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난 사람
만약에 행운이 내게 찾아온다면 아마 이런 기분일 것이다. 어제는 큐넷에서 한식조리기능사 합격자 발표를 하는 날이었다. 또한 한식조리기능사 실시시험이 있었고 한식, 양식, 일식 조리기능사 실기 시험을 접수하는 날이기도 했다. 큐넷으로 오전 9시에 보름 전 쯤에 도전한 조리기능사 실기 시험의 결과를 확인하고 당락에 따라 다시 실기 시험에 도전해야 한다.
한식, 일식, 양식을 전부 한 번 씩 떨어진 터라 자신감도 없고 다시 한식 조리기능사 세 번째 시험을 도전하기 위해 접수를 해야 했다. 다시 실기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찹잡한 마음에 전날까지도 걱정을 하였지만 어제는 다른 분주한 일이 많아서 정작 당일에 접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다.
큐넷으로 조리기능사 실기 시험 접수를 하기 위해서는 오전 10시부터 접수가 가능한데 전국에서 초를 다투는 경쟁을 통해 클릭을 하기 때문에 시험 접수를 10분 안에 해야 한다. 사람들이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에 관심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떨어지는 비율이 높은 것인지 까닥 잘못해서는 접수조차 놓칠 수 있다.
그런데 아침부터 줌강의랑 글쓰기 프로젝트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정신이 팔려서 한식조리기능사 실기 시험을 접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언가를 동시에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과 좌절이 반복된다.
12시가 지나서 함께 요리를 배운 지인으로부터 조금 전에 끝난 한식 실기 시험에 대한 하소연을 전화를 받고 나서야 시험 접수를 하지 못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깊은 한숨과 함께 인근 지역이라도 마감이 안 된 곳이 있으면 가려고 일단 큐넷을 들어갔다.
시험결과 이력에 연달아 올라와 있는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을 피하기 위해 친다는 것이 결국 시험결과를 누르고 말았다. 아, 그런데 합격이 떠 있었다. '설마, 합격이라고'하는 마음에 눈을 다시 감았다 뜨면서 확인을 해 보니 한식조리기능사 실기 '합격'이었다.
어느 정도 기쁨이라고 해야 전달이 쉬울까? 실패를 예상한 도전이지만 나이들어서 무언가를 도전하는 일이 이처럼 어렵다는 확인만 번번이 한 탓에 한식, 일식, 양식 한 번씩 떨어진 것 뿐인데 3번이 떨어지는 경험을 한 탓에 이제부터는 주변에 조리기능사 실기 시험에 응시한 것도 결과가 나온 것도 말하지 말아야 겠다는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없었고 두려워서 그제 본 양식과 일식 실기 시험은 실기 시험에 대한 두려움과 시험준비로 이틀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합격 소식을 지인한테 자랑했더니 자격증 용도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실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무얼 하겠다는 의지는 없다. 다만, 자격도 없이 어른이 되었고, 부모가 되었기에 너무 서툴고 미숙했다는 아쉬움에 이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맛있는 음식을 해 주는 장모, 시어머니가 되고 싶었서 한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요리를 제대로 기본부터 배우고 싶어서 시작한 요리학원 등록이 일이 커져서 결국 조리기능사자격증 도전까지 온 것이다.
아, 그런데 이렇게 합격을 하고 보니 너무나 감격스럽고 자존감이 올라갔다.
지인들이 있는 단체카톡방에 여기저기 자랑을 하며 나의 봄소식을 알렸다. 이제 양식과 일식 결과를 기다리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고 있다. 어제는 합격한 사실을 너무도 기쁘고 감사해 하던 나를 만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