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어치 친절

어제 만난 사람

by 버드네

그 전에도 전화로 통화를 하는 일은 많았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전화로 하는 대화는 그냥 통화일뿐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에서 통화는 전화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촉각을 세우고 그 사람의 발성 하나하나에 신경을 세워 기분이나 의지 그리고 태도를 살피게 되었다. 질문에 대해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 지 또는 함께 고민하기 위한 노력과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지 궁금해 했다.

시민단체 일로 검찰에서 참고인 진술을 열과 성을 다해 6쪽에 가까운 진술서를 4시간 동안 작성했었다. 지역공동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라 생각하고 한글자 한글자 사명감을 가지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기분은 좋지 않았다. 범법자에게 당연한 집행을 해야 함에도 도리어 피해자에게 선처나 아량을 베풀려고 노력중이라는 듯한 검사의 태도가 신경을 거슬리기도 했지만 시비를 가려야 하는 경찰서나 검찰청은 투명하게 상황을 밝힐 수 없기에 어둠의 터널 같아서 절대 올 곳이 못 된다는 생각에 혼자 진땀을 뺐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원을 갈 때마다 검찰청에서 느끼는 찜찜하고 불안한 감정이 데자뷰되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에 친정 엄마의 노안수술치료를 위해 안과를 자주 가면서 '전쟁과 평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상황을 마주했다. 치료를 받기 위해 넓은 병원 대기실 의자를 가득 채운 사람들로 북새통인 곳을 매일 와야한다는 찜찜함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금세라도 삼킬 것 같은 위협으로 다가왔다.

찜찜하고 불안한 장소에서 1시간 넘게 대기하고 이백이 넘는 돈을 주고 10여 분의 치료를 받고 1-2분의 진료를 받는 상황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미리 예약해서 손님을 일정 수준으로 제안하면 안 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어차피 병원에서 10원 어치나 100원 어치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세상이지만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의료서비스의 승자는 누구인가를 생각했다. 설명도 안내도 없이 1시간 씩 기다리다 보면 나이들어 좀더 감사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살자는 내 결심은 저 멀리 달아나고 없다. 가성비를 따지는 세대들도 기성세대처럼 수긍하며 병원에서 이렇게 막막하게 기다릴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큰소리를 치고 왜 기다려야 하는 지 수술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 지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경과를 지켜보자며 처음 질문에 반대되는 답을 하는 의사의 뻔뻔함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래 너무 많은 환자를 만나서 1~2분 대화를 했으니 환자마다 무슨 답변을 했는 지 기억을 못 할 수도 있겠다.

"당뇨랑 혈압 때문에 수술에 다른 문제가 생기지도 않나요? 수술해도 괜찮나요?"

나의 거듭된 질문에도 똑갑은 답을 했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

의사는 팔순이 넘은 엄마의 노안치료 수술에 대해 망설이는 나에게 분명 그렇게 대답했었다.그런데 엄마가 눈이 수술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씀하시자 이번에는

"당뇨 때문에 시력이 크게 좋아지지 않았나 봅니다."

녹취를 한 것도 아니라서 분노와 배신감이 차 올랐다. 환자가 아닌 ATM 기계 정도로 대하는 태도가 허탈해 지기까지 했다. 아직 수술 경과를 지켜봐야 겠지만 왜 이렇게 화가 나는 지 이해를 못 했다. 전화로 만나는 사람에 대해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했던 부작용일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위험 속에서 대면해서 마주한 의사 얼굴이기에 한 마디라도 더 듣고 신중하고 답변해 주길 기대했었나보다.

시야가 답답해서 하루라도 빨리 백내장과 노안치료를 받고 싶다는 엄마를 위해 5일 남짓 매일 병원 진료를 받으며 왜 우리는 돈을 내면서 갑질에 견디어야 하는 지 몰랐다.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는 대부분은 곳에서는 권리를 주장하고 개선을 요구하면서 유독, 병원에서는 처음 들고 간 문제만큼의 과제를 떠안고 병원문을 나서는 상황이다.

점차 관공서도 시민들의 '민원'에 노이로제가 걸린 공무원의 감성탓에 기계적인 친절이라도 경험하지만 병원과 의사들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니 이젠 개선이 필요하다. 의사가 알고있는 정보나 과정만큼 환자에게도 정보는 공유되고 설명되어야 한다. 뉴스에서 접하는 의사들의 특권의식이 실감나는 일상이다.

따뜻한 글을 쓰기에 나의 내공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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