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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Jan 10. 2023

잘 가라 지난날이여 Addio del passato

베르디의 오페라 춘희(라 트라비아타) 중에서


모처럼 예전 날씨를 회복한 듯한 겨울 낯이다. 영하의 날씨라도 햇살이 워낙 좋아 강아지 산책시키기에도 무리가 없다. 보리와 샐리에게 조끼와 올인원(추운 날 엉덩이를 가려줘서 좋다)을 입히고 테이프신발을 신긴다. 눈 때문에 도로 곳곳에 염화칼슘을 뿌려놓는 겨울엔 신발이 필수적이다. 사용해본 것 중 그래도 잘 벗겨지지 않는 것이 테이프신발이라 겨울이면 애용하고 있다.


산책하며 올 한 해 브런치 살림 생각을 해 본다. 나름 몇 가지 목표도 세웠는데, 문득 올해는 좋아하던 것에 치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필명이 무엇이던가 오페라 아닌가!

그러면서도 오페라에 대한 얘기,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얘기를 쓴 적은 별로 없다. 오페라라는 필명을 쓴 이유에 대해선 예전에 글로 쓴 적이 있다. 그리고 오페라 하면 떠오르는 마리아칼라스를 좋아해서 오페라를 사용한 이유기도 하다.

새로운 매거진을 하나 만들어야겠다. 제목을 일단 "좋아하는 것들? 오페라? 삶을 풍요케 하는 취미들? 이런저런 고민 끝에 " "Life is opera 라이프 이즈 오페라"로 정한다. 


나는 음악전공자도 아니고, 좋은 음향시설과 여러 종류의 앨범을 구비해 클래식음악을 심취해 듣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음악을 좋아하고 클래식도 좋아할 뿐이다.  그중에서도 오페라를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아리아를 들을 때면 마음 깊은 곳에서 "너무 좋다"라는 파도가 치밀어 오기도 한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때론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면서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 라맘마 모르타, 안드레아 세니에의 오페라 ***에서 나오는 곡"줄줄 나올 정도로 곡에 대한 해설도 박식하게 새겨져 있으면 좋으련만, 왜 그리도 잘 잊는지... 곡에 대한 실력 있는 해설은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저 그 곡에 얽힌 추억과 "아! 언제~~ 거기서~~ 그랬지!! "하는 기억들이 깔려 있을 뿐이다.


거의 전문가, 아니 전문가 수준의 지식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 혜택을 맘껏 누리고 살고 있는 요즘 아닌가. 클래식 애호가 역시 많기에 인터넷을 통한 자료도 넘쳐난다. 그러기에 내가 쓰는 글은 전문적인 소개가 아닐 수 있다. 오페라, 클래식음악을 좋아하기에 나의 관점에서 소개하겠다는 것이지 전문적으로 탐구하여 쓴 글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좋아하며 자주 들어온 애창곡들을 함께 감상해보고 스스로도 좀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에서 주기적으로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해서다.


첫 번째 쓰고 싶은 곡은  애정했던 곡이라야 되지 않을까. 가장 많이 들어왔고 좋아하는 오페라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다. 베르디는 라트라비아라 외에도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많은 오페라를 작곡한 이태리의 추앙받는 대 작곡가이다. 라 트라비아라 외에도 "나부코" "에르나니" "일트로바토레" "아이다" "맥베스" "돈카를로스" 등 널리 알려진 많은 오페라를 작곡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악가이기도 하다. 깊은 심미안을 가지지 못해 대중적이고 아름다운 곡이 많은 오페라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춘희는 베르디의 오페라 중에서 가장 사랑받고  세계적으로도 비제의 "카르멘" 푸치니의 "라보엠" 조아키노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더불어  많이 공연되는 유명한 곡이다.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는 오페라 중의 오페라로 우리나라 오페라 공연 중 처음으로 공연된 곡이기도 하다.


오페라 춘희는 알렉산더 뒤마의 소설 "춘희(동백꽃 여인)"에 곡을 입힌 것이다. 동백꽃 여인은 뒤마의 자전적 소설로 연극으로 공연되던 것을  베르디가 관람한 후 오페라로 쓰게 되었다.  베르디도 상처한 후 두 번째 부인이 된 스트레포니와의 사랑으로 시련을 겪은 때(스트레포니가 유부녀였던 중에 연애를 했었다)였던 중이라 극본에 공감을 느꼈던 것 같다.  어느 시대에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법, 선정적이고 대중적인 스토리지만 베르디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곡들로 가득한 오페라도 만들었기에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아무리 심오한 경지의 사랑이라도 결국 사랑이란 단순하고 아름답고 슬픈 것이기도 하다는 세대를 넘어 공감하는 단순한 스토리에 입혀진 아름답고 빠져들게 만드는 곡의 선율이 마음을 울리는 것이지, 들을 때마다 비올레타나 알프레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탈리아어도 모르고, 한글로 번역된 내용도 직설적이고 단순한 표현이 많고 반복되는 내용이다.

무식한 얘기일진 몰라도 오페라 관람 때나 감상할 때도 대사를 몰라도(어쩌면 줄거리는 알고 있으니), 아름다운 곡이라 곡 본연에만 젖어들게 되니 고맙고 신기한 일이다.


라 트라비아라(La traviata)는 "길을 잃은 여자", 길을 잘못 든 여자 즉 타락한 여자라는 뜻의 3막 오페라다.  파리사교계의 꽃 비올레타는 청년귀족 "알프레도"를 만나 처음엔 거부하다 진실한 사랑을 하게 되지만 이미 폐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중이다. 사교계를 청산한 비올레타는 파리근교로 옮겨 행복한 생활을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쪼들리게 된다. 알프레도가 돈을 구하러 파리로 떠난 사이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비올레타를 찾아와 아들에게서 떠나 줄 것을 당부한다. 진심으로 알프레도를 사랑했던 비올레타는 다시 파리로 돌아가고 변절한 것으로 생각한 알프레도는 파리의 파티에서 비올레타를 경멸하는 행동을 하지만 끝까지 제르몽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비올레타의 마음에 제르몽도 감동을 하고 결국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의 진심을 알게 되지만 비올레타는 사랑하는 알프레도의 품에 안겨, 떨어지는 붉은 동백꽃잎처럼 눈을 감는다. 어찌 보면 신파소설에 지날 수도 있었을 뻔한 내용의 글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되어 훌륭한 오페라로 창작되었다고나 할까.  


오페라 "춘희 (라 트라비아타)"에는 "잘 가라 지난날이여 Addio del passato"를 비롯해 유명한 아리아가 많다. 1막에서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이중창 "축배의 노래"와 비올레타의 아리아 "아 그이였던가"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이중창 "언제나 자유롭게" 2막에서 알프레도의 아리아 "그녀 없이는 행복도 없네/불타는 마음" 제르몽의 유명한 아리아 "프로방스 내 고향으로"  3막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부르는 비올레타의 아리아 "잘 가라 지난날이여"와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이중창 "파리를 떠나서"  아름다운 아리아와 더불어 전주곡도 좋다. 곡 전체가 아름답고 심금을 울리기에 세계 최고의 오페라곡이 된 것이 아닐까. 이글에서 다 소개하기에 "라 트라비아타"에는 아름다운 곡이 너무 많기에 아무래도 나중에 또 올려야 할 것 같다.


글을 쓰면서 묵혀뒀던 CD를 찾아 오랜만에 전막을 들어본다. 내게 있는 cd는 1958년도 EMI에서 라이브녹화한 것이다. 지휘는 프랑코 지아네(Franco Ghione) 비올레타역에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알프레도역에 알프레도 크라우스(Alfredo Kraus) 제르몽역에 마리오 세레니 (Mario Sereni)가 출연했다. 오랜만에 3막 전곡, 두 개의 디스크로 총 123분 정도다. 클래식은 시대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것 같아도 사실 변화도 있다. 창작당시의 고전적인 배경을 현대적으로 해설한 무대나 음악은 물론 성악가들의 창법도 조금씩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전공자도 전문가도 아닌 단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개인의 의견에 불과하다. CD로 듣는 생생한 아름다운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답지 않은 앤틱? 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향수와 추억이 마음을 정갈하게 해주는 것도 같아서 싫지 않다. 이른 아침 안개비가 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듯한 청초함을 느낀다.  공연 중 마리아 칼라스는 비올레타의 처절한 심정을 목소리로 토해낸다. 전성기 때라 빠져들게 만드는 아리아다.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가 부른 곡도 아름답다. 그래도 솔로로나 녹음을 위한 아리아보다는 확실히 공연 중의 아리아가 더 생동감 있다. 실황 녹음을 잘한다면 현장에서 연기하며 부르는 곡을 녹음한 것이 최적이다. 오늘은 좋아하는 소프라노 홍혜경 씨의 노래로 올려본다. 이 곡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다른 분(안나 모포)이 부른 곡도 올린다. 레나타 테발디가 부른 것도 아름다운데 유튜브에서 찾을 수가 없고 곡을 올릴 기술도 부족해 마음을 접는다.


매사, 호불호가 있듯 오페라나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는 분도 많을 것 같다. 나의 모토 중의 하나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갈증을 버리지 말고 살자"다. 그래서 취미도 이것저것 많고 또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썩 잘하는 것은 없는 듯하다만, 한 가지에 전문가가 되어 영향력이 있는 것도 좋으나 주어진 한 번뿐인 삶에서 여러 가지를 해보고 전에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도 얻게 된다면 그것 또한 즐거움 아닐까 싶다. 클래식음악을 듣기만 했던 내가 십수 년 전 플루트를 배워 곡을 부르게 될 때 느꼈던 희열감이 그런 것이었다. 듣는 귀만 주셨어도 감사했는데, 작은 부분이라도 해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했던가.


오페라!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을 때(물론 오늘 소개해드리는 지난날이여 안녕도 마찬가지다)는 맑고 청량한 바람자락이, 찌뿌둥하게 퍼져있던 마음을 가르고 가슴 시리도록 맑고 신선한 곳으로 이끌고 날아가는 듯한 순간의 경험을 맛볼 때도 있다.

짧은 이 순간 "가지 않은 길의 프리마돈나"가 되어본다.










p.s.

글 벗 분들께서도 올 한 해 프리마돈나 같은 순간, 많이 경험해 보시기를 바래보며 곡을 올립니다.

1. 소프라노 홍혜경 씨의 목소리로 "지난날이여 안녕"을 들어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1xlHHcxI50


2. 소프라노 안나모포가 부른 "지난날이여 안녕"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6CHNnbrX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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