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3부작 ~

by opera

1.! 그대가 있기에 다시 움직이리라

지난 주말 인동초와 죽은 클레마티스와 비슷한 아이를 샀다. 인동초는 이름 때문이라도 예전부터 심고 싶었던 아이였다. 지난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떠난 클레마티스는 몇 해동안 덩굴장미꽃과 어우러져 기세를 펼치며 담장을 자그맣고 예쁜 꽃으로 장식해 이웃들도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멋진 아이였다. 그 아이를 샀던 농원에서 작은 화분에 담겨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명패만 달고 있던 비슷한 느낌의 아이를 데려왔다.

클레미티스 종자는 뼈대가 가는 편이다. 그런 몸으로 일 년 동안 화분에 버티고 있었으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주인분이 그래도 살긴 할 것이라며 가격을 깎아 넘겨주었다. 떠나간 클레마티스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인동초와 클레마티스를 심는다. 떠난 아이가 워낙 장대하게 자라 뿌리도 깊이 내렸, 굵고 가는 가지가 담장에서 가제보까지 말라버린 잎과 더불어 제거할 수 도 없이 덮여있기 때문이다. 올해 울타리 장미꽃과 머루가 달리면 마른 잎들과 더불어 어우러질 것이다.

삶과 죽음이 하나이듯, 자연 속에선 함께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떠났어도 자연이니 그냥 두는 것이 맞다. 내가 원하는 대로 가꿀 수 있으니 뽑아내지 않고 그대로 둔다. 살아왔던 세월이 기특하고 가엾기도 해서다.

해마다 "더는 들이지 말아야지"하면서도 봄이란 녀석은 마치 식구들 불리는 재미로 사는 것처럼 나를 유혹한다.

사실 이렇게 떠나는 아이도 있으니 새 식구 들이는 것도 맞다. 그렇게 공들여도 별로 표가 나지 않는 곳이 마당이고, 나는 그래서 더 좋아한다.

내가 주인이 아니라 자연이 주인이니까...

눈에 보이는 마당엔 이미 심을 곳 없이 꽉 찼다. 속까지 들여다보지 못하는 흙속에서도 여기저기 삐죽거리고 올라온다. 어제 아침엔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에 나가보니 금낭화들이 부지런히 올라오고 있다.

봄은 들여오라고 아우성이다. 들어오라고 아우성이다. 늘어져 있는 몸과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라고 아우성이다. , 그대는 나를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주니 고맙다.


2. ! 그대 덕분에 지금 행복하리라

있는 그대로의 행복을 누리겠습니다. 지금만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행복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려 깨우쳐 주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긴 겨울 고생했다며 다독거리고 꼭 안아주는 감사한 사랑입니다.

물에 젖은 솜처럼 가라앉은 육신과 마음, 그대가 빨아올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난겨울 쌓였던 눈과 함께 흔적도 없이 마당의 일부분이 되었을지도 모를 곤란했던 자아...

그대가 더불어 번듯하게 싹 틔우며 나가도록 이끕니다.

자칫 놓치기 쉬운 사소한 것 하나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혹하게 하고 눈길을 돌리도록 만듭니다.

때로는 여린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감정의 물결, 연약한 마음의 고리, 예민한 감수성 때문에 다치고 상처받은 마음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단단하고 질긴 몇 가닥의 굵은 가지만으로도 꿋꿋이 올라가는 나무처럼 표정 없는 강한 무언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대는 손사래 치며 만류했지요.

그렇게 사는 건 아니라고... 아프면 아프게 사는 것이 삶이라며 아픈데로 두라고 했습니다.

스쳐가는 바람에도 눈물 나고 버려지는 꽃. 밟히는 지렁이도 달팽이도 불쌍해 비 오는 날이면 우산 던지고 옮겨준다는 동질감의 시를 배우도록 했습니다.

시인의 노래처럼 내리는 비를 어머니의 눈물이라며, 너무 반가워 저 죽을 줄도 모르고 뛰쳐나온 지렁이 달팽이들을 아직은 물기가 촉촉한 풀숲으로 던져버리며 살아라 살아라 외치곤 했습니다.

온전한 사람의 눈으로 보기엔 때로 쓸 곳 없는 것에 연연하며 살아온 삶이 아쉽기도 했지만 마당을 가꾸면서, 그렇게 살아야만 했고 그랬기에 마침내 자연을 찾아오게 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여기저기 울쑥 불쑥 올라오는 친구들이 그런 손길을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반깁니다. 소심하고 여린 마음이었기에 더 고맙다며 스스로를 온전히 내맡깁니다. 이대로의 손길로 함께 행복할 수 있음을 배웁니다.


3. ! 그대가 있어 위로받고 용기를 얻으리

몇 해전에 카라 두 촉을 심었는데, 올해는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많은 무리를 이끌고 다시 찾아와 주었다. 덮인 낙엽과 비료를 제쳐내니 사방에서 빼죽거리며 "안녕"하고 인사한다. 먼 세상에서도 가장 잘 보인다는 황금 노랑옷을 입고 뒤에서 받쳐주는 백합과 함께 멋진 관악연주로 산너머 세상에 까지 울려 퍼질 빛나는 음악을 들려주려 야무지게 준비하고 있다. 하늘까지 펼쳐질 멋진 연주를 위해 백합은 이미 무장되어 제자리를 지키며 올라서고 있다. 키 큰 아이는 호른으로 조금 여린 아이는 트럼펫으로, 플루트와 클라리넷 오보에와 피콜로의 소리로 다양하게 올라 올 카라와 어우러질 것이다.

관악구근들은 지친 일상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한 여름 내내 그윽하고 장중한 음악으로 용기를 준다.

인생 베이스를 탄탄하게 받쳐줄 테니 힘들어하지 말라 위로하며, 순간 몰입하고 즐기며 자신과 같은 자연의 뿌리로 행복하라는 용기의 일상을 연주해 줄 것이다.


웅크리게 만들었던 계절일랑 잊고

움직여서 부지런히

초록의 행복을 빚어내고

위로와 용기를 나누라고

그대 봄은

오늘 아침에도 나를 이끈다


사방에서 올라오는 카라촉들

리허설 중인 백합트리오 / 관학협주곡에 항상 감사해하는 모자상관객

후미진 곳에서도 힘차게 올라오는 금낭화 / 새로 온 인동초와 떠난 클레마티스와 새로 온 작은 클레마티스

올해 첫 얼굴을 보인 튤립 ~ 작은 선물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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