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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May 28. 2024

육아는 엄마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두 번째 13화

삼색이

힘든 산고 끝에 냥아기를 다섯이나 낳고 안전하게(?) 키워보겠다고 하룻밤새 거처도 옮겨버린 모정인데, 올해 삼색이는 아기냥이들을 생육시키는데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50여 일 만에 집으로 데리고 왔지만, 건강하지 못했던 티코는 며칠 만에 세상을 떴고 그 후에도 몇 번이고 아기 냥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들락거리더니 급기야 심한 감기까지 걸려 자신과 새끼들 모두 힘들게 만들었다.

누구 잘못도 아니지만 올해는 그렇게 풀리고 만 것 같다. 작년 삼색이가 첫 출산했을 때는 새끼 다섯 마리 데리고 입성해서 석 달 정도 잘 있다가 나가고 솜이만 곁에 남았다. 지금 생각하면 작년엔 아가들이 적당히 커서 데리고 들어온 것 같았고 건강하기도 했다. 끼니때마다 밥도 잘 먹어 사료제공한 외엔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올해 삼색이가 독한 감기에 걸려 제대로 먹지도 않고 급기야 병원에서 난생처음 주사 맞고 힘들어하다 가출까지 감행하고 말았다. 며칠이 지나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삼색이가 안타까웠지만, 거기까지인가보다 하며 마음을 접었었다. 그런데 돌아왔고 조금씩 먹더니 (이것저것 입맛에 맞도록 다해줘 봤다) 이제는 거의 회복된 듯하다.

병원 가기 얼마 전 자몽이 와 앵두를 집 밖 어딘가에 숨겨두고 며칠 동안 데려오지도 않더니 이웃집 정원 가운데 버려진 것을 발견하고 데리고 왔는데, 건강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 간호를 했지만 결국 자몽이도 떠나고 말았다. 제일 통통했던 아기였는데 엄마 감기 옮은 데다 밖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해 결국 회복되지 못한 것 같다. 삼색이는 제 몸이 힘들어서 그런진 몰라도 작년만큼 새끼들에게 젖도 잘 물리지 않는다. 사진을 보면 작년엔 참 잘 먹여 새끼들도 통통했는데 올해 아기들은 말랐다.


솜이

아무래도 솜이가 아빠 같다. 솜이는 작년에 태어난 삼색이 새끼인데... 고양이도 지킬 것은 지킨다고 하던데, 솜이는 삼색이가 집을 나갔을 때도 집을 비우지 않고 아기냥이들을 돌봤다. 늘 곁에 있고 장난도 쳐주고 밥 먹을 때도 새끼들이 들이밀면 자리를 내주곤 했다. 마당에 드러누워 있다가도 새끼들이 멀리 가면 쫓아가서 데리고 오곤 한다. 핥아주면서 장난도 치고 아기들을 잘 돌봤다. 일 년 먼저 태어난 형으로써 라면 너무도 대견한 형 고양이다. 아빠든 형이든 무슨 상관이랴. 마치 삼색이와 공동육아라도 하는 듯 하루종일 붙어있으면서 새끼들을 돌보곤 한다.


아기냥이들

제일 통통하고 활달하던 자몽이가 비쩍 말라 회복도 못하고 떠난 것을 보면 아기냥이들은 하루가 다르다. 하루 잘 먹으면 제법 기운을 부리다가 못 먹으면 늘어지고 거기에 아프면 대책이 없다. 병원 상담을 해보니 바이러스성이라 회복이 더딜 수도 있다고 한다. 성묘의 경우 병원에 가 주사도 맞고 다른 방책도 있을지 모르지만, 아기냥이의 경우는 별다른 방법도 없다고 한다. 아기들 발톱도 날카롭다. 눈 닦아주고 안약을 넣을 그나마 괜찮지만 약은 먹지 않으려고 발악한다. 발톱을 세우면서 앙앙거린다. 앵두와 별이에게는 펫밀 크도 먹인다. 주시기에 펫밀크를 넣고 어금니 쪽으로 넣어주면 몇 번은 꼴딱거리면서 삼켜준다. 한 번에 10cc씩 하루 세 번 먹여주고 있다. 아까 보니 호프는 식욕이 조금 돌았는지 제 엄마 통조림 줄 때 제법 먹는다. 뭐라도 먹으니 그중 통통하고 활달하다. 아기들은 먹어야 산다. 자몽이는 먹지를 않아 결국 견디지 못한 것이다.

밤이면 세 녀석은 서로 붙어서 텐트 속에서 잔다. 햇살 좋은 낮, 컨디션이 좋을 땐 온 마당을 헤집고 다니며 장난치고 논다. 활달하게 까불고 놀 때 보면 아기는 아기다.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헤집고 다닌다. 별난 세상이 얼마나 궁금할까. 건강하게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다.


돌보미

자몽이는 떠나고 앵두와 호프, 별이를 신경 써 돌보고 있다. 앵두도 상태가 좋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안약을 넣고 감기약 희석해 아침저녁으로 주사기로 먹인다. 펫밀크를 구입해 주사기에 넣고 먹이는데 여간 앙탈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아기 고양이를 안고 우유를 먹일 줄은 몰랐다. 고양이 간호라니…

그래도 전날 밤에 살아 숨 쉬던 생명이 하룻밤새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먹여서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자몽이 간 후, 계속 먹이고 있다. 제 엄마 젖과 사료를 잘 먹어 살이 오들 때까지

"앵두야 너는 살아야지~~"

앵두에게 삼색이가 젖을 물릴 때도 있고, 간혹 사료도 기웃거리는 때도 있다. 세 달이 다 됐는데도 작년 아기들에게 비하면 정말 아기다. 아직 감기가 완전히 낫지 않으니 약도 먹이는데, 약을 먹일 땐 "웩웩거리면서 토하기도 한다. 아무리 어린 생명이라도 맛을 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삼색이가 야속하기도 했다. 나을만하면 데리고 나가서 심해져 들어오고, 말이 통한다면 "나가려면 너 혼자 나가~"라고 야단이라도 치겠지만 고양이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제 새끼니까 제 본능대로 보호하고 키우겠다는 것인데... 차라리 데리고 오지를 말지, 비실거리는 얘들을 데리고 또 들어오니 돌보지 않을 수도 없었다. 또다시 가출한다차라리 집에 데리고 오지 않으면 좋겠다 싶다.


에필로그

삼색이와 솜이 아기냥이들을 보면, 비록 인정받지 못하는 생명이라도 한 생명이 생육하는 데는 결코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태어난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 자라고 있다는 것, 지금을 느끼고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고 축복받은 일인지 가끔씩 잊고 사는 인간들에게 그저 "살아있습니다~~"를 온몸으로 길냥이들은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가는 생명의 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님을, 아픈 제 몸보다 소중하게 돌보며, 우애 있게 보살피고 돕는 것을 보면 사람 사는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삼색이 가족이 완전히 건강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르니 회복될 것이다.

건강해지면 제 세상을 찾아 훌훌 날아다닐 것이다. 그때까지 정성껏 돌보자 생각한다. 혹 더 나빠져도 어쩔 수 없다. 타고난 명대로 살다 갈 것이라는 내려놓는 마음으로 우리는 위안받기로 했다. 티코와 자몽이는 뒷산 언덕에서 예쁜 고양이꽃으로 누워있고 작년에 태어났던 아이들도 어느 집에선가 밥 잘 먹으며 지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날아오르는 정원 고양이 꽃들이다.

새끼들 젖 떼면 삼색이는 중성화시킬 생각이다. 더는 힘들지 않게 남은 묘생, 건강하고 즐겁게 살며 예쁘게 나이 들어가도록...


작년 사진 노란 아이가 솜이/컨디션이 조금 나아진 삼색이

                               모처럼 한가로운 삼색이 가족

데크밑 돌틈에서 놀고 있는 앵두와 호프, 별이(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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