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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May 05. 2022

스마트폰으로 쓴 치앙마이, 골든 트라이앵글 기행기 3

치앙마이, 코끼리 학교, 여행 후기



2014.6.18

여행 나오면 시간 감각은 있어도 날짜 감각은 떨어진다. 다른 때 같으면 부지런한 우리 어른들이 아침 식사하러 이미 내려왔을 시간인데 아직이다. 이유는 축구다. 넓은 호텔 휴게실에서도 관전할 수 있는데 모두들 방에서 열심히 응원 중이다. 어디선가 "대 한 민 국 짝짝짝 짝짝" 소리가 들린다. 여기까지 들릴 정도니 방에서 관전하는 것이 맞다. 러시아와의 월드컵 전에서 정성록이 잘 막아냈다고 태국 앵커가 방송 중이다.


방금 한 골 넣었다. 우리 팀 방에선 난리가 났으리라만 여기 태국 관객 두 명은 무덤덤하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종업원이 오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굿" 한다. 지금부터가 조심해야 할 때다. 잠깐의 방심과 나태로 많은 걸 잃는다. 글 메모하는 순간에 러시아가 한 골 넣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은 한순간에 벌어진다. 특히나 감정에 약할 수밖에 없는 운동경기에서는 냉정함을 더 지켜야 한다. 65분이나 사력을 다해 뛰어 얻은 소중한 한 골을 몇 분 후에 도로 내주고 만 것이다. 결과로 판정을 받는 현실이니, 아무리 힘들게 얻었던 골이라도 지키지 못했으니 운으로 돌릴 수도 없다. 인생일도 마찬가지다. 성취하기도 힘들지만, 수성(守成)은 더 어려운 법이다.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이라 하지 않았던가. 세우고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명예롭게 지켜내는 것은 더 어려운 법이다. 겸손과 꾸준한 노력과 개선으로 매일을 다듬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 7시 40분 출발해, 코끼리 학교를 방문한다. 치앙마이 엘리펀트 내추럴 파크는 태국의 코끼리를 보호하고 구조하기 위해 기부금으로 마련된, 코끼리들을 보호하고 훈련 시키는 곳이다. 여기서는 "코끼리 학교"로 불다. 코끼리에 대한 교육 및 체험활동을 제공하고 얻은 이익으로 코끼리를 키우고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도 하는 곳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가이드 씨의 구수한 설명을 들으면서 코끼리 학교로 출발한다. 먼저 코끼리 트래킹을 했다. 코끼리를 좋아하지만, 몇 사람이 올라타니 힘들지 않을까 하는 미안함도 들었으나, 코끼리 조련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일행들은 두 명씩 나누어 탔다. 내가 탄 코끼리의 조련사는 나이가 지긋하시고 무엇보다 코끼리를 아꼈다. 채찍으로 때리지 않고 어이어이 마치 우리네 아저씨들이 이웃 친구 부르듯이 부르고 몸도 비벼주면 녀석이 "깍"하는 소릴 내며 귀를 펄럭거리며 화답한다. 다정한 친절은 코끼리도 춤추게 하며 반응하게 만든다. 이 코스는 다른 여행지보다 길어서 좋았다. 강을 건너고 언덕도 올라가며 숲길을 지나 30여분 이상을 자연 속에서 코끼리와 함께 하며 공감하는 시간을 보내니 말 그래로 힐링되는 즐거운 트래킹이다.


중간중간에 사탕수수와 바나나를 묶어서 판다. 힘들게 일하는 아이들(코끼리)의 간식이다. 우리를 태운 작은 코끼리에겐 사탕수수를 사서 먹였다. 주인 닮아 코끼리도 욕심이 적은 듯 보였다. 코끼리 트래킹을 마치고 조련사 아저씨에게 감사의 팁을 주고, 코끼리에게 바나나를 사서 수고했다고 만져줬다. 목덜미가 촉촉하도록 땀에 젖었다. 나의 작은 힐링이 녀석에게는 매일의 일이요, 생업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코끼리야 너도 나를 만나 즐거웠지? 나도 너 덕분에 좋은 시간 보냈어 고마워" 다시는 만나 볼 수 없을 그 코끼리의 우직한 모습이 지금 이 순간도 선명하다. 태국의 코끼리들은 코로나 팬데믹에 얼마나 고통을 겪었을까... 작년엔가 방송에서 태국 코끼리들이 관광객들이 줄어 굶어 죽기 직전이라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사람과 더불어 살다 보니, 사람세상의 위기에서 같은 고통을 겪는 것이다.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모든 만물을 다스리라고 하신 명령이 결코 헛됨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싶다.


코끼리 트래킹이 끝난 후 우마차 트래킹을 한다. 트래킹이라기보다 황소보단 물소에 가까운 소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코끼리 학교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다. 아주머니가 몰고 두 마리의 물소가 끄는 마차를 타고 간다.  암탉이 새끼를 품듯이  자연속의 동물들은 서로 품고 보듬는다. 코끼리는 물론 물소, 닭도 개도 고양이도 사람과 더불어 산다. 닭이 얼마나 잘 뛰고 발랄한 동물인지 닭 키우시는 분들이 와서 보면 놀랄 것이다. 그런 닭들이 대여섯 마리의 병아리를 끌고 다닌다. 코끼리에 밟혀 죽는 닭들이 없을까 싶을 정도로 안 가는데 없이 다닌다. 물론 닭 잡으러 쫓아다니는 사람 아무도 없다. 닭 쫓는 개 한 마리도 못 봤다. 하루 종알 갇혀 살다가 주말에 잠깐 바깥 구경하는... 그나마도 내 바쁘면 하릴없이 눈치만 보고 사는 우리 강아지들 생각에 미안했다.


코끼리 학교에서 코끼리를 훈련시키느라 괴롭히는 점도 있겠지만, 코끼리 쇼를 보면서 어떤 형식이나 격식도 없이 움직이는 거대한 몸짓에  자유로움도 보인다. 정글 내에서 처럼 자유롭진 않아도 적어도 여기선 굶주리진 않을 테니까.  영리한 코끼리가 재주를 부리면 팁은 조련사가 챙기고 코끼리는 바나나와 사탕수수를 받아먹는 게 전부지만 주인과의 교감은 대단하다. 쇼가 끝난 후 리를 만져주며 나도 잠시나마 교감해 본다. 불교국가라 그런지는 몰라도 태국 어디를 가도 비슷하게 동물들에 대한 자비심이 많긴 하다. 가난하면 가난 한대로 함께 주리면서도 동물들을 학대하지 않는 점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는 코끼리를 본다.

코끼리가 그림을 그리다니...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절로 박수가 나오고 대단하다 싶었다. "코끼리도 그리는데 나는 못 그릴까" 더 열심히 그려야 겠다는 결심도 해본다.


숲을 가로지르는 뗏목 트레킹을 한다. 족히 30분은 넘게 뗏목 타고 노 젓는, 아니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강바닥이 얕아 노찍으며 가는 배였다.  아저씨의 구수한 입담과 더불어 노래를 들으면서 흥겨운 뱃놀이를 즐겼다. 물이 흐리고 얕아 굳이 뱃놀이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뱃사공의 흥을 맞춰주며 숲 밖에서 숲의 속살을 보는 또 다른 맛으로 열대림의 일부분이 된 듯 뗏목 트래킹을 즐겼다.

 

뱃사공 아저씨가 외치는 "짜이 엔엔"이 내겐 큰 선물이다. "여유를 가져라"는 태국말이라 한다. 원래 여유롭고 느긋하게 사는 태국 사람들임에도 "짜이 엔엔"을 자주 쓴다. "짜이 엔엔"이야말로 내게 필요한 친구다.

목소리 높여 "짜이 엔엔"을 회친다. 누가 들으랴, 오직 나의 표정을 보고, 뱃사공 아저씨도 울창한 열대 숲의 나무들과 동물친구들도 화답한다. "당신도 이제 "짜이 엔엔"을 좀 즐길 수 있겠습니까?" 하고...



야외에서 먹는 점심, 닭다리 튀김이 맛있었다. 사실 닭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여기 닭들은 죽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아 보였다. 닭으로 태어나 자유롭게 휘젓고 다니다가 자연 속에서 맛있는 것 찾아 먹으며 살다가, 인간을 위해 몸까지 바치는 도리의 삶을 살았으니, 한 뼘 닭장 속에 부대끼며 살다가는 얘들보단 여한이 없지 않을까 싶다. 내 생각에 불과한진 몰라도...


점심식사 후 도이수텝산으로 이동한다. 굽이굽이 열대산(해발 3500피트)을 이동하여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 있다는 왓 프라탓 도이수텝으로 왔다. 왓 프라탓 도이수텝은 부처의 진신 사리를 모신 쩨디가 있는 유명한 사원으로 태국 내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전경이 좋은 사원으로 알려져 있다. 치앙마이 여행의 필수코스로 사원이 위치한 곳은 해발 1053m로 이곳에서는 치앙마이 시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태국은 사원이 무척 많다. 사원, 절이라기보다 어쩌면 생활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안락한 장소로 여겨져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우리는 화려하게 장식된 아름다운 건물과 주변 경관을 보면서, 절에 와 있는 느낌보다는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화려하고 웅장하게 버티고 있지만 생뚱맞지 않고 묘한 어울림으로 자연의 품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조용한 아름다움과 여유를 누려본다. 각양각색의 열대 꽃나무들의 화려함이 연꽃으로만 익숙한 우리네 절 모습과 다른 신선함을 준다. 한없이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온갖 꽃들 속에서 사진 담아두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한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눈앞에 펼쳐진 도이수텝산 운무 아래 휘감긴 치앙마이를 보며 자연스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참고 살다 보면 성인이 아닌 이상, 다 풀지 못한 응어리가 표출될 때가 있다. 내게 치명적인 상처를 줘서 너무도 미운..., 삭히고 누르고 신앙의 힘을 의지해 용서했다 하더라도 작은 계기만 생겨도 "옳다구나" 싶게, 흉 졌던 상처가  간지럽기 시작한다. 참아왔던 감정이 올라오려는 것이다.


기억도 않으려 했던 일들이, 마치 홍수 온통 뒤집혀 진흙탕으로 뒤범벅되듯, 수련한 건 어느 순간에 없어졌고 이해와 용서가 버무려져 비빔밥처럼 섞여 있던 감정은, 슬쩍 살아 움터 나온다. 자신에게 실망하는 때다. 그 사람도 제 감정대로 했을 뿐이다. 같은 사실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것처럼 그 사람도 그 자신의 잣대로 인지하고 평가하는 것뿐이다. 원칙으로 보면 잘못된 것임이 분명해도, 고통을 안겨준 그 누군가의 원칙에는 제가 한 일이 옳다고 판단될 뿐이다. 그것을 바르게 고쳐보려 애쓴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수련 안된 나를 부끄러워하며 죽을 때까지 노력하지 않으면 어느 한 부분에서도 완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란 생각에, 신앞에 자연 앞에 겸손을 간구한다. 세월의 유구함이 스며있는 역사와 함께 사람의 손길로 통제되지 않는 위대한 자연의 풍광을 보며 돌아보는 스스로는 이미 용서의 큰 축복을 받다.


저녁에 치앙마이 야시장을 갔다. 상당히 크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물건도 많은 시장이었다 꼭 뭘 사기보다는 현지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서 구경하고 즐기는 재미도 솔솔찮다. 명품의 짝퉁 제품도 잘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었다. 짝퉁이라 할지라도 제품의 수준에 따라 가격차이가 상당했다. 나의 소비니언인 치앙마이 티스푼을 하나 사려고 했는데, 사지 못했다. 호랑이 연고를 몇 개 샀다. 과일도 사 먹고 즐거운 아이쇼핑 후에 호텔로 돌아오던 중 호텔 옆 마켓에 아마추어 화가가 그리는 화랑 있는데 수채화가 맘에 드는 게 있었다. 1500 밧 불렀는데, 970밧에 샀다. 무명의 태국 화가가 그린 태국 풍경을 기념으로 산 것이다.  


기자 출신의 어느 작가가 쓴 글이 생각난다. "험한 세상 여자로서 당당하게 살아온 나한테 나 스스로가 한 번쯤 보상해주기 위해서 원하는 것을 하나씩 산다는 것" 한 번씩 명품이나 좋은 것으로 보상한다는 것이다. 공감이 갈 듯한 말이다. 그런데 하나 사다 보면 두 개 사고 싶고 이것 사면 저것도 사고 싶어 진다. 이게 인간의 본능이다. 나 역시 처음엔 티스푼 하나만 사다가, 강아지 미니어처도 사다가... 앤틱 제품을 좋아하지만, 사는 것이나 모으는 것엔 끝이 없단 것을 배우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나의 여행 수집장엔 비싼 물건들은 들어있질 않다. 오롯이 추억이 담겨있는 소소한 기념품들의 거주 장소일 뿐이다. 가끔씩 보며 그곳에서의 추억도 떠 올리지만, 일상에 충실하다 보면 사실 별로 보지도 않는다. 물건이던 추억이던 당시를 만끽하고  충만하게 품어 나와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쟁여두고 보며 만족하는 것은 큰 의미 없는 일이다.


2014.6.19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여유 있게 출발해 역시 사원의 나라답게 유명 사원 왓 쩨디 루앙(Wat Chedi Luang, 오래된 사원)을 둘러보고, 공원을 들러 저녁 비행기로 귀국하는 일정이다.

 

왓 체디 루앙 Wat Chedi Luang (오래된 사원)은 치앙마이를 방문하면 꼭 구경해 봐야 할 곳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치앙마이의 올드타운에 위치해 있으며 멀리서 봐도 웅장한 사원의 규모가 느껴진다. 태국 곳곳에 있는 화려한 사원과는 느낌이 다르다. 원래 90m 이상의 높이였지만, 지진으로 30여 m 가 무너져 현재는 60m 정도라고 한다.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체디 사원으로 14세기 멩라이 왕조의 7대 왕인 쌘므엉마 재위 당시 지어진 사원이다.  유네스크와 여러 나라의 지원을 받아 사원 하단의 장식물들을 복원했다고 한다. 여행객만이 아니라, 태국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고즈넉한 사원이라 마음에 휴식을 안겨준다.


사원을 산책하며 경관을 즐기고 사진들도 찍은 후 가이드 씨는 이제 쇼핑을 한다고 했다. 여행 왔으니 선물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분들도 있었고 프로그램에 들어있어 일행은 따라나섰다. 먼저 가이드 씨가 존경한다는 선생님, 그분은 자신이 의사라고 하며 의사 생활 30년 동안 고치지 못한 병이 "후회하는 병", 모든 큰 병의 원인은 "후회하는 병"이라는 자신의 철학이 담긴 얘기를 한참 한 후 직접 재배했다는 계피를 소개했다. 계피는 새순이 올라올 때만 약이 된다고 하는데, 그런 계피로 만든 것이라 한다. 결국은 계피를 팔기 위해서지만, 먼저 한 얘기들은 맞는 말이다. "후회"처럼 어리석은 행위는 없지만, "후회"처럼 버리기도 쉽지 않은 동반자도 없다. 계피 대신에 "후회"하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얻는다.


토산품 파는 거제출신 사장님 세 군데 쇼핑에서 제일 마지막에 들렀는데, 판매능력이 대단했다. 얼마나 재미있게 영업하는지,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맞다. 사람들이 쇼핑센터 몇 군데 들러서 살만한 건 다 샀는데 하면서도 이 집에서 또 사고 있었다.  생존능력이다. 이 사회도,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 마케팅을 잘하고 있었다.


쇼핑 세 군데를 끝내고도 시간이 남아 로열파크 (라차푸공원)라는 곳에 왔다. 정글 숲이 그대로 살아있는 치앙마이지만, 여긴 열대 꽃들과 나무로 아름답게 장식해 놓았다. 일행들과 사진을 찍고 걸어 다니며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낸다.




여유가 있겠다고 생각했던 4박 5일이 금세 지나갔다. 초록과 황토색이 기억날 것 같다. 원시림과 흙탕물이다.

가공되지 않은 원시림과 아직도 사람의 손길이 낯선 투박함이 공존하는 자연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한두 달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지도록 나를 움직였던 곳이다.


늦은 밤 11;59 분 탑승한 후 고맙게도 영화 한 편을 보고는 정신없이 잤다.

미국이나 동남아 좀 먼 곳에서 귀국할 땐 대부분 이른 아침에 도착한다. 이 느낌이 좋다. 새로 시작되는 하루에 "여기가 내 나라 내 땅이구나" 다져지는 마음도 좋고, 피곤하긴 해도 여행으로 얻은 여유가 아침의 신선함에 투영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햇살의 에너지를 받으며 인천공항을 떠난다.




여행후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근 3년 동안  여행하지 못해 그런지, 2014년 여행기를 쓰는 동안 치앙마이를 다시 한번 갔다 온 느낌을 받아 행복했다.


코끼리와 함께 했던 울창한 숲 속 트래킹, 누런 강물을 헤치며 초록의 온갖 수목 속에서 노래하는 동물들과 공존했던 힐링이었다. 뭔가에 쫓길 것도 없지만, 늘 급하게 살아온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옆으로는 울창한 나무숲에서 원숭이가 손짓하고 있었고, 고개를 들면 푸르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따뜻한 햇살과 함께 우리를 내려보고 있었다.


나이 든 뱃사공은 "마음을 가라 앉혀라, 차분하라!" 인생 급할 것이 없다는 듯 여유를 가지고 순간을 즐기라는 의미로 "짜이엔엔" 외친다. "빨리빨리"가 대한민국의 명함처럼 돼버린 우리 모두에게 이젠 새로운 명함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들린다면 과욕이려나... 나는 정말로 "짜이 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건 내가 안다. 항상 급하고 뭔가를 해야 하고 움직이고 사람을 볶는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오늘의 내가 대단해서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다. 돌이켜 보면 너무도 여유 없이 살았다. 항상 무언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 일분일초도 낭비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때로 벼랑 끝으로 밀어내 조직내  인간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도 했다.


하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군들 이해 못 하랴... 쉬면서도 쉬지 못하는 그 마음. 휴가 중에도 뒤에선 누가 딱 버티고 있고,  앞엔 지고 갈 짐이 쌓여 있는 이 느낌, 옳은 일도 원칙대로 해야 할 일도 때론 원칙의 잣대마저 인간관계로 움직여버리는 어려운 여건에, 모든 직장인들은 견디고 버티며 하루하루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내려놓기 연습하고 만사에 여유를 가지고 담담하게 대하기, 늘 훈련하려 해도 말끔하진 않다. 하지만 어떠랴. 모든 사람들이 칭송하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원만하지 못해 모가 좀 있으면 어떻고, 이래 저래 까칠하면 어떤가... 받아들이자. 이게 나다. 여행은 자기만족을 넘어 자기 격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위안을 주는 선물이다.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스스로의  모자란 모습에도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를 얻으며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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