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99화

by opera


2023년 7월 19일 수요일

(모처럼 햇살이 활짝, 그래서 덥다)


햇살이 근 일주일 만에 하루종일 반짝거렸다. 좋기도 하지만 마당은 작렬하는 태양빛으로 초록이 익다 못해 문드러져 가고 있다. 이렇게 여름은 깊어가고 가을은 올 것이다. 채마밭 아파트에는 오이, 가지, 깻잎가족이 꽉 들어차 있다. 미리 따주지 못한 오이는 누런 노각이 되어 대롱거리고 있다. 동네 지인들 집에도 오이나 가지는 지천이니 나눠주지도 못한다. 남아있는 상추 역시 먹지 못할 정도로 물어버렸다. 장마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야채값이 많이 올랐다는 보도가 틀린 것이 아니다.

장마는 사람의 삶도 힘들게 했지만 채마밭도 엉망으로 만들었다. 물론 그때그때 잘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제일 크지만, 자연의 순환에는 꽃피고 새 우는 봄처럼 아름다운 시절만의 연속은 아님을 보여준다.

여름이면 가뭄과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어려움이, 겨울에는 한파로 고통을 겪는다. 모든 빛나는 아름다움과 열매에는 고통과 인내의 거름 없이 되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자연은 몸소 보여준다.


풀이 무성한 밭 뒤 데크 쪽에 보랏빛 꽃이 보인다.

비비추다. 잎선이 아주 아름다운 비비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꽃을 많이 피웠다. 채마밭을 둘러 있는 테크길 주변에 심은 것인데 해마다 말없이 보랏빛 꽃을 피운다. 옆의 오이는 감나무까지 치고 계속 올라가는데 비비추는 바닥에 붙은 몸으로 없는 듯 살다 여름 한철 보랏빛 대롱꽃을 보이고는 다음 해를 준비한다.

짧은 시간 보여주는 보랏빛 꽃은 일 년의 피땀이 엉킨 열매다. 마당의 생명들은 옆의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으며 자신의 색 대로 조금씩 자라 간다.

비가 오던 날이 맑든 간에 모두가 제 할 일에 분주한 매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