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4일 화요일
(비 오는 조용한 하루, 덕분에 더위는 약간 가라앉았다)
비 오는 날은 마음까지 조용해진다.
초봄에 심었던 겹백합이 꽃을 피웠다.
백합 꽃대가 올라올 때 매끈하지 않고 약간 찌그러져 보여 뭔가 이상이 있는 아이인가 생각했지, 겹백합 구근을 심은 것은 인지하지 못했다.
꽃이 핀 것을 보니 꽃잎이 몇 겹인 새하얀 겹백합이었다.
향기는 일반 백합처럼 강한 것 같진 않지만 꽃송이는 커서 백합이라기보다 예쁜 꽃이다.
나팔꽃 같은 백합꽃 스타일도 아니다.
대부분의 백합이 연 노란 꽃이기에 흰 꽃이라 더 마음에 든다. 두어 개 더 심을 걸 그랬나 보다.
아니다.
결과를 미리 알고 도전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마당 곳곳에 있는 노랗고 분홍의 백합은 크기도 크고 향기는 온 마당을 제 내음으로 물들일 정도다.
그에 비해 소박한 흰 겹백합은 고상하지만 나서지 않는 겸손함으로 더 돋보인다. 종일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간간이 존재의 향취를 흘러보내며 웃고 있다.
지난 화훼전시장에서 샀던 초화, 온몸이 물로 채워진 듯한 뾰족하고 통통한 몸매 사이로 가녀린 꽃대가 높게 올라와 있더니 분홍 아기 꽃을 피웠다.
실 같은 몸매는 바람만 불어도 꺾일 것 같은데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을 하늘거리며 잘 견디고 있다.
다양한 모습의 아름다운 꽃들이 제 계절을 맘껏 즐기고 있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가 모처럼 땅속 깊숙이 있는 아이들의 목까지 축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