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Aug 27. 2024

아기 강냥이 치다꺼리에, 더 더운 여름 ~

삼냥이는 아기냥이답게 잘 먹고 잘 놀고 사고도 잘 친다.  한 달 전엔가 아침을 주는데, 별이의 오른 발등이 퉁퉁 부어 있었다. 발을 뒤집어 보니 분홍빛 여린 발바닥이 무엇에 찔리기라도 한 듯 곪아 있었다. 많이 붓고 열이 나 마음에 걸렸다. 

냥이가 되어버린 아기냥이들은 삼색이가 나간 후 식구들을 더 의지하는 것 같았다.

"다니다 보면 낫겠지, 원래 다치고 낫고 ~~ 그러면서 크는 거지~~" 이제 길냥이 병원까지 신경 쓰느냐는 듯 적당히 하라는 분위기다.

그래도 절뚝거리며 다니는 호프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강아지 케이지에 넣고 병원으로 데려갔다.

"어디 돌아다니다 찔려, 곪았군요"

선생님이 보시고 열을 재신다. 발바닥을 소독하고 짜내니 고름이 나오고 구멍이 생겼다. 근이 삐진 것 같았다. 항생제 주사 두대를 맞고 일주일치 약을 지어 주셨다. 일주일 동안 약을 잘 먹였더니 잘 아물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날아다닌다.


며칠 전엔 삼둥이가 외박을 했다. 삼색이는 들어오지 않은지 한 달도 넘어가고 냥이들은 어쩌다 한 번 외박도 하기에 아침에 보이지 않았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일이면 들어오겠지, 고양이 천성대로 제가 아쉬우면 올 것이야~"

역시 하루 반나절이 지나 아기 냥이들은 입성을 했다.

밥 달라고 요란하게 울어대는 , 밥을 주며 보니 이번엔 별이 왼쪽 발 전체가 퉁퉁 부어 있었다. 또 뭔가에 찔렸나 싶어 발바닥을 보니 멀쩡했다. 그런데 발목 부분에 뭔가에 상처가 난 듯한 자국이 있었다.

뼈를 만져보니 뼈는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퉁퉁 부었을까?"

"돌아가면서 사고를 치는구나 ~ 별이가 호프는 고쳐주고, 나는 고쳐주지 않느냐고 원망하겠다~"

퉁퉁 부은 발로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니 또 애잔하다.

병원에 전화해 보니 우선 데리고 나와보라고 하신다. 케이지에 넣어 병원으로 데려갔다. 선생님께서 보시더니

"집이 산 쪽에 있어요?"라 물으신다.

"아니요. 그런데 엊그제 외박을 해, 어디로 돌아다녔는지 몰라요~~"

"뱀한테 물렸어요~ 고양이는 뱀을 보면 발부터 나가요. 그래서 발에 물리지요~"

"아니 고양이는 뱀한테 물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요? "

"뱀에 따라 다르지요, 그리고 아직 어린 고양이라 위험해요"

주사를 놓으시고 약을 일주일치 주셨다. 그러면서 "개는 뱀한테 어디부터 물리는지 아세요?"

"모르는데요~" "개는 입이 먼저 나가요 ~ 그래서 개는 얼굴이 퉁퉁 부어 오지요 ~~"

조심성이 많은 고양이는 발로 먼저 뒤적거리며 확인하려다 발이 물리고, 성질 급한 개는 냄새 맡느라 코가 먼저 나가려니 얼굴이 물리는 것이다.

통조림에 약을 비벼주니 잘 먹는다. 붓기는 많이 빠지고 다니는데도 지장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물린 상처 주변에 진물이 흘렀다. 솜으로 닦아주고 약을 발라주는데 고양이인지라 짬나는 대로 핥아먹는다.

물린 자국이 선명하게 구멍처럼 보이는데 안 되겠다 싶어, 후**을 바르고 붕대를 댄 후 테이프로 감아버린다. 처음엔 바둥거리더니 촘촘히 감아버리니 가만히 있는다.

"그래~이렇게 하루라도 있어보자"

녀석은 테이프를 핥아 빼버리려 노력했지만 포기했는지 하루가 되도록 잘 다니고 있다. 앞발을 쭉 내밀고 "얘들아 이것 봐! 나, 사랑의 완장 찼어~" 오히려 자랑이라도 하듯 씩씩하다.

오늘 저녁엔 풀어보고 다시 치료해 줘야겠다.


정원의 꽃과 나무들, 이름 모를 풀까지 각자의 모습대로 개성 있게 살아가는 것처럼 자연 속의 모든 생명에게는 부여받은, 타고난 특성과 천성이 있다. 마당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자유로운 것은 구속당하지 않고 천성대로 살기 때문이다. 별이가 뱀에 물리는 바람에 고양이와 개가 뱀 같은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도 대항하는 방법에 대해 있었다.

인간은 어떨까? 뱀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일전에 강가길에서 산책하다 뱀을 봤을 때, 나는 도망쳤다.  소심한 인간이니, 안 물리고 안보는 것이 상책이니까... 굳이 위험을 맞닥뜨릴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자유로운 영혼들은 위험을 떠나 본능이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좋은 것은 거저 다가오지 않는다. 경험으로든 쟁취로든 노력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다.


이 좋은 세상에 새롭게 누려볼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경험해 보며 배워가야지~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지~" 바람일지, 당부일진 모르지만 "앵두야! 이 여름 너는 조용히 지나가자! 너희들 치닥꺼리에 땀 더 흘리지 않도록 부탁해 ~~"



식사 후에도 셋이 사이좋게 현관 앞에서 사람들 기다리며 "야옹야옹"

붕대 잘 감고 있다고 칭찬해 달라는 듯 보는 별이, 발 완장차고 잘 다니는 별이

매거진의 이전글 사막여우 고양이의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