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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09. 2021

스마트폰으로 쓴 스페인 기행기 7

바르셀로나  2 (가우디), 여행후기



2012.09.01. 

떠나는 걸 아쉬워하는지 날이 좀 흐리다. 작은 차, 개,  쉼과 여유를 사랑하고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지도 밀어내지도 않는 자연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스페인을 오늘 떠난다. 일정은 비행기 보딩 전까지 성가족 성당과 구엘 공원을 방문한다.  성가족 성당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상징물처럼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외관의 특이함도 유명하지만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150년 이상을 짓고 있는 창작물이란 점. 사실 유럽에선 몇 세대에 걸쳐 건축을 하는 것도 드물지 않다. 주로 사람의 힘으로 건축하다 보니, 건축 자체로도 시간과 인력을 많이 요구하고, 자재 등 재정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영향 등으로 지연되기 일 수였다. 고딕 양식의 대표적 건물인 쾰른 대성당도 1288년부터 1880년까지 지었다고 하니, 무려 600년 동안 지은 것이다.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를 빼고 얘기할 수 없다. 안토니오 가우디는 1852년에 태어난 스페인 카탈루나의 유명한 건축가다.   “바르셀로나를 지금도 먹여 살리는 건축가”라는 위키사전의 표현이 정확히 맞다고 생각한다. 그의 대표적 건축물을 모두 보기엔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가이드는 그 장소에서 총체적인 설명만 하면서, 사진 찍을 시간만 준다. 가우디에 대한 자료를 이 글을 쓰면서 잠시 문헌으로도 찾아본다. 


가우디의 일생에 대해서는 어린이들에게도 많이 얘기해 줄 정도로 일화가 많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고 감수성이 뛰어난 조용한 성격이었던 특이한 아이, 건축학교 시절에도 교장선생님이 졸업식 때 천재인지, 광인인지 모르겠다며 졸업장을 줬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가 짓고 있는 성당 앞에서 전차 사고로 쓸쓸히 죽어갔으며, 모습이 남루해 처음엔 가우디가 죽은 것인지도 몰랐다는 얘기 등 그의 작품을 보고, 얘기를 들으면서 몇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는 신앙심이 깊고, 정직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평생 자신의 일을 사랑한 인간적인 천재였다는 사실이다. 바르셀로나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건축가로서의 자질을 발휘하여 명성을 떨칠 즈음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자산가 구엘 가문의 전담 건축가가 된다. 가우디도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요 건축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구엘 가문의 안목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의 작품은 많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성가족 성당" 일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Templo Expiatoria de la Sagrada Familla )는 1882년부터 짓기 시작해서 가우디 생전에는 “탄생의 파시드”만 완성되었다. 가우디는 이 성당을 짓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생각하고 생전에 많은 모형과 스케치를 남겨두었다고 한다.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후다닥 해치우고 싶은 욕심도 있을 법할 텐데,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이 후에는 제자가 이어서 건축하고, 이어 오늘날까지도 공사 중이다.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완공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데, 재정적으로 조금 어려움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도시계획으로 지은 "카사 밀라" (맨션아파트) 이 아파트는 시멘트로 곡선을 만든 것이 아니라 돌을 깎아 만들었다고 한다. 산을 모티브로 만들었고 100년이 지난 지금도 멋진 아파트다.  동화 속에 나올법한 약간은 기괴한 모양의 "카사바 요트"(바 요트의 집)는 고래뼈를 모티브로 했다. 잘 알려진 "구엘공원"은 처음엔 후원자인 구엘을 위한 집을 짓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으나, 여간이 맞지 않아 중단되었는데, 바르셀로나 의회에서 구입해 공원을 만들었다. 공원 곳곳에 특이하고 아름다운 가우디의 역작이 있어 스페인 사람뿐만 아니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름다운 곳이다. 구엘공원, 성가족 성당, 까사 밀라 등 7개의 가우디 생전의 건축 작품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예술을 평할 입장은 아니지만, 가우디의 건축 원칙은 가능하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건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봐도 그의 건축물들은 자연 속에선 물론이고, 어디에서도 아름답지만, 특히 조화롭다. 그리고 그의 감동적인 철학 “곡선은 신의 선이고, 직선은 인간의 선이다,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그의 정신은 건축이라는 물리적인 작품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형태 없이 고정되지 않고 흐르는 덕, 동양에서 말하는 "유연함"에서 바탕된 것이다. 마음 자체가 딱딱하고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바람 같았기에 나는 그가 곡선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속엔 “사랑”이라는 신에 대한, 인간에 대한 믿음이 뿌리박고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격식에 얽매인 귀족 신앙인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외로운 천재 건축가 가우디였다. 


차창으로 본 까사 밀라 /  구엘 공원의 석벽

   아직도 공사 중인 성가족 성당

성가족 성당 내부 / 성가족 성당 외부 벽면. 한글 기도가 보인다



이른 저녁식사를 간단히 한 후 공항으로 이동한다. 출국 수속 일정까지 잘 도와준 가이드 선생과 아쉬운 인사들을 마치고 출국장을 거쳐 탑승장으로 간다. 오후 4시12분 보딩, 운 좋게 두바이까지는 복도석 열을 받았다. 기내에서 메모한 것들을 뒤적여 보고, 잠깐 눈부친 후 그림 한 점 스케치한다. 두바이 공항 오전 2시 30분 도착, 이번엔 대기시간이 짧아 부지런히 환승장으로 간다.  EK322로 오전 3시30분 인천공항으로 출발한다. 3시26분 창가 좌석에 앉았다. 이제 한 숨자고 나면, 인천공항에 가까워질 것이다. 올라! 스페인 다음에 또 만나자 아디오쓰!


구엘공원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전경 


기행기를 마치며 / 후기  2021.03.14


스페인 여행하면서 사온 나의 수집품 강아지다. 왼쪽은 2012년 방문했을 때 바르셀로나 엘 꼬르떼 잉글레스 백화점에서 사 온 불도그 인형이고, 오른쪽은 2019년 다시 갔을 때 사온 강아지 인형이다. 누가 봐도 스페인 작품 같지 않은가.  오른쪽 개는 당연히 가우디를 생각나게 한다. 왼쪽 개는 바르셀로나를 보여주는 듯 창의적이다. 당당한 자태, 저렇게 멋있고 화려하게 장식해 놓은 불도그를 본 적 있는가? 디자인과 예술과 열정의 스페인을 해학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로마와 카르타고,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의 식민지로써 고통스러운 역사를 품고 살아오면서도 끝내 독립을 이루고, 과거의 아픈 역사, 영광스러운 역사 모두 당당함으로 녹여,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을 이뤄낸 멋진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개인의 역사도 도전(Challenge)과 응전(Response)의 연속이고, 어떠한 도전을 할지,  어떠한 응전을 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현재가 있기에 상쇄될 수도 있다. 오늘을 사는 스페인은 내게 적잖은 자극과 기쁨을 주었다. 어제도 내일도 말고 오늘, 바로 지금을 즐기라고!

매 순간 꽉 찬 충만함을 느끼며 살라고..



p.s  2012년 여행하며 스마트폰(갤럭시노트1)으로 기록했던 글들을 이번에(2021년) 수정하면서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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