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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08. 2021

스마트폰으로 쓴  후쿠오카 기행기 3

후쿠오카 2



저녁엔 텐진 파르코 백화점 지하상가에 있는 무제한 회덮밥 집(우오스케 쇼쿠도)으로 갔다. 일행이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유명한 곳이라 해서 가보기로 했는데, 백화점 지하 자그만 식당에 사람들이 많아, 조금 기다렸다. 사진은 그럴듯하게 나와있는데, 그리 근사하진 않았다. 밥공기에 밥을 반쯤 담아주고 그위에 회를 담을 수 있는 만큼 담아서 먹는 것이다. 한 번만 가능하다. 무제한의 의미가 우리나라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래도 담을 수 있는 만큼 실컷? 담아 본다. 직장인들이 무제한?을 즐기려고 퇴근하고 많이 오는 것 같다. 


열혈 애국자는 아니지만 남의 나라에 와서 돈 쓸 때는 본전 빼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한다. 이번 여행에서 맛있었던 것 중 하나는 낮에 나가사키 로컬푸드식 야채가게에서 판 완숙 토마토였다. 토마토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참 맛있는 토마토였다. 더 사 오지 못해서 아쉬웠다. 사람들이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한다. 나가사키 백화점에서 유명한 카스텔라도 아주 달았다. 단 것을 참 좋아한다. 일본인들은 이빨이 약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치열이 고르지 않고, 지역적 특성과 식습관(생선을 많이 먹어 저작운동을 덜 하다고 함)때문이라고 한다. 좋지 않은 데다. 단 걸 좋아하니 안 좋을 수밖에 없겠다 싶다. 대맥 분말이 어제 하카타역에서 산건 1350엔, 오늘 나가사키에선 800엔 거의 500엔 차이다. 나가사키가 지방이라 그런지, 물가가 확실히 싸다.   


바쁜 지하역사 내  / 저녁을 사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포장의 천국, 당근도 하나씩 포장했다.


2017.5.17 

짧은 일정을 끝내고 공항으로 가려고 하카타 역으로 나왔다. 시간 여유가 많이 있어, 서쪽 입구 벤치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보며 이런저런 일본을 생각해 본다. 


오늘 아침에도 역 앞에는 학생들이 다닌다.  여학생들은 세일러복을 입고, 남학생들은 예전 교복을 입는다. 일본 올 때마다 드는 생각, 하나는 부모와 자식 세대에 보이는 연결 끈이 있는 것 같다. 아버지가 입은 교복을 아들이 입고, 엄마가 입은 교복을 딸도 입는다. 교복 얘기는 엄마나 딸이나 통할 것이다. 아이 손을 잡고 길을 건널 때도, 아이에게 메이와쿠 카케루나(남에게 폐 끼치지 마)를 가르친다고 한다. 신호 위반해서 다치면 운전자는 어떻게 되겠냐를 생각해보라는, 일본의 전통적인 메이와쿠 문화 교육으로 남에게 폐 끼치지 않도록 교육하는 의미로 그렇게 하겠지만, 철저한 개인주의로 정립되는데도 도움을 주는 건 아닐까는 생각도 든다.


역 주변 문화가 발전한 것은 네덜란드에 나가사키를 개방한 후 일찍 서구문화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일본문화엔 의외로 유럽의 흔적이 많다. 어떤 장소가 아니라 생활 자체에서도 서구풍을 좋아하는 편이다. 빵을 많이 먹고 커피도 즐긴다. 꽃과 정원수, 마당 정원을 아름답게 잘 가꾸고 다채롭게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아기자기한 것의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일본 어디를 가도 있는, 손 흔드는 고양이 인형(마네키네코) 아닐까. 손짓하며 부르는 고양이 인형이라는데, 색깔과 모양에 따라 복도 다르다고 한다. 일본 토속신앙은 보이는 모든 것들을 신격화한다. 신만 800만이 넘는다고 하니, 어디서도 완벽하게 자유로울 순 없고, 복잡한 연을 맺고 사는 건 아닌가 싶다. 그래도 그 꼼꼼함을 즐기고 사는 것이 신기하다. 사람들이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이 드신 분들도 "혼자서도 잘해요"를 좋아한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취미생활도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물론 사방에 둘러 쌓인 신과 함께 겠지만. 어쩌면 백세시대에선 "혼자서도 잘해요"가 중요할 수도 있겠다 는 생각도 든다. 


 출근길의 하카타역. 출근 느낌이 우리와 좀 다르다.

  역 앞의 광장 맥주 시음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카다역 앞 중심 거리


역 앞에서 바쁘게 다니는 사람들. 본적도 만난 적도 없다. 앞으로도 만나지 못할 낯선 사람들이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일하러 가기 위해, 어쩜 누구를 만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고,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여행자들은 오늘의 행선지를 위해 분주히 찾아다니거나, 이제 막 기대에 부풀어 도착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처럼 돌아가기 위해 회상하며 정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좀 떨어진 벤치에 앉은 중국인 할아버지, 아침부터 떠드는 소리에 중국인인 줄 알았다. 가시는 길일까 오신 길일까? 그저께는 나 역시, 저 앞 9번 지하철역 입구에서 셰이류 온천 가려고 땡볕에 기다리고 서 있었다. 오늘 아침엔 공항 가기 위해 잠시 쉬고 있다. 


그런 거다. 모두가 같은 사람들이다.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무도 틀린 사람은 없다. 저마다의 소중한 꿈을 안고, 미래를 위해 분주히 걸어가고 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조심스레 인사해 본다. 이제 출발한다. LJ224  2시 14분 비행기 문을 닫는다. 



p.s.  2017년 5월 여행하며 스마트폰(갤럭시 노트5)으로 기록했던 글들을 이번에 (2021년 4월) 수정하면서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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