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성이 많은 고양이는 발로 먼저 뒤적거리며 확인하려다 발이 물리고, 성질 급한 개는 냄새 맡느라 코가 먼저 나가려니 얼굴이 물리는 것이다.
통조림에 약을 비벼주니 잘 먹는다. 붓기는 많이 빠지고 다니는데도 지장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물린 상처 주변에 진물이 흘렀다. 솜으로 닦아주고 약을 발라주는데 고양이인지라 짬나는 대로 핥아먹는다.
물린 자국이 선명하게 구멍처럼 보이는데 안 되겠다 싶어, 후**을 바르고 붕대를 댄 후 테이프로 감아버린다. 처음엔 바둥거리더니 촘촘히 감아버리니 가만히 있는다.
"그래~이렇게 하루라도 있어보자"
녀석은 테이프를 핥아 빼버리려 노력했지만 포기했는지 하루가 되도록 잘 다니고 있다. 앞발을 쭉 내밀고 "얘들아 이것 봐! 나, 사랑의 완장 찼어~" 오히려 자랑이라도 하듯 씩씩하다.
오늘 저녁엔 풀어보고 다시 치료해 줘야겠다.
정원의 꽃과 나무들, 이름 모를 풀까지 각자의 모습대로 개성 있게 살아가는 것처럼 자연 속의 모든 생명에게는 부여받은, 타고난 특성과 천성이 있다. 마당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자유로운 것은 구속당하지 않고 천성대로 살기 때문이다. 별이가 뱀에 물리는 바람에 고양이와 개가 뱀 같은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도 대항하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인간은 어떨까? 뱀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일전에 강가길에서 산책하다 뱀을 봤을 때, 나는 도망쳤다. 소심한 인간이니, 안 물리고 안보는 것이 상책이니까... 굳이 위험을 맞닥뜨릴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자유로운 영혼들은 위험을 떠나 본능이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것은 거저 다가오지 않는다. 경험으로든 쟁취로든 노력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다.
이 좋은 세상에 새롭게 누려볼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경험해 보며 배워가야지~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지~" 바람일지, 당부일진 모르지만 "앵두야! 이 여름 너는 조용히 지나가자! 너희들 치닥꺼리에 땀 더 흘리지 않도록 부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