 두 번째로 taste of Chicago (시카고의 음식 페스티벌)에 들러 맛있는 것들도 먹어보며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및 소비자들의 취향을 살펴본다. 세 번째로 문화탐방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시카고를 몇 번 왔지만, 방문하지 못했던 시카고대학의 근동고고학 박물관을 이번에는 꼭 방문할 계획이다. 밀레니엄파크와 주변의 시카고 미술관 (Art of institute of Chicago)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명화들을 감상해 볼 것이다. 그리고 걸어서 시내 구석구석을 보고 찾아다니면서 발품을 팔 예정이니 개척 여행이 되겠다 싶다.


이른 아침인데도 탑승 수속하는데 사람들이 많다. 기다리면서 뉴욕으로 출장 가는 분과 달라스에 아들 보러 가는 분과 담소한다. 여행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의 장이라는 말을 시작부터 체험한다. 일주일 여행용 가방 바퀴가 고장 나 수리를 맡겼었는데, 부품이 없어 수리가 힘들다고 연락해 폐기시키고 코스트코에서 새로 샀는데 좀 크다. 가방이 커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많아졌다. 물론 이번엔 경비를 줄이기 위해 먹을 것도 좀 싸가느라 많아지긴 했지만 빈 가방으로 가서 채워오는 여행은 아니더라도 가볍게 다녀오는 게 좋은데 그렇지 못하다. 불황이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면세점은 항상 북적이는 듯싶다. 여행 떠나게 되면 마음이 들뜨기도 해 쇼핑들도 많이 하나보다. 2021년 10월 이 글을 쓰는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북적이던 면세점 자유롭게 보고 다니던 그때가 좋았다. 이제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여기저기서 문자도 오지만, 와서도 2주간 격리해야 하는 상황이니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김치 가락국수 한 그릇 먹고 버거킹에서 아이스라테 한잔 사서 14번 게이트로 왔다. 항상 먼저 기다리는 스타일이니 여행 때라고 다를 바는 없다. 평생의 습관이다. 남 기다리게 하느니 내가 기다리는 것이 낫다. 드디어 이륙 11시 2분, 날기 시작한다. 비행시간 12시간 20분으로 직항이라 그나마 짧은 편이다. 다만 낮에 출발해 낮에 도착하니 기내에서 잠을 좀 자야 하는데, 체질상 못 잘 것 같아 염려가 된다.


옆에 앉은 분들은 24년을 시카고에서 사셨다는 태국 할아버지 내외시다. 긴 비행이라 옆에 앉는 이웃도 중요한데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우리도 그렇게 늙어갈까... 몇 시간이나 날아왔을까, 오늘 비행기는 유난히 많이 흔들린다. 기류 변화 때문에 착석하라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계속 나온다. 스케치 한 점 그리기도 흔들려 어지럽다. 기내 비빔밥도 예전같이 맛있지 않았지만, 배가 고파서 먹었다. 옆좌석 노부부께선 양식을 시켰는데, 연어 샐러드가 나왔다. "차라리 양식을 시킬걸 그랬나" 갇힌 공간 내 있으니 작은 변화라도 아이처럼 민감해진다. 나는 적게 먹겠노라고 결심을 해 놓고 후식으로 나오는 조그만 찹쌀떡 두 개까지 먹어버렸다. 기내식은 열량이 높은 편이다. 기내식 이야기는 나의 첫 번째 브런치 북 "스마트폰으로 쓴 지구촌 기행기 1" 중 1편 스페인(포르투갈) 편에서 재밌게 기록해 놓았다.


https://brunch.co.kr/@okspet/45


옆 자리에 앉은 태국 할아버지는 계속 뭐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나라 남자들 말이 적은 것과는 참 대조적이다. 연신 웃으면서 뭐라고 일행과 대화, 아니 거의 혼자서 떠드신다. 떠드시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시 눈을 붙이려다 흔들리는 파동에 이렇게 계속 흔들리다가 더 심하게 흔들리면 사고가 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사는 게 순간이다.


여행은 삶의 중간 점검이라 되짚고 충전하는 새로움도 가지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도 그때뿐이다. 떠나지 않은 일상도 떠나온 여행도 삶의 여정 중의 하나이기에 그저 잠깐의 돌아봄 과정을 보낼 뿐이다.  맵을 보니 8시간 50분이 남았다고 나온다. 지금 태평양 상공을 열심히 날아가고 있다. 자~ 이제 내겐 7일간의 시카고 생활이 펼쳐져 있다.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그래도 좀 다르게 지내고 싶다. 여러 번 방문했어도 충분히 느끼진 못했던 시카고의 자유와 변화를 만끽하면서 행복하게 말이다. 


기내에서 틀어 주는 최신 영화 우먼 인 골드(Women in gold)를 재밌게 보았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그림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후원자였던 아델레를 모델로 한 이 그림을 그려 아델레에게 선물하지만, 나치에 의해 오스트리아 정부에 그림을 몰수당하고 만다. 1998년 아델레의 조카 "마리아 알트만"은 어릴 때의 추억이 있는 그림들을 찾기 위해 "쉰베르크"라는 변호사와 함께 긴 투쟁을 시작하고 결국은 그림을 되찾게 된다. 되찾은 그림은 에스티로더의 아들인 아널드 로더에게 1,300억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팔게 되는데, 단 한 가지 조건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뉴욕의 노이에 갤러리 (Neue Galerie)에 전시되어 누구라도 볼 수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고 빼앗긴 문화재를 결국은 되찾고 다시 엄청난 돈을 받고 되판 점,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한 조건, 19세기 세계 1,2 차 대전과 우리나라도 일제 치하에서, 아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뺏기고 도둑맞은 많은 문화재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던진 영화라는 점에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사실 유럽의 세계적인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많은 유물들 문화재들은 전쟁의 역사, 도전과 응전의 역사 속에 사라져 간 잊힌 민족들의 흔적이 아니던가. 해결되지 않은 많은 아픔들과 더불어 인류가 품고 가야 할 과제일지도 모른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을 수 있다면... " 영화 속의 명대사다. 역사의 흐름 속에는 이 말을 곱씹게 되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하다. 어찌 역사 속에서 뿐이랴. 우리네 삶 속에서도 이러한 아쉬움은 늘 함께 한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역사이고 인간의 길이다. 돌이킬 수 없기에, 주어진 매 순간의 선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인생은 한 줄로 그어진 지평선이다. 그 길은 좌 우만 있는 길이다. 돌아갈 순 없지만, 앞으로는 갈 수 있으니, 가지 않은 길에 연연하지 말고 가야 할 길에 힘을 주자.



2014.07.08

오전 9시 25분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약간 흐린 날씨다. 몇 번 온 것 같지 않게 낯설고 새롭다. 이래서 여행은 인생 이방인을 만드나 보다. 입국심사 후 5번 터미널에서 2층으로 올라가 3번 터미널 가는 공항 기차 타고 3번 터미널 지하에서 시내 가는 전동차 CTA blue line 탄다. 시카고 지하철(CTA)은 시카고 블루라인은 오헤어 공항에서 시내, 루프 지역을 지나 포리스트 파크에 이르는 총 43km의 길이고 33개의 역을 지난다. 시카고의 정 중심지 루프 지역의 잭슨 역 다음의 라셀라(Rasella) 역이 내가 내릴 곳이다. 2008년도에는 계속 걸어 다녔지만 이번엔 외곽지역을 갈 예정이라 벤트라 카드(교통카드) 7일권을 33달러에 구매했다. 그런데 핸드폰 시간은 아직도 안 바뀌고 있다. 새벽 한 시 10분이다. 맘에 들지 않는 통신사다.


경비를 절약하려고 시내에 있는 호스텔을 예약했다. 도심이라 교통은 편리했으나, 지난 방문 때처럼 알려진 호텔이 아니라 찾기가 힘들었다. 역에서 내리니 사람들이 데모 중이다. 진압하려는 경찰에게 호스텔 위치를 물어 찾아간다. 이 나라 사람들은 데모도 신사적으로 하는 것 같다. 주동자들은 피켓 들고 외치고 있다. 간신히 호스텔을 찾아서 체크인했다. 방학과 행사가 많아 여름엔 방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미리 예약했었고 시내 한복판 루프 지역에서 이 정도 가격의 호텔은 없었다. 학생들과 각국에서 온 청년 여행객들이 많이 묶는 듯하다. 짐을 간단히 풀어놓고 시내로 나왔다. 


시카고는 미국 일리노이주 북동부에 위치한 오대호의 일부인 미시간 호수 서쪽과 접해있는 도시다. 시카고는 미국 중서부에서 가장 큰 도시로 어원을 "야생 양파", 또는 "야생 마늘"이라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단어를 프랑스어로 음차(音借) 한 것이다(나무 위키). 시카고의 별명은 "바람의 도시 (windy city)" 다. 오대호와 접해있어 늘 바람이 많이 불어 그렇기도 하고, 시카고 사람들은 정치도, 스포츠도 바람만 잡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뜻으로 신시내티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라는데 시카고 사람들은 싫어하지 않는 듯하다. 내가 본 시카고, 윈디시티는 바람처럼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의 도시에서 유래한 것이라 말하고 싶다. 바다 같은 호수(정말 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가 곁에 있어 언제라도 바람을 접할 수 있고, 예술과 특히 건축의 도시인 시카고 시내 곳곳의 공원과 미술관에는 사람들의 문화적인 충족을 위해 다양한 행사가 연중 이어진다. 여러 해 전 방문했을 때 시카고 심포니의 공연을 밀레니엄 공원에서 무료로 자유를 누리면서 관람한 행복했던 추억이 아직 생생하다.


시카고는 디자인과 건축의 도시라, 독특하고 멋진 건물들이 많다. 각각의 개성과 디자인을 표현한 초고층 빌딩들이 서로 잘 어우러진 시카고 스카이라인(skyline)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비록 상업적인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들이라 해도 균형 잡힌 라인과 조형미로 특히 석양의 미시간 호수에서 바라보는 시카고는 정말 아름답다. 1871년 발생한 미국에서 가장 큰 화재였던 시카고 대화재는 많은 인명피해와 더불어 도심 전체를 대부분 태워버렸다. 대화재 이후 시카고는 계획도시로 거듭나고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게 되며 미국 경제의 신중심지로 거듭나게 된다. 시내 중앙으로 걷기만 해도 서로 다른 모습의 작품 같은 멋진 건축물과 조경으로 시간이 아깝지 않은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상점마다 밀고 닫히는 문이 엄청 무겁다. 체구가 큰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건물도 우리네 것보다 더 튼튼해 보이는 것도 맞지 싶다는 유치한 생각이 들 정도다.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서로 부대끼며 스쳐가는 다양한 사람들, 특히 히스패닉이 많이 띤다. 노숙자들도 훨씬 많아진 듯한데 여기도 개와 함께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노숙자가 많다. 카페에서는 사람들이 떠들면서 즐겁게 식사한다. 그리고 각자 음식값을 계산하기 위해 카드를 들고 있다. 시카고 사람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스타벅스를 참 사랑하는 것 같다. 대부분 하나씩 들고 다닌다. 그리고 정말 많이 먹는다. 빵과 파스타, 햄버거 이렇게 먹으니 살이 안 찔 수가 없다. 먹어도 너무 많이 먹고 설탕 팍팍 쳐서 먹는다. 테이블 위에 소금과 설탕은 넘치게 있다. 미국은 올 때마다 느끼지만 살찐 사람이 정말로 많은 나라다.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이 세운 나라라, 먹는 것에 대한 자유도 조절하기 힘든 면이 많았는지 모른다.


시카고 블루라인(시카고 콩그레스선) 입구와 지하철 노선도

호스텔 식당, 창밖으로 철로가 보인다 / 조촐한 아침식사

 도심미관을 헤치는 것 같지만 나름 조화로운 루프지역 철로.



홀로 외로이 걷는 여행은 자기 자신을 직면하게 만들고, 육체의 제약에서 그리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안락하게 사고하던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저 "나는 걷는다" 1편 중)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으로 쓴 일본 기행기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