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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09. 2021

스마트폰으로 쓴 스페인 기행기 5

마드리드(스페인 광장,프라도 미술관), 사라고사


2012.08.31.  

작은 호텔 조촐한 아침 뷔페엔 빵과 온갖 종류의 햄으로 가득했다. 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럽 여행할 만할 것 같다. 어제저녁 까르푸에서도 하몽같은 소시지 종류는 다양했다. 옛날 먹을 것이 부족했을 때 저장용으로 사랑받던 식품이 이제는 다양하게 만들어 간편식으로 사랑받는 식품이 된 것이다. 그래도 나트륨 함량이 높으니,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버스는 기타 연주를 흘려보내며 마드리드를 향해 달린다.


스페인은 하늘이 가까운 도시라고 한다. 전 국토의 1/3이 산 지고, 평균 해발고도 600m로 유럽에서 스위스 다음으로 고도가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 평창의 고도가 700m라고 하니 스페인은 나라 전체가 그런 편인 것이다. 유독 하늘이 푸르고 높은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마드리드에선 스페인 광장과 푸에르타 델 솔 광장, 마요르 광장을 들러 프라도 미술관 관람 일정이다.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은 마드리드 중심지로 “태양의 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마드리드를 상징하는 통통한 곰이 산매자 나무에 코를 비비는 동상이 유명하고 태양의 문 앞에 있는 포인트제로는 스페인 모든 도로의 기점이 되는 곳이다.  벽면 가득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아름다운 마요르 광장에서 잠시 사진 찍을 시간을 준다


마드리드 번화가 그랑비아 거리 입구에 있는 마드리드 에스파냐 광장(스페인 광장)에 세르반테스 기념상이 있다. 차 안에서만 보고 지나쳤던 라만차의 아쉬움을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달랜다. 앉아 있는 세르반테스 앞쪽에 청동으로 조각된 애마 로시난테를 타고 창을 높이든 돈키호테와, 나귀를 타고 있는 산쵸 옆에서 손을 번쩍 들고 사진을 찍어 본다. 에스파냐 광장은 여행객들도 많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특히 개를 산책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를 좋아하고, 키우는 사람으로서, 어딜 가든 그 지역의 개를 보면 반갑다. 쓰다듬어주면, 대부분의 주인들은 자기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관대하다. 개를 통해 대화도 이어가고, 추억도 만든다. 여기도 많은 개들이 스페인 개답게, 아무 데서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정면 창문 쪽 벽화가 인상적인 아름다운 건물의 마요르 광장

  에스파냐 광장에 있는 돈키호테 동상 


드디어 보고 싶었던 PRADO미술관 관람이다. 프라도 미술관은 페르난도 7세 때 왕립박물관으로 만들어진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다. 프라도라는 말은 프라토(prato : 초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많은 박물관들이 귀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귀족들을 맞이 하기 위해 도시에서 벗어난 초원, 드넓은 잔디 위에 세워졌다고 해서 그렇게 명명했나 보다. 단체여행 특성상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가이드께서 봐야 할 그림만 보고, 약간의 자유시간을 주겠다고 한다. 그러니, 꼭 붙어 다니고, 길 잃지 말라는 것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설명한 명화가 패키지여행에선, 찍고 가는 명작들이 돼 버린다. 엄청나게 큰 미술관을 많은 사람들 속에서 짧은 시간에 모두 구경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자리에서 감상은 사실 어려운 일이고, 명화에 대한 설명만 메모했다. 이제 시간이 되니, 잠깐 그 내용을 인터넷으로 찾아본다. 그리고 이번 정리를 위해 세계 미술관 기행 시리즈 (다니엘라 타라 브라 지음) 중 프라도 미술관 책을 샀는데, 그림 인쇄가 잘 되어있어, 봤던 명화에 대한 추억이 더욱 새롭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동산/ 건초 수레” (목판에 유채물감 , 세 폭 패널 제단화로 오른쪽 패널에 지옥이 왼쪽 패널에 에덴동산, 중앙에 점점 타락해가는 인간의 변덕스러운 사랑 1510년)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그 시대의 교훈적인 그림으로, 상상력을 화폭으로 옮겼다. 건초 수레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건초 안은 비어 있어, 불씨 하나면 그 더미가 다 타버린다 는 그림이 전하는 의미는 비단 중세 암흑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리라. 보티첼리의 작품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이야기 (데카메론에서)”는 총 4장으로 3장이 이곳 프라도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내용은 섬뜩할 만큼 여성 비하적인 내용으로, 이런 그림을 보여주며 좋아하는 여성과 결혼한다는 것 등이었고 의미는 초기 원근법 적용했고 소실점이 없다고 한다. 


성모 표현의 대가로 유명한 라파엘로의 작품들,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티치아노는 회색,  붉은색을 제대로 표현한 화가였다. 톨레도에서 봤던 엘 그레코의 다른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의 강렬하고 인상적인 모습은 잊기 힘들 것이다. 그는 손을 잘 그렸고, 색감도 다른 화가와 다르며, 얼굴은 작고 몸집을 크게 그렸으며 근육을 부드럽게 잘 꺾어 놓았다고 한다. 시대를 앞서간 화가답게 그림에서도 특별함이 보인다.  “시녀들”로 잘 알려진 벨라스케스는 천재화가였으며, 24세에 궁정화가 되어 스페인 왕실의 많은 그림을 그린다. 그의 여러 작품을 직접 보면서 천재화가 일 수밖에 없겠단 생각을 했다. 고야의 “옷을 입은(벗은) 마야” “1808년 5월 3일” 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수의 유명한 화가 작품들을 아주 짧은 시간에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가면서 훑어보기만 했다. 소망이건 대, 나중에 자유여행 와서 프라도 미술관을 며칠이고 보고 싶은 마음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인간의 과거 현재, 아니 미래까지의 모든 행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사 속에 녹아져 있고, 그 자체가 역사이며,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 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현재를 소홀히 할 수 없으며, 과거를 마냥 저버리지도 못하며, 스쳐간 누구라도 지금 내 곁의 누구라도 홀대해서는 안 된다는 우주적인 공동체 의식을 되새기게 된다.  공감하기 때문이다.


   프라도 미술관 정경


모처럼 눈과 마음 호강을 하고, 늦은 오후에 고야의 고향 사라고사에 도착했다. 필라르 광장에서 잠시 시간을 가진 후 호텔로 향했다. 여장을 푼 후 간단한 석식을 하고 호텔 앞 공원에 산책을 나가본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지만, 놀이터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이들의 삶을 느낀다.   


마침 비스킷이 있어 아이에게 주며 말을 걸어본다. 루시아라는 두 살 반 여자아이가 바람이 꽤 찬데도, 엄마 랑 같이 논다. 아무리 바람이 차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해지면 집으로 불러들이고 텅 빈 우리네 놀이터와 달리 이들은 달빛 아래서도 사이좋게 논다. 아빠는 어린아이들을 시소에 앉혀 흔들거려주고, 루시아 엄마는 놀이터 가로등 불 아래서 아이에게 점퍼를 입히고 품에 안고는 책을 읽혀준다. 저편에선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농구를 한다. 환한 달님도 이들을 더 밝게 바쳐준다.  바람이 너무 불어 나는 오히려 들어갈 생각을 하는데... 아이들과 엄마 아빠는 여전히 들어갈 생각도 않는다.


아무리 구제 금융의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해도, 사람들은 일상의 삶을 즐긴다. 여유 있고 친절하다. 이런 여유가 스페인의 매력 아닌가 싶다. 우리는 불안정한 시절을 많이 겪어서 인지 개인이든 나라 든 무슨 일이 닥치면, 많은 혼돈을 겪는 것 같다. 뭔가가 없으면, 불안해지고 여유가 없어진다. 안심하지 못한다. 늘 확실한 것을 쥐고 싶어 한다. 물론 그런 열정이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일어서게 했겠지만. 급한 성정! 어쩔 수 없는 역사의 산물이라 생각하면서도, 움켜쥐고 붙들고 안심하려고만 살아온 자신이 부끄럽다 생각이 든다.  벌써 아홉 시 20분이다. 스페인의 하루는 참 길다. 아홉 시는 돼야 해가 진다. 아이들 소리가 밝고 명랑하다. 저렇게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데...스페인은 곧 회복될 것이다. 


   사라고사 필라르 대 광장 / 멀리 라세오 대성당의 첨탑이 보인다 


     루시아가 놀던 호텔 앞 공원 놀이터 / 늦게까지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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