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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09. 2021

스마트폰으로 쓴 스페인(포르투갈) 기행기 1

기내, 두바이,포르투갈 (리스본, 까보 다 호카)

일상에서도 글을 쓰듯이, 여행 중에도 계속 기록한다. 갤럭시 노트 1, 5를 거쳐 지금 20을 쓰고 있다(갤럭시 노트 선전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글은 당시 첫 갤럭시 노트 폰(1)으로 쓴 것이다. 노트는 폰에 있는 워드를 손가락으로 타자 치듯이 입력하기 좋은 도구다. 여행하면서 순간에 느끼는 감정들을 남기는 데는 손안에 있는 폰이 가장 적당해서 쓰고 있다. 전문 작가도 아니고, 글이라고 내놓기엔 부족한 점도 많지만, 스스로에게 약속한 대로 하나씩 정리해 가면서 여행기를 써보려고 한다. 날짜와 시간 등은 노트에 입력한 그때 기록이고, 내용도 그 순간에 기록한 것이라, 다시 쓰면서 조금씩 수정한다. 



2012.08.20. 

자유와 태양과 열정의 나라, 스페인. 물론 처음엔 아테네의 하늘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하지만 휴가일수 눈치(?) 보느라 놓쳐버리고, 스페인 포르투갈 8박 9일 코스 ( 8/25~9/2 )로 변경시켰다.  첫 계획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태양과 열정의 아이콘으로 상징되는 나라(물론 지금은 대단히 어려운 실정이지만)라, 어쩌면 나와 더 잘 맞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오랜 직장생활 중, 어렵게 얻은 일주일의 휴가! 지금까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충전하고 재도약하기 위해 떠나기로 결심했다. 오늘 268만 원(여행 219만 원 유류할증료 440,000/EK항공인데, 할증료 너무 바싸다. 환차손 50,000) 여행사로 송금했다. 저질렀다. 강아지들은 오래된 친구가 맡아 주기로 했다. 힘든 직장생활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내 안의 자유를 다지고, 스스로를 위로해 주면서, 앞으로 건투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려는, 세 가지 목적을 가지고 떠나려 한다.


 2012.08.25. 

 저녁 10시 38분, 게이트 122. 비행기 좌석 가운데 열이다. 장거리 비행에선 가장 불편한 자리인데, 운 좋게도 복도 열로 바꿀 수 있었다. 시작이 좋아, 기분이 좋다.  EK 323, 23:55 인천 출발 두바이 경유 EK 191로 환승하여, 리스본 도착 일정이다. 늦은 저녁시간에 출발해 두바이로 가는 비행은 지루하지 않았다. 기내식 포함, 주는 대로 다 즐기며, 먹으면서, 영화도 보고, 스케치도 하면서, 비행을 즐겼다. 다만 들어간 것만큼 나오지 않아 속이 좀 불편했다. 여행 중에는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내보는 것도 문제다. 즐거운 여행을 하기 위해선 두 가지 관리를 잘해야 한다. 


현지시간 3시 50분, 온도 36도 두바이로 착륙 중이다. 라스본까지 두 시간으로 들었는데 8시에 다시 7~8시간 비행해야 한단다. 우와! 비행기만 16시간 탄다는 얘기 아닌가. 부산에서 온 친구들 얘기 들으니, 장단점 있다고 한다. KE나 OZ국적기 직항은 어르신들이 많이 타서 안 좋단다(어린 친구들의 생각이다). 기내에서 살짝 잤더니, 도움이 된다. 조금 덜 피곤하긴 하다. 두바이는 교통의 요지답게 사람들도 많고 면세점도 대낮이다. 인천공항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두어 시간을 구경하며 다녔다. 어차피 기내에서 또 7시간 이상을 앉아 있어야 하니까. 


스타벅스 앞엔 이미 사람들이 많다. 스타벅스는 세계 어디를 가도 같은 느낌을 줘, 나름의 향수를 구축하고 있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가 성공하는 이유는 획일화되고 균일한 품질 및 철저한 관리 때문만은 아니다. 낯익음, 친근감, 향수로 표시될 수 있는 인간 감정을 알고 자극하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내가 전에 함께 했던 누구를 만나면 얼마나 반갑겠는가 같은 이유다. 공항마다 스타벅스가 있다, 그리고 때로 그 스타벅스가 반갑기까지 하다. 스타벅스는 문화를 내세우는데 이미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마다 그곳의 이름이 새겨진 머그컵이나 특색 있는 텀블러를 판다. 여행객들은 수집의 기쁨도 누리고 여행의 추억을 위해서 하나씩 사 가지고 온다. 부피의 무거움과 가격의 부담도 기꺼이 감수하면서.  브랜드의 힘과 현대인의 감성을 통찰하는 마케팅의 힘은 인정하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애국자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외국 여행하면 더 알뜰 해 지는 것 같다. 안 먹고 안 써보려고, 여기저기 다니다, 결국 costa 커피라는 곳에서 한잔. 커피 한잔이 우리 돈으로 6000원 정도 한다. 스타벅스보다 비싼 것 같다. 앉을자리 찾다 없어서 카페로 왔다. 인천공항 처럼 좋은 곳이 또 있으랴. 여행자를 위한 편히 쉴 자리, 깨끗한 화장실 등 공짜 서비스가 최상이다. 아뭏튼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손에 손에 꾸러미를 들고 바삐들 움직인다.


공항에 올 때마다, 나름 새 힘을 얻고 가는 것은 여기선 정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디로 가든지, 오든지, 머물 수는 없는 곳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움직여야 하는 곳이 공항이다. 공감되는 우리네 인생 같다. 면세점에서 작은 쇼핑을 한다. 독수리가 달려있는 은제 티스푼 하나와 낙타, 견디는 것들의 대명사이다. 그리고 사막의 모래가 담긴 조그만 액자 두 개도 샀다. 강아지들을 돌 봐주고 있는 친구에게 줄 선물이다. 낯선 곳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이런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소중한 기회를 정말 아낌없이 누리고 싶다. 


리스본행 비행기로 갈아탄다. 오랜 비행이 힘들 긴 하다, 기내식만 네 번째,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8시간 정도 더 간다고 한다. 앉아 자든지, 먹든지 둘 중의 하나다. 주는 대로 먹는다(지불한 돈에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아까워서라도 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빵은 안 먹었다. 계속 가스가 차는 듯해서. 안 먹으니, 신기하리만큼 뱃속이 덜 불편하다. 같은 밀가루 음식이라도 라면보다 빵을 (빵에 따라서.) 먹을 경우 속이 더부룩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개인차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무심코 후식으로 먹은 비스킷 열량이 245kcal. 우악! 기절 일보직전! 기내식 열량은 왜 이렇게 높은가? 비행기 안에서 공부해야겠다.

   

만능 해결사 인터넷을 뒤져보니,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이 식사가 마지막 식사가 될지 몰라서요” 요즘처럼 비행기 사고가 잦다면, 웃어넘기기에만은 어려운 얘기다. 조난당해서 섬 등에 불시착하게 될 경우, 기내에서 먹은 식사만으로 견디어야 하기 때문에 나름 열량을 높여서 준비했다고. 거기에 덧붙여 우리의 인생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불시착할지 모르므로 항상 연료(삶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뜻하는 말이리라)를 충분히 채워 놓아야 한다는 일침과 더불어. 


아무튼 좁은 기내에서 운동부족으로 소화불량 되기 쉬운 요즘은 성인의 한 끼 열량과 비슷하게 맞추기도 한 단다. 하지만, 누가 기내식을 먹으면서, 이게 조난 시를 대비한 “고열량의 식사”라다 생각하고  먹고 싶을까.. 여행을 떠나는 누군가 에는 아주 행복한 시간의 첫출발을 알리는 즐거운 식사일 것이고,  귀국하는 누군가 에는 고향을 일깨워 주는 맛있는 식사일 것이다. 그것이면 족하다.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와 같다. 그래도 열량은 고 열량이다.


개인적으로 비행기를 탈 때마다 특히 장거리 노선에서, 힘든 점은 피부가 건조해지고 콧속이 건조해져 아주 답답하고 괴롭다. 알레르기 비염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공부하는 셈 치고, 인터넷으로 기내가 차고, 건조한 이유를 찾아본다. 대한항공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다. 국제선 비행기는 지상에서 11,000피트 상공에서 날게 되는데 이 높이의 공중은 대기온도 영하 56.5도 대기압은 지상의 25%에 불과한 3 PSI ( Pound Per Square Inch), 습도는 0.001%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여압장치, 온도조절장치, 공기 순환장치, 오존 제거장치 들로 이루어진 에어컨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한다. 기내에 멸균된 공기를 공급하고 헤파필터로 계속 순환시키면서, 오염 등을 방지하고, 좋은 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있으니, 에어컨을 통해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평소에도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데, 긴 시간 동안 계속 노출되어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내겐 더 답답한 것이다. 비행기를 많이 타면서 다져진 내 나름의 노하우는 미니 스프레이 (화장품 용기로 싸게 살 수 있다)에 화장수를 알코올이나 물로 약간 희석한 후 수시로 얼굴과 머리에도 뿌려준다. 생수를 넣어 뿌려도 좋다. 금방 상쾌해지고, 또 쉽게 건조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싼 미스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앞에 앉은 스페인 사람들(그런 것 같다) 가족인지, 아니면 동포라 그런지 무척 요란하게 얘기하고 있다. 열정적인 사람들이라 그런 가? 남자들이 재밌게 떠들며 얘기하는 모습이, 우리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좁은 자리에서 부대끼며, 일어나 화장실 가려는 데, “아 사막이 보인다” 감격스럽다. 이렇게 힘들게 가고 있는데, 보상이라도 주려는 듯 좋은 경험이다. 넓고 황량하고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하고 척박한 사막.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카라반들이 오고 가고 했을 길 인가! 저 황금빛 모래 안에 어떤 역사가 숨겨져 있을까? 지금은 그 사이 반듯하게 자리 잡은 마을도 간혹 보인다. 


리스본까지 3시간. 잠깐 잠이 들었었나 보다. 힘들다 무엇보다 콧속이 건조해져 힘들다. 머리도 어깨도 아프다. 스페인이 과연 이렇게 고생하면서도 왔어야 했을 곳 이길 바란다. 이제 곧 리스본이다.


 두바이 카페, 말이 많은 나라. 타일로 붙여진 말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두바이 스타벅스 (중동지방이지만, 미국산인 스타벅스는 잘된다.)

 기내에서 본 사막 정경 


 2012.08.27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로시오 (호시오) 광장으로 향한다. 번성했던 포르투갈 제국의 페드루 4세의 동상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대항해 시절에 바스 쿠다 가마가 인도항로를 발견하고, 바르톨로 매오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하여 제국의 위상을 드높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오늘날은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국가부채위기는 벗어났지만, 유럽연합국 가중 빈곤국의 하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인지, 광장 구경하는 것도 피곤했다. 


짧은 자유시간 후에 버스는 유럽의 땅끝마을 " 까보 다 호까 (Cabo da Roca) / ( 포르투갈어는 R을 호로 읽음 )로 이동한다. 차 안에서 자면서, 쉬면서 얘기를 듣는다. 까보 다호 까는 포르투갈 서부에 있는 "닻"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끝이라고 한다. 콜럼버스를 비롯한 중세에서 근대로 이르기까지 많은 탐험가들이 미지의 세계로 향한 항해를 떠난 출발점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장담되지 않은 망망대해, "희망"이라는 의지가 없었다면 어떻게 그들이 떠날 수가 있었을까? 억세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해변 절벽 위에서의 대서양"을 관망했다. 그리고 오래전에 개척의 의지로 미지의 세상을 향해 나아간 그들을 기억하면서, 2 유로를 주고 기념증을 받았다. 앞으로 어떻게 펼쳐져 나아갈지 모를, 우리의 인생은 분명 "이들이 생각했을 미래보다는 더 위험하거나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위로와 함께.


 저녁 12시 24분, 정신없이 피곤하게 여기 파티마까지 왔다. 대성당 앞에서 매일 열린다는 촛불집회를 본다. 스페인 포르투갈은 가톨릭 신도들에겐 성지 와도 같은 장소가 많은 것 같다. 이번 여행에도 성지순례로 온 분들도 있는 것 같다. 한 하나님을 모시는 방법이 참으로 다양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자신들의 마음을 돌아보고, 진실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기에 신심을 가지는 것이리라. 몸은 지쳐 쓰러질 것 같아도, 행복하고 평안한 밤이다. 


  까보 다 호카 십자가 탑을 바라보며 기념사진 찍는 사람들 

 까보다 호까 곶에서 바라본 지중해

밤에 본 파티마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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