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유가 있는 요즈음엔 강아지들이 상전이다. 평소 많은 시간을 함께 놀아주지 못해 혹 분리불안증이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신경 쓰며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준다. 사람은 제시간에 못 먹어도 아이들 밥은 아무리 바빠도 제시간에 준다. 몇 시에 일어나던 상관없이 7시 반 정도면 강아지들은 아침식사를 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일은 산책시키는 일이다. 보리는 워낙 산에 함께 다니던 녀석이라 지금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승리는 살도 찌고 다리가 약해 포대기에 넣어 안고 걷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게 되면 걷기의 주인공은 아이들이 된다. 보리의 스텝에 맞춰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보다 빠르게 씩씩하게 잘 걷지만, 나이 든 강아지의 관절을 생각해 멀리 걸을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과 내가 걷는 산책길은 왕복 7~8 천보 정도로 제대로 걸으려면 많이 부족한 거리다.
나는 등산도 좋아하지만, 걷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시골로 이사 온 후로는 걷는 코스도 좋아, 시간 되는 대로 자주 걷는 편이다. 오랫동안 품어온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순례길을 걷는 것이었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는 스페인의 갈리시아주 자치 공동체의 수도이고,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프랑스와 스페인 등 여러 루트에서 출발하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있는 대성당까지 가는 도보순례를 말한다. 산티아고 대성당이 종착지인 이유는 그곳에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의 하나인 야고보의 유해가 묻혀 있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야고보의 상징인 조가비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이정표로도 표시되어 있다.
순례길은 중세 유럽의 성지로 오래전부터 있었던 길이고, 중세 유럽 각지에서 순례자들이 이 길을 걸어 그들의 신앙을 증명하기도 했다. 대부분 프랑스(피레네 산맥)를 거쳐 스페인으로 갔으며 길은 800여 km에 이른다.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순례 루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있다. 모 기자를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후로는 여느 나라 사람들보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청년들도 많이 다녀왔다는 유명한 길이다. 순례길은 어쩌면 자기 고난을 통한 종교적 회심의 길임에도 이제는 각자 인생을 되짚어보는 "회귀와 그리고 전진의 수련 길"로 인식된 듯하다. 물론 거기에 건강의 보탬까지 더해져 있다.
우리나라라고,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것을 못 만들 이유 있을까? 싶은 마음에 제주도의 올레길이 먼저 만들어졌고 "걷기"열풍이 일면서 다투기라도 하듯 각 지자제마다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웬만한 지역에는 각각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멋진 길들이 많아 우리나라 어디서든 걷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모일간지에 소개된 걷기 명소를 찾아본다. 이 길들은 순례길처럼 오랫동안 걸어야 하는 길은 아니고 지역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몇 시간 동안 걸을 수 있는 길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