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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08. 2021

스마트폰으로 쓴 후쿠오카 기행기 1

후쿠오카 1

2017.05.14~05.17 후쿠오카 나가사끼 여행. 출발은 단체로, 일정은 자유로 여행한 기록이다. 갤럭시 노트 5에 있는 워드로 기록하였다. 이제 정리하여 책으로 내니, 다시금 자유롭게 여행 다니던 코로나 이전의 시간들이 그립다. 하지만 곧, 이 시간도 그리워할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헤이 카카오에서 아련히 흘러나오는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을 들으며 쓴다.



2017.05.14.

애잔한 눈빛과 마주치고 말았다. 그래도 녀석은 적응력이 빠르니 잘 있을 거다. 3박 4일이니 부담도 덜 된다. 기저귀로 깔린 현관 앞 화장실을 보니, 동생에게 미안하다. 여행은 비우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나는 빈 가방을 채우러 가는 듯, 가벼운 가방을 들고 간다. 암튼 내일은 후쿠오카를 걸어보자!  


공항에서 어떤 미국 여성이 한국에서 2년 동안 키우던 고양이들을 데리고 간다. 끝까지 책임지는 정신이 부럽기도 하다. 사랑하기에 아무 대가 바라지 않고 한단다. 남의 나라도 떠나는 두 냥이 녀셕의 눈빛이, 눈에 밟혀 사진을  찍어 둔다. 잘 가 잘살아. 한 시간 반 비행거리, 작은 비행기의 흔들림이 치마 커프단 흩날리며 달빛 아래 숨어, 춤추는 시골 연인을 보는 듯하다. 하늘은 맑고 파랗다. 황사 때문에 파란 하늘 본지도 오랜만인 것 같다. 이틀 동안,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말자 모르는 낯선 거리를 그냥 다녀보자"라고 하지만, 같이 가는 일행들이 많다.


 미국까지 가야 하는 냥이 녀석의 눈빛이 애처롭다. 건강히 잘 가서 잘 살아!


오후에 도착해, 작지만 교통조건 때문에 예약한 하카타 역 근처 호텔에 짐 풀고 시내로 나왔다. 나가사키는 모레 가기로 한다. 역 주변으로 걸어와서 요도바시점에서 몇 가지 사고 서브웨이에서 잠시 쉬며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었다. 항상 적당히 사는 사람이 잘 사는 것 같은데 수긍하긴 싫다. 


마침 후쿠오카 시립박물관에서 폼페이 벽화전을 하는데, 모모이치 해변 쪽이라 가보고 싶었다. 하카타역 주변 거리는 다 걸어 다닌 것 같다. 주로 쇼핑센터밖에 없었지만. 근처 백화점의 취미 코너에서 마른나무들을 파는 것을 봤다(표지 사진). 장식으로 쓸 건지, 새 키우는데 쓰는 건지, 어쩜 디자인 용도로 쓸지도 모르지만, 버리는 나무 조각도 다듬어 돈 받고 파는 일본인들의 상술을 볼 수 있었다. 다자이후는 생각보다 멀고, 내일 세이류 온천을 다녀오면 늦어 못 갈듯하다. 인근 카페에서 간단히 때우고 쉰다.


하카타역 뒷골목 / 비건 식당 간판

1인 테이블이 대세다. 혼자서 먹어도 부담 없게 되어 있다. 


2017.05.15  

오전 8시도 안돼 간단히 아침 먹고 움직였다. 모모이치 해변가의 후쿠오카 시립박물관으로 간다.  폼페이 벽화전을 보기 위해 물어 물어 찾아왔는데 오늘 휴관이란다. 아! 보고 싶었는데. 첫날부터 어긋난다 싶었지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던가. 이참에 오롯이 낯선 여행을 즐기고 있다. 아침에 하카타역에서 길 묻느라 여학생들 하고 웃으며 사탕 놔눠 먹고 재밌게 보냈다.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이방인이 주는 사탕에 재밌어한다. 지금은 후쿠오카 시립도서관 쪽으로 가면서 한적한 길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돌의자에 앉아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스케치 한 장 그린다.


아까 박물관에서 산책 중인 개 두 마리 "미꾸리와 로또"를 만났는데 11살인데도 건강해 보였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웃으며 얘기하고 소박하게 사는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박물관을 휴관일에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개와 산책 올 수 있다는 것 점이 좋았다. 새소리 속에 공기가 깨끗하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오늘의 목표였던 폼페이전 관람은 못했지만, 좋아하는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시립박물관에서 놀고 있는 미꾸리와 로또와 주인아주머니들.

텅 빈 후쿠오카 시립박물관 강아지와 산책하는 주민 / 근처 슈퍼에서 산 소박한 점심



마땅히 들어갈 곳도 없어서 점심은 김밥, 유부초밥과 야채주스 사서 옆 공원에서 먹기로 한다. 여긴 도시락 문화가 워낙 발달해, 길거리 벤치에 앉아 먹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일본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사는 여건은 우리보다 못해도, 실리적이고 검소한 편이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지금쯤 우에노 공원에 도시락 싸서 벚꽃구경 나온 사람들 많을 것이다.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에 공원 벚나무 아래 도시락 먹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아참, 5월이면 벚꽃은 졌겠구나. 이제 세이류 온천과 텐진 쪽으로 가보자. 하카다역으로 와서 2시 정각 세이류 온천행 버스를 탄다. 사람들이 많이 탔는데, 정각 출발하더니 4분 빠르다고 "죄송하다면서" 잠시 쉬어 시간을 맞춘다. 짜인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체계화된 삶이다. 좋고 나쁘고를 말할 수 없다.


세이류 온천은 하코네 온천보다는 못한 것 같다만, 피곤한 몸 잠시나마 달래기는 좋았다. 1,400엔 속엔 하카타역에서 여기까지 실어다 준 차비도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가까워서 그런지 부산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다. 온천을 마치고 급한 성정이 어디가랴. 5시 10분 차를 타기 위해 30분 전에 나왔다. 사실 더 오래 있기도 힘들었다. 주차장에 늘어져 있는 고양이와 논다. 고양이 나라답게 고양이가 많고 만져도 상관 않는다. 하카타역까지 오는데 노곤하다.

                    

세이류 온천 주차장의 터줏대감 일본 검은 냥이. 사람이 가도 싫어하지 않는다


가락국수 맛집을 찾기 힘들어 한큐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에서 가락국수를 시켰다. 그런데 가락국수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국물이 약간 짜긴 했어도 아주 시원하고 맛있었다. 연근튀김 3개가 같이 나왔는데 아삭거리고 맛있었다. 온천 후라 배가 고파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기분 좋게 먹고 인사까지 하고 나왔다. 낯선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고향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오늘 소박한 가락국수 국물에 마음이 따뜻이 녹았다. 


백화점 입구에서 오방떡(예전에 그렇게 팔았던 것 같다/왕풀빵)을 파는데 사람들이 줄을 섰다. 100엔 주고 통팥으로 하나 샀다. 팥을 좋아하는 지라 맛있게 먹는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몇 개에서 열개가 넘게 많이 포장해가는 일본 사람들을 보니, 단걸 참 좋아한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어땠을까. 지금 "탄수화물 안 먹기" 열풍이 온 나라에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김치 많이 먹으면, 심혈관계 질환 우려된다(짜서..), 단 것 때문에, 탄수화물 때문에 비만에, 당뇨병에 온갖 정보 때문에 다들 박사다. 예민한 사항이긴 하지만, 요즘 종방에서 건강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정보의 범람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적당히"다. "적절히"다. 잘 아는 대로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서 아무리 같은 음식이나 생활을 한다고 해도 똑같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이지 않은가? 적절히 맛있게 먹고 잘 컨트롤하면 된다. 그리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힐링하는 것도 스트레스 많은 현대인들에겐 때로 필요하다. 다 똑같을 순 없다. 아무튼 왕풀빵(왕풀빵)은 아주 맛있었다.


  백화점 지하 슈퍼에서 파는 평범한 가락국수지만, 맛있게 먹었다. 물을 엄청 먹긴 했지만...

  왕풀빵(오방떡)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 종업원들


배부르고 기분 좋아 좀 더 산책하다 들어가야겠다 싶어 걷는다. 역 안내소에서 낼 여행할 나가사키에 대해 물어보고 가이드북을 얻었다. 동편 출구 쪽 스타벅스에 가서 후쿠오카 텀블러 구경하는데, 직원이 친절하게도 종이컵에 커피를 조금 준다. "이런 고마울 데가 있나" 그렇잖아도 너무 달아 커피 생각이 났었다. 작은 친절에도 여행자는 감동을 받는 법이다. 이제 100엔 샵에 가서 발바닥 패치나 사서 붙이고 일찍 쉬어야겠다. 


 퇴근길에 왕풀빵(오방떡)을 사 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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