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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Jan 11. 2022

실손보험! 함께 가야 하나 보내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실손보험 이대로 함께 가야 하나요ㅠㅠ




추운 날이지만, 내일은 더 춥다고 해 짬을 내 큰 녀석만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연말에 맘먹고 사준 구스다운 우주복이 크긴 해도 접어 입히니, 웬만한 바람은 막아 주는 듯해 안심이 된다.

그렇다 해도 정말 내일 큰 추위가 올 건지 바람이 너무 심해 20여분 산책을 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우체함을 열어보니 자동차 세금 한 해분을 선납하면 10%를 감해준다는 청구서가 와 있다. 그렇잖아도 10%라도 할인받으려 선납을 하려던 중이라, 고마워 청구서를 챙긴다. 다음 달이면 자동차 보험료도 내야 하는구나... 자동차 운전하면서 당연히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하겠지만,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해마다 아무 의구심도 없이 꼬박꼬박 자동차보험을 든다.


오래전에 어느 분이 자신은 자동차보험을 안 든다고 했었다. 그분의 지론은 "하나님께서 보호해 주시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날 것이란 믿음"때문이란다. 보험료 아까워 그랬는진 몰라도 당시에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신앙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도 들었었다.

나의 반박 이론은, 자동차 보험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기도 하지만 혹여라도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는 거다.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드는 면도 없지 않다. 사람 사는 세상에 서로 함께 살다 보면 원치 않아도 엮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 외에도 화재보험 건강보험, 거기에 새로웠던 실손보험... 여러 보험들은 위태로운 세상에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해 줄듯 유혹해, 몇 개는 들어 놓았다.


마침 카톡이 온다.

 **실손보험,

장기보험 보험료 변동 안내

"고객님께서 가입하신 갱신형 상품의 보험료가 변동되어 알려 드립니다."


나의 실손보험도 오른다는 얘기?

올해 실손보험료가 많이 오른다고 방송에서 얘기한 걸 들으면서 또 오르면 어쩌나 고민만 했지,

이리 금방 날아 올진 몰랐다.

얼마나 올랐다는 얘기인가?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열어보니,

"꺅! 지금보다 35% 정도가 더 올라 십만 원 다되는 돈을 내야 한다는 문자다."

실손보험혜택 제대로 받은 것도 없는데...

10년도 넘게 저축하듯 부었지만

작년에 갈비뼈 하나 실금 가서, 골절로 십만 원 받은 것이 제일 큰 금액인데...

아니, 평균 26% 정도 오른다고 방송에서 들은 것 같은데 이게 웬일인가...

보험 하는 친구에게 전화해 물어보니 자신도 오르는 요율은 모른단다.

각 보험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아마도 내가 든 보험사에서 "작년에 지불되었던 돈이 더 많았나 보다"라고...



보험의 정의

1. 손해를 물어 준다거나 일이 확실하게 이루어진다는 보증.

2. 경제 재해나 각종 사고 따위가 일어날 경우의 경제적 손해에 대비하여, 공통된 사고의 위협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미리 일정한 돈을 함께 적립하여 두었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주어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 (네이버 어학사전)


실손보험의 정의

보험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해 주는 보험 (다음 어학사전)


나의 보험은 보험(保險)인지 , 보험(寶險 위험한 보물이다)인지 모르겠다. 

".... 경우를 대비하여"만 볼 줄 알았지,  저축성보험을 좋아하는 편인 나는 실손보험에 대해선 잘 알지도 못하고 든 것이다.


실손보험의 문제점에 대한 얘기는 많았다. 직장에서 어느 분이 백내장 수술을 하는데, 800만 원 이상이 들었다고 하면서 실손보험에서 그 돈을 다 보상받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때도 나는 "보험이 잘못된 것 아니냐" 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때만 해도 더 좋은 것으로 못 타 먹는 것이 바보라는 의식이 팽배해 보였다. 허리가 조금만 아파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 비싼 도수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다.

게으른 나는 "웬만하면 침이나 맞고 말지 뭘 그렇게까지" 했지만, 열심히 다니는 것을 봤다. 보험 든 지 한해만에 몇 배는 보상받은 것 같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가끔씩 허리가 아파 도수치료라도 받아야 할까 싶어... 아니다 게을러서 조목조목 생각지 못하고 그냥 지내온 것이다. 아직 도수치료 한 번 받아보지 않은 잘했다고 할 수도 없는 나의 불찰일 뿐, 치료를 많이 받은 사람들은 그들의 부지런함 덕이니 뭐라 할 건 하나도 없다. 다만 보험사에서도 노력했겠지만, 필요 이상의 치료비가 청구될 때는 좀 더 세심하고 전문적으로 파악해 다수의 가입자들이 피해보지 않도록 더 많은 주의와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주변에서 실손으로 충분한 혜택보고, 보험 그만뒀다는 분도 있다. 누굴 원망할 수도 없는 게으르고 무식하게 선택했던 잘못이긴 하나, 모든 잘못과 불이익을 소비자에게만 돌리는 처사는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보험사들의 적자가 크다고 하면서 직접적인 어떤 손해를 보는지도 모르겠다. 활짝 웃는 유명한 모델들을 사용하는 광고비도 결국 소비자가 내는 것인데, 내기만 하고 받지도 못한 소비자는 또다시 그 피해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것인가 말이다.


보험담당 친구에게 전화해 의논해 볼 예정이지만, 그가 뭐라고 하겠는가. 재작년엔가 한번 그만두겠다고 생각해서 상담했을 때도 "혹시라도" 하는 얘기에 주저앉고 말았음이 후회도 된다.

애당초 실손보험 든 것이 욕심에서였나... 아니다. 그날 그 친구가 찾아오지 않았었더라면... 화가 오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처럼 의료보험이 잘 되어있는 나라에서 뭔 걱정이 그리 많아서 추가로 생돈 내면서 보험까지 든다니... 결국 나야말로 국가에 대해서든 자신에 대해서든 신뢰가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


"언제 아플지 모르니..." 하고 염려되어 함께 가야 하는 건지, 지금까지 부은 것은 "불우이웃 돕기 한 것으로 치자" 하고 보내야 할 것인지, 갈등하는 마음속에 나의 실손보험은 웃는지 떨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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