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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ug 20. 2024

사막여우 고양이의 노래

삼색이는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는 자신을 자랑스럽게라도 여기듯

집 나간 지 한 달도 다 되어 가는데...

마당을 점령한 아기 고양이들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사막여우 노래를 불러 준다

큰 귀가 조금만 작았더라면 영락없을 사막여우,

"난 이미 네게 길들여지고 말았어 ~~"


아침저녁으로 챙겨주는 맛있는 식사를 넘어

점심때면 영양 간식으로 애정을 갈구하고

뜨거운 햇살이 사그라든 저녁에는 집사로써의 의무까지 요구한다.

"놀아줘 야오옹 ~ 놀아줘야~옹 ~"

별에서 온 친구에게 당부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는 듯,

" 너는 잊으면 안 돼

넌, 네가 깃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

이미 집냥이가 되어버린 길냥이는

끓임 없는 관심과 보살핌을 당당하게 청구하고 있다.


이제부터 넌 "파스텔톤"이야

너무 붉지도, 푸르지도 말고

큰 목소리도, 들리지도 않을 신음소리로도 말고

넘치는 열정으로 뛰어넘지도,

미동조차 움직이기 싫은 게으름으로 파고들지도 말며,

송골송골 땀방울을 밀어주는 솔바람에도 감사하며,

작은 봉사와 노력으로 평온히 다져 갈

고마운 미래를

놓치지 말고 꼭 붙들라며, 격려의 새 이름까지 준다.


삼색이는

어느 하늘아래 잘 견디고 있을 것이며,

사막여우 같은 별이와 호프는 앵두와 더불어

길들여진 강냥이의 삶을 즐겁게 지내다,

혹여라도

찾아올지 모를 본능에 충실해 자유로이 날아간다 해도,

나는 "파스텔톤"이니

담담하게 책임지고 담담하게 맞아들이리.



어디서든 시원한 곳을 찾아 폭염을 견디고 있는 별이(위)와 호프(아래)

꼬리가 짧은 아이가 호프, 긴 아이가 별이다



p.s. 삼색이가 집을 나간 지 (혹 사고를 당한 지?) 한 달이 다되어 갑니다. 2년 넘도록 집을 일주일이상 떠난 적 없었던 아이라 염려도 많이 되지만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다고 믿습니다. 아기냥이 셋은 제법 자라 떠날 때가 된 듯한데도 솜이와 함께 딱 붙어 삽니다. 별이와 호프는 하얗고 자그마한 얼굴에 긴 몸매로 사막여우를 많이 닮은 듯합니다. 오랜만에 어린 왕자를 추억해 보며 마당 정원의 여러 식물들처럼 길냥이 아이들도,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이 "자신의 성장은 상대방의 성장과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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