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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09. 2021

스마트폰으로 쓴 스페인 기행기 6

몬세라토, 바르셀로나 1 (올림픽 스타디움)


2012.08.31   

여행의 마지막 일정, 카탈루냐주의 바르셀로나를 향해 간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출국하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바르셀로나 근교 몬세라토산에 있는 산타마리아 몬세라토 수도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스피커에서는 애절한 스페인 노래가 울려 나오고 나는 저 노래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아쉬운 마음으로 창밖의 사라고사를 뒤로 하고 간다. 아침저녁으로 매섭고도 강했지만 결코 차지만은 않았던 바람처럼, 이후로 스페인은 온갖 매력과 애환으로 다가올 것 같다. 


스페인 속에서 이탈리아를 느꼈고 영국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삶이란 어쩌면 갈수록 살아 볼만한 것이지 않은가를. 이렇게 새로운 게 많은데 호기심 충만한 내겐, 신비 그 자체이고 할 일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격려하고 무시하지 않으면 된다. 아테네에 너무 의미를 둬 선지, 사실 출발 때는 별 기대 않은 여행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여행이 되었다. 황량한 이 산과 들이 결코 황량하지만은 않았다.  세상 어떠한 일도 자신과 이해 관계없으면 점차 냉랭해 가는 많은 사람들, 난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결국 나도 그들의 하나일 뿐. 여행을 통해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의 역사와 풍습과 문화를 잠시라도 공감하면서, 말은 통하지 않아도 교류되는 것을 느껴본다.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맞는 말이다. 새로운 무엇을 만날 생각 말고 자아를 더 깊이 알아가는 계기를 준다는 말 아닐까. 이번 여행을 통해 마음 근육을 더 강화시키고 내 안에 있었던 용기와 긍정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넓고 넓은 들판, 산이 없다. 나지막한 구릉은 깎아서 납작하게 만들었다. 데스밸리에서 본 풀과 같은 것들이 자라고 간혹 개간된 곳에서는 옥수수가 심겨있다. 스프링 쿨러가 돌아가지 않으면 바싹 말라죽을 것 같은 땅, 이들이 왜 바다로 밖으로 뻗어 나가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우리가 찾아가는 도시들도 결국 저런 석회암 위에 세운 것이 아닌가 생각하니, 인간의 의지만큼 단단한 것은 없는 듯싶다.

얼마나 갔는지 휴게소에 들러, 거품이 풍성하고 코코아 파우더가 살짝 올려진 카푸치노 한잔 마신다.


몬세라토( Montserrat)는 카탈루냐어로 “톱니 모양의 산”이란 뜻이며, 오래전 지각의 변동으로 뾰족한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길게 이어져 오늘날의 독특한 모양을 이루게 되었다. 바위산의 중턱에 아서왕의 성배의 전설에 나오는 산타마리아 몬세라토 대 수도원 (Santa Maria de Montrerrat Abbey)이 위치하고 있다. 산타마리아 수도원은 예루살렘, 산티아고, 로마와 더불어 세계 4대 기독교 성지라고 한다. 이 수도원은 베네딕토회 수도원으로 지금도 수사들이 봉사하고 있다. 성당이나 수도원, 교회 등이 세워진 곳에는 예전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산타마리아 성당도 그런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몬세라토 산타마리아 수도원은 카탈루냐 지역의 오래된 성지로써 주민들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왔고 종교적인 영향력도 끼쳤다. 가우디도 성가족 성당을 짓기 전에  자주 들러 영감을 받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12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하는 검은 마리아상을 제외하고는 지금의 수도원은 18세기 프랑스와의 전쟁 후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검은 성모 마리아상은 카탈루냐의 수호성인인 "라 모레네타"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나무로 만든 목조 조각상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가 검은색으로 변해져 검은 마리아상이 되었다고 한다. 손을 얹고 기도하면, 병이 낫게 된다는 전설이 있어서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오늘도 성당 안에선 우리 외에도 많은 여행객들이 유리관 안에서, 구슬을 든 손만 내 놓인 검은 성모 마리아 상을 만나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쇠퇴해가는 문제가 발생되는 유물들은,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정교한 기술로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간혹 특정인의 예측할 수 없는 잘못된 행동(미켈란젤로의 피에타 파괴 등)이 문제를 일으켜, 보호와 안전관리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더 나아가 근대에도 자행되었던 특정지역들의 유적지 파괴를 보면 개인적으로 마음이 참 아프다. 어느 지역에서든 그 땅에 있는 것(유물)들은 그들의 것, 맘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진 문화적인 "책임"이란 생각을 왜 못하는 것일까. 문화유적은 "인류"라는 우리 모두가 함께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맡겨진 소중한 "책임"이란 생각을, 긴 줄에서 기다리며 가져본다. 


성당으로 향하는 길에 음각으로 조각된 성 조르디 조각상은 가우디의 제자 조셉 마리아 라비치의 작품으로, 어느 방향으로 보든지 보는 사람의 보는 사람의 시선을 따라오는 느낌이 들도록 조각한 작품이다.성당에서 검은 성모 마리아상을 본 후,  주변에서 사진 찍고 둘러볼 짧은 시간을 준다. 성당이라고 순례자만 온 것은 아니다. 산 중턱을 깎아 멋지게 성당을 만들고 주변 경관을 아름답게 해 놓아 가족들 여행도 오는데, 강아지까지 데리고 온다. 진짜 가족이니까, 성지에도 데리고 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어떤 남자는 커다란 개와 같이 왔다. 국경을 넘어가며 트래킹 하는 것도 유럽에선 흔한 일이다. 반려견을 두고 온 나는 참 부러웠다. 


몬세라토 산 중턱에 위치한 몬세라토 수도원 

 수도원 입구 성인 동상 앞에서 쉬고 있는 트래킹족 / 강아지와 함께 온 가족 나들이 



 몬세라토를 떠나 드디어 바르셀로나로 들어간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주의 주도로 스페인 동부 연안지역에 위치한 스페인 제2의 도시다. 고대로마의 식민도시였던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고, 중세시대와 18세기 이후 근대건축의 활발한 성지로도 알려져 있다. 모더니즘의 실험적인 건물이 18세기 말 바르셀로나의 신도시 계획에 맞춰 다양하게 지어졌고, 그 주역은 잘 알려진 대로 안토니 가우디이다. 그리고 가우디와 더불어 20세기 독특하고 개성 있는 세계적인 화가들 피카소와 호안 미로, 살바드로 달리를 배출한 문화와 예술이 일상의 건축과도 잘 어우러진 도시다. 바르셀로나의 분위기가 그런 것일까.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이해받지 못했던 동시대를 뛰어 넘어가면서까지 자신의 개성을 아낌없이 나타냈다는 용기와 열정을 높이 사고 싶다.


성가족 성당 주변 상점 앞 브로마이드,  스페인 사람들을 위한 선물 같은 위인들 아닐까..


아무튼 하루밖에 여정이 남지 않은 바르셀로나의 일정. 알차고 즐겁게 보리라. 오후엔 몬주익 언덕과 바르셀로나의 가장 번화한 거리 람브라스 거리와 포트벨 오트 선착장의 콜럼버스 동상을 보러 간다.  먼저 바르셀로나 올림픽 스타디움 (올림픽 류이스 콤파니스(Estadi Olímpic Lluís Companys ) 구: 몬주익 올림픽 스타디움)이 있는 몬주익 언덕으로 버스는 올라간다. 몬주익 언덕은 로마시대 유대인을 몰아넣은 애환이 있는 산이라고 한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지은 건물이 아니고, 1929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은 것으로 보수 개축 후 올림픽 경기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웅장한 건물 외관도 돋보였지만, 가이드가 꼭 보여주는 곳이 있는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마라톤 우승자 황영조 선수 기념비가 있는 곳이다. 우리들도 감동스럽게 보았지만, 스페인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겐 큰 자부심이라고 한다. 올림픽의 피날레인 마라톤에서 우승하고 대한민국의 깃발을 휘날린 곳에 우리말로 쓰인 기념비가 있는 것이다. 강원도가 고향인 황영조 선수의 기념비를 경기도에서 세운 이유는 강원도가 바르셀로나 시와 자매결연을 맺어서였다고 한다. 올림픽 경기장 앞에 개인 기념비를 세운 건 처음이라고 하는데, 스페인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느끼게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성화봉송대 / 황영조 선수 기념비 

  

람브라스 거리 끝 쪽,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포트벨 항구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6명의 인디언을 데리고 들어온 곳이라 한다. 오른손으로 바다(대서양)를 가리키며 서 있는 거대한 콜럼버스 동상이 있다.  세계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1888년 바르셀로나 세계박람회 때 새운 것이라고 하지만, 미지의 미래를 향한 그들의 자부심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살아있는 바르셀로나를 잘 느낄 수 있는 람브라스 거리에서 짧은 자유시간을 가진다. 사람들은 모처럼 쇼핑도 즐기고 시장 구경을 한다. 가이드 선생과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바깥구경을 한다. 오늘 저녁이 지나면 스페인을 떠난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들지만,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참 맛있었다.


 멀리 대서양을 가리키고 있는 콜럼버스의 동상이 있는 포트벨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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