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Mar 22. 2022

스마트폰으로 쓴 치앙마이, 골든 트라이앵글 기행기 1

출발, 치앙마이,


2014.06.15~06.19까지 태국의 치앙마이와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을 여행한 것을 스마트폰(갤럭시 노트1)으로 기록한 여행 수필입니다.


2014.6.15

이륙하고 막 3분이 지났다. 이륙할 때의 떨림을 예민할 땐 가끔 느낀다. 비행 중에 가장 신경을 쓰고 조심하는 시간이 이륙 후 3분과 착륙 전의 8분, "마의 11분"이라고 한다. 그만큼 긴장하고 어려운 순간이라는 뜻이다. 항공전문가들은 “이륙 후 3분 동안은 엔진이 갑자기 힘을 잃는 실속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앞을 지나는 철새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 엔진 폭발을 발생시키는 버드 스트라이크 같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하며   “착륙 시에는 고도 35,000피트 상공에서부터 지상에 내려오려면 기기 조작을 많이 해야 하고 특히 착륙 8분 전에는 날개의 플랩 조작이나 속도 감속, 고도 하강 등 많이 조작이 필요하기에 사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http://www.kau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5


치앙마이행 KE 677, 창문을 보니 인천 바다와 산들이 아스라이 보인다. 독일 여행 다녀온 후 2주 만이다. 막 여독이 풀리지도 않은 채 일주일 근무하고 다시 떠나는 여행길이다. 회사 동료 30여 명과 함께 하는 소풍이다. 비행기는 이제 막 구름 위로 올라왔다.


금요일 서울로 올라왔고,  이틀이나 있었는데도 이륙 전 통화해보니 보리는 여전히 밥을 먹지 않는단다. 그 아이는 개인데 뭘 믿고 사람처럼 칭얼대고 투덜거릴까. 강아지가 사람과 부대끼며 살다 보니 제가 사람인 줄 아는 것 같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가 아니라 "집 강아지 석 달이면 반 아이 된다"로 바꾸는 게 맞을 듯싶다. 지난 출장 때 녀석이 급성 췌장염이 걸려 엄청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제발 그러지 말아야 할 텐데... 염려가 많이 된다. 아침에 녀석을 데리고 동네 뒷산도 오르고 아파트 한 바퀴 산책도 했다. 어제도 밥 안 먹고 버티던데, 바깥에 나가니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팔짝거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공항에 오다 보니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이번 여행은 말 그대로 소풍이니 즐겁게 다니면서 과일 많이 먹고 재밌게 쉬고 평안하게 보내리라 맘먹는다.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피곤하다. 열두 시간 넘도록 어떻게 타고 다녔나 싶을 정도로. 두 시간 정도 엎드려 스케치를 해서인지 공항에서 맛있게 먹은 비빔냉면 때문인지 기내식의 도미조림 때문인지, 속이 더부룩해 승무원에게 소화제를 부탁했다. 보리 스케치를 몇 장 했는데, 걱정을 해서 인지 녀석의 착한 인상을 나타내지 못했다. 비행기를 탈 때 시간 여유가 많아 취미로 스케치를 한다. 그래도 여행 때마다 스케치한 것이 벌써 수십 장이다. 짧은 세상, 뭐든 배우고 경험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은가 가 평소 나의 지론이다.


나처럼 그림에는 문외한이었던 사람도 여러 해 동안 쫓아다니며 배우니 조금씩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된다. 뭐든지 노력한 만큼 결과는 주어지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노력해서 안 되는 일도 없다 싶다. 물론 한계는 있다. 하지만 어느 수준까지는 누구나 노력하면 될 수 있다. 어차피 내가 그림 그려 밥 먹고 살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느 단계까지 가면 나만의 개성을 가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고, 또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문외한들에게 작은 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된다. 내가 새로운 것을 배우며 즐기고 경험을 하고 또 혹 기회가 되어 그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봉사할 수 있다면 또한 축복 아닌가. 근데 사실 내가 미술 감각에 둔해서 그런 봉사를 할 수 있을까 싶긴 하다.

음악에도 미술에도 관심과 애정은 많다. 그저 살리에르처럼 느낄 수 있고 알아볼 수 있는 마음을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암튼 뭐라도 새롭게 배운다는 건 가슴 떨리는 일이고, 다행히 변덕 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건, 더 축복이다. 기회가 좋지 않아 음악도 늦게 시작했고 그림도 늦게 배웠지만 여유 없이 산만큼 인내심도 배워, 끈기가 늘었으니 또 감사할 일이다. 몇 해 동안의 혼탁한 삶 속에서 공기청정기 같은 역할을 해 준 고마운 취미 친구들이다.


호텔에서 바라본 치앙마이


2014.6.16

새벽 두 시가 넘어 호텔에 들어와 간신히 잠이 들었건만 역시 눈은 일찍 뜬다. 오전 여섯 시도 안돼 갑자기 정전이 되어 한바탕 소동이다. 호텔은 크고 고풍 창연 한데 정전이라니, 게다가 물도 안 나왔다. 고양이 세수를 하면서 웃는다. 독일에서는 야간열차 세수도 했는데 이쯤이야. 이것저것 많이 차려진 아침 식사는 과일로 때웠다. 라오스 가는 날이라 짐을 정리해 프런트에 맡겨놓고 배낭에 오늘 저녁 사용할 짐만 챙겼다. 여행가방에 작은 배낭을 챙겨 오길 참 잘했다.


여행은 "인생길의 축소판"이란 말이 맞다. 앞길을 예측할 수 있는 듯한 일상에서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게 인생이 아닌가. 불과 몇십 년 동안의 과학기술 발달은 인류 역사상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왔다. 지금 내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과 앞으로의  AI의 역할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정복하고 개척하는 와중에 질병 역시 꾸준히 변모해 왔다. 메르스나 코로나 팬데믹을 예상이나 했던가.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를 겪으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무언가"를 염려하긴 했지만, 100% 예측은 불가한 것이었다.


그렇게 코로나는 시작되고 이년이 넘도록 우리를 팬데믹에 묶어두고 있다. 몇 년 전의 여행기를 쓰는 것은 몇 년 전의 상황을 그대로 추억하며 기록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에 글을 쓰고 있으니, 누군가의 후회처럼 "그때에도 이것을 알았더라면 "하는 감정이입이 앞서는 때도 있다. 지난 일이야 어찌 못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머지않아 닥쳐올 여러 일들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는 염려도 든다.

한편으론 각자의 인생 코로나도 미리미리 준비할 징조들이 주어질 때(분명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외면하지 말고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차창밖의 라오스 풍경


버스가 출발하면서 가이드 씨가 치앙마이를 찾는 이유를 나름 설명하고 있다. 치앙은 "도시"라는 뜻이고 마이는 "새로운"이란 뜻이란다. "새로운 도시" 의미가 좋다. 치앙마이, "새로운 도시" "새로운 나"를 위해 오늘 왔다. 이 도시에 살면 항상 새로운 기분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로 방콕에서 약 700km 떨어진 "핑"강기슭에 위치한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대도시다. "차오프라야"강의 지류인 "핑"강 유역이라 예전부터 오래전부터 교역에 활발하고 문화적으로도 번성했던 도시였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국제공항이 있어 태국 북부를 찾는 여행자들에게도 편리하게 관광할 수 있다.


치앙마이에는 찾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코끼리를 보기 위해서  다양한 부족들이 많이 살고 있어 문화적인 면에서 고원지대라 경관과 공기가 좋고 다른 지역보다 더위가 덜해 살기도 좋은 곳이라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일 년 내내 온난한 날씨로 많은 외국인들이 살아보고 싶은 동남아 지역 중의 하나며 추운 겨울을 이곳에서 보내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가이드는 월 백만 원 정도면 좋은 빌라에서 한 달 생활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고 얘기한다. 글을 쓰며 찾아보니 요즘 한달살이 비용도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며칠 지내보니 작은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살아갈 좋은 여건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한 번쯤 한두 달 살아보고 싶은 곳이다.


나이가 지긋한 가이드 씨는 특히 국경지역 가이드로 이곳 생활 이십 년이 넘는다고 한다. 가족들은 한국에서 살며 자신에겐 이곳이 맞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방랑자의 모습이 투영된다. 태국은 한국에서 볼 때 동남아시아가 아니라 서남아시아다. 서남아시아는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를 말하는데, 이번에 메콩강 유역에 접한 라오스와 미얀마도 들를 계획이라 기대가 된다.


자주 찾았던 태국의 방콕과 파타야 해변 휴가지 등은 남쪽에 위치한 곳으로 예전부터 잘 알려져 있지만, 태국 북부 국경지대에 위치한 치앙마이나 치앙라이 등은 태국 내에서도 경제소득이 높고 중산층이 많은 살기 좋은 도시이고 요즘 관광지로써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태국 북부인은 피부가 흰 사람도 많으며 예로부터 미인도 많다고 한다.


태국은 유명한 불교국가이며 불기를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2557년이며  한국보다 일주일이 늦다. 치앙마이 시내에만도 350여 개의 사원이 있다니, 그들의 삶, 태어남과 동시에 불교와의 인연은 시작되는 듯했다.  이들에게서 불교는 산앙이라기 보단 그들 삶 자체다. 함께 생활하고 일상 속에 들어와 함께 살아간다. 사원은 종교적인 이유로만 찾는 곳이 아니다. 휴식공간이기도 하며 친구를 만나기도 데이트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항상 찾는 곳이다. 도심 내에 사원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니 사원을 더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으로 가꿀 수밖에 없다. 교회도 예배를 드리는 곳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일상을 함께 해야 할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불교와 기독교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오래전 헷세의 싯달타를 끼고 살았을 만큼 편협함 없이 인간에 대해 생각하며 살았다. 불교도도 아닌 내가 어찌 불교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마는, 스스로 해탈(경지에 이르는)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기독교와 다른 점 아닐까 싶다. 스스로의 고행을 통해 부처의 삶을 닮아가며 마침내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바란다. 반면에 기독교는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 가는 삶이다. 마침내는 그리스도 앞에 굴복하고 온전히 내맡겨야 함을 깨닫는 것이 믿음이다.


나는 갈수록 내가 부족하고 무능한 존재라는 것을 많이 깨닫게 된다. 극복하기 어려운 힘든 일을 통해 인간으로서 넘어갈 수 없는 어려움에 봉착할 때도 많다. 그래서 나를 잡아주는 힘의 필요를 절대적으로 느끼며 산다. 나 혼자가 아니고 나를 도와주시는 분이 늘 함께 하신다는 믿음이 기독교를 믿는 이유다.

불교든 기독교든 자아를 내려놓고 비우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믿음의 공통점 일지 모른다.


먼저 가는 곳은 치앙라이에 있는 백색사원다. 치앙라이589m 고도에 위치한 아름다운 작은 도시로 장수인이 많다고 한다. 치앙마이에서 북동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버스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국경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차 안에서 얼음에 재워진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인근 온천유원지라는 곳에 잠깐 들러 온천 족욕을 했다. 이 지역은 대나무 군락지역이기도 한데,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면 지반 속에 지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아마도 땅속 깊은 곳은 이미 균열되어 열기로 물이 데워져 나오는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생각에 웃는다.


치앙라이의 백색사원, 왓 롱쿤 (Wat Rong Khun)은 3차원, 4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을 위한 사원으로도 알려져 있으나, 불심이 깊은 한 신도(찰럼 차이)가 디자인한 불교사원이다. 부처의 지혜를 상징하는 색인 흰색을 모티브로 현상계 지옥계 극락계를 묘사한 특이한 건물로 디자인된 건축물은, 푸르른 하늘 아래 반짝이는 햇살에 비쳐 번쩍이는 흰 빛으로 눈이 부시게 환하다. 1997년부터 짓기 시작한 건축물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한 사람의 회심과 소망으로 투자하고 지어 지역의 명소로 부상하는 것을 보니, 신앙을 위한 헌신에는 모두의 축복도 따라오는 듯하다.


백색사원


삼국의 접점지로 골든 트라이앵글의 한이 서려있는 메콩강이 누렇게 흘러간다. 버스 타고 오는 동안 가이드 씨는 근대 라오스의 역사를 풀어가고 있다. 강대국의 힘이랄까, 한계를 넘어서는 권력과 세력 확장에 대한 욕망은 근대 유럽을 식민지에 대한 열망과 열강의 투쟁으로 점철시켰다. 점령의 힘을 놓지 않기 위한 열강들의 권력다툼에 희생양이 된 것은 가난한 나라들이었다. 라오스도 그렇게 프랑스에 억눌려 살아왔다. 그리고 아직도 힘을, 권력을 향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힘의 균형"이라는 변모된 모습 하에 지금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3월 오늘날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가난한 국민들 아닌가. 메콩강가의 소박한 입출국 사무소에서 심사를 한 후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서 라오스에 입국한다.


저녁 8시 54분 한국시간으로 10시 54분이다. 인터넷을 보지 않는 것만도 힐링이 된다. 오히려 해외에 나오면 인터넷 접속을 잘 않게 된다. 사실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처럼 인터넷에 둘러 쌓여 살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물론 세계적인 IT 강국이기에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지는 몰라도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접하게 되는 인터넷 사이트들, 과연 필요한 정보를 위해서만 사용되고 있을까. 의문을 가질 일이다. 대표 검색 사이트 덕분에 웬만한 지식은 손안에 들어있다. 깊이가 먼저인지 폭 넓이가 먼저인지 굳이 가를 필요도 없다. 문득 인터넷이나 방송은 시간을 갉아먹고 사는 생명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어떤 방법을 쓰던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게 만드니, 한류, K 팝 등의 물결을 세계적으로 일으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연예나 방송일 아닌 몸과 정신과 기술을 투자해 만들어 가는 삶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뭔가에 적응해가며 인정받고 공감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게 요즘  방송이고 인터넷이다. 남 말할 것 없이 나부터 벗어나면 되는데, 재미있는 것 빠르고 편한 것 찾다 보니 역시나 동화되어 간다. 바쁘다는 핑계 대지 말아야겠다. 방송과 인터넷을 줄이면 시간은 넘친다. 앞으로는 좀 더 원시적으로 살아야겠다. 여행이 삶에 충전이 되고 힐링이 되는 것은 실제로 떠났기 때문이다. 떠나 왔기에 생각이라도 하게 되지 않는가... 떠나 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가볍게 외쳐보며 낯선 곳에서 맞는 밤이다.


메콩강 유역의 출입국사무소





p.s.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노예들의 합창"을 뉴욕 메트로폴리탄 합창단의 노래로 들어 봅니다.

고향을 그리는 히브리인들의 모습에, 이제 곧 코로나 이전의 자유롭고 아름다웠던 삶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작금의 우리들을 투영해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NnuUvPJxb0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으로 쓴 베트남 다낭, 호이안 기행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