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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28. 2024

오둥이 엄마 삼색이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두 번째 12화

 아침에 삼색이 밥주려 데크에 갔는데 까만 아기 냥이 한 마리가 있었다. 새끼냥이는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아직 제대로 된 고양이 소리대신에 삐약삐약 병아리 소리를 낸다. 삼색이가 젖을 물리지 않아 사료를 조금 불려 고기를 넣어 비벼줬더니 먹는다. 그릇을 깨물려고 해 손가락에 얹어 줬더니 야무지게 손가락까지 깨물어 깜짝 놀랐다. 이빨이 날카로워 제법 아팠다. 고양이의 모성애가 대단하다. 본능인진 몰라도 젖을 물때마다 이렇게 날카로운 이빨로 물었을지도 모르는데...  아침부터 놀라게 한 아기 냥이를 위해 박스 안에 수건을 깔아 안락한 장소를 만들어줬다.


 오늘은 장날이라 아침 일찍 모종을 사기 위해 이웃과 장에 갔다. 토마토는 몇 주 전에 심어 고추와 가지 오이와 깻잎, 그리고 야채모종을 더 샀다. 가우라꽃(바늘꽃), 캄파넬라 모종도 사고 일찍 왔는데, 솜이와 삼색이가 데크에 드러누워있고 주변에 뭔가가 꼬물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멀리서 봐도 아기고양이 같았다. 

 세상에! 삼색이가 새끼들 다섯 마리를 모두 데리고 왔다!.

 이제 보니 아침에 까만 녀석 하나 데리고 온 것은 분위기를 살피기 위한 행동이었나 보다.  식구들이 잘해주니 안심하고 데려와도 되겠다 여겼는지 장에 다녀온 사이 모두 데려다 놓은 것이다. 봤을 때, 네 마린지 다섯 마린지 헷갈렸는데 다섯 마리였다. 하얀 아기 둘에 누렁이 하나 깜장이 하나 까맣고 흰 녀석, 모두 다섯 마리. 어디서 숨겨놓고 키웠는지 모르지만 밥만 먹으면 나가서 얘들 젖먹이고 다시 집에 와서 쉬고 밥 먹고 가고 를 반복해 오늘까지 잘 키운 것이다. 

 한 녀석도 놓치지 않고 다서마리 다 잘 키워서 "이제는 집으로 가자~"는 마음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3월 중순에 데리고 나갔으니 거의 한 달 반 만에 다시 왔다. 아가들이 좀 크면 데리고 올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막상 다섯 마리가 오글거리니 놀랄 수밖에...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잘 키운 것은 참 기특한 일이나 작년에 얘들 데리고 올 때는 뒷마당데크에서 눈치 보며 좀 있다 들어오더니 올해는 아예 여행 갔다 온 것처럼 앞데크에 뻔뻔하고 당연하게 자리를 잡았다. 길냥이도 사람하고 살다 보니 수완도 늘어가나 보다.


 새끼들은 에미에게 교육이라도 받았는지 당당하게 발발거리고 돌아다닌다. 두어 녀석을 안아봤는데 별로 앙탈도 않고 오히려 친근감도 보인다. 흰둥이 녀석의 눈밑에 까만 점 같은 것이 있어 보니, 진드기였다. 손톱으로 뽑아내 눌러 죽인다. 두 녀석 얼굴에 비슷한 것이 보여 뽑아내 눌러 죽였다. 안겨있으니 제거해 줄 수 있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로 아직 작은 아기지만, 귀엽긴 참 귀엽다. 

 정원의 모든 식구들도 아기 때가 더 예쁘다. 꽃도 피려고 준비할 때가 더 기대되고 신비하고, 나무도 여린 잎이 나오는 신록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길냥이들도 아기 때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다.

 잉태되는 신비에 자라 가는 은혜, 성숙해져 가는 축복, 바른 성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능력에 열매를 나누는 완숙기에서 다음을 위한 거름이 되는 비움의 세월로 순환되는 우리네 인생길처럼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의 시작은 아주 작은 아이 때부터라는 것을 자연 실물교훈은 말하는 것 같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아기들을 다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선다. 

 누군가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키우겠다면 얼마나 좋을까? 즐겁게 분양할 텐데...

 아가냥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잘 돌봐줘야겠지. 독립할 때가 되면 각자 제 길들을 찾아가겠지. 작년에도 다섯 마리 데리고 왔는데 지금 솜이만 남아있지 않은가.

 그런데 아가들의 붙임성이 남다르긴 하다.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했던 작년 아가들하고는 좀 다르다. 그래도 적당해야지, 내 보내야 한다. 

 "다섯 마리가 모두 있지는 않겠지?" 

 " 밥 잘 주고 잘 곳 있는데 왜 나가겠어?"

 "사람으로 치면 요즘처럼 살기 힘든 세상에 왜 사서 고생하겠어요?" 식구들 의견이 분분하다.

 꼬물이들을 보니 여러 생각이 교차되지만, "얘들은 고양이니까, 구속되는 것은 죽기보다 싫어하는 고양이니까, 자유로운 생을 찾아 펼쳐갈 것이야" 생각하며 일단 접는다.

 정원 가꾸고 마음 가꾸면서 배운 것 실천하자, "그건 그때 가서 볼 일이다".

 지금은 피어오르는 봄 생명들의 사랑과 온기를 함께 나누며 이때 아니면 다시는 얻지 못할 추억과 행복을 만들어 가면 될 일이다.

 "삼색아! 너는 참 대단하다. 많이도 낳고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키웠구나! "

 "그런데 이제 아기는 그만 낳으면 안 되겠니?" 말똥거리며 쳐다보는 삼색이에게 당부해 본다.

 삼색이와 솜이 그리고 아기냥이 오 남매,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는 초목들과 사방으로 펼쳐지는 꿈을 잡으려 움직이는 꽃들로 마당 정원은 온갖 색깔의 희망과 가슴 벅차게 올라오는 신록으로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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