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Apr 11. 2024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기에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아침 설거지 후 고무장갑을 걸어 둔다

늘상 그렇듯 장갑에 묻은 물방울은 아래로 흐른다

오늘따라 유독 탄탄해 보이는 물방울...

당장이라도 떨어지며 한 많은 세상을 안녕할 것 같은데,

아직 매달려 있다.

시간을 재어본다.

무엇에도 의지하지 못한 채 온몸을 꼬꾸라뜨려 아래로만 향하고 있음에도...

바라보는 이의 몇 번이고 계속되는 침 삼킴에도 꿋꿋하다.

금방이라도

당장이라도

떨어졌어야 할 것 같은데...

사라짐을 덧씌워버린 아이처럼 매달려 있다.

그래!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차분히 돌아보고 격려하며 내디디고 앞으로 나아갈 시간은 충분하다.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는데도

이다지도 절절한 기다림인데,

새털같이 많은 나날들의 하루

오늘!

천천히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찰깍" 하려는 순간,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