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난 사람
시골에 사시는 친정엄마가 오랜간만에 오셔서 동생네랑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동생이 한 번 가 보았다던 볼테기탕집에 가서 볼테기탕과 볼테기찜을 먹었다. 친정 엄마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으레 안부로 묻는 말이 누가 돌아가시지 않았나 하는 거였다.
가구 수가 많지 않은 시골 동네이면서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라 늘상 죽음이 문앞에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부에 그치지 않고 정말로 친정 동네에 어르신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엄마의 오래된 좋은 동무였고, 농사일을 거들어 주시던 동네 어르신이 경운기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였다. 평소 그 분의 인품을 아는 터라 안타까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자상하고 다정했던 분이 모든 사람들께 안타까움과 충격을 안겨주고 떠났다고 생각하니 슬픔이 더해졌다. 그러다 신은 참 불공평하다는 원망마저 들었다. 누구보다 삶을 열심히 살았고 모두에게 친절하고 다정했던 사람을 왜 그들 곁에 더 두지 않으셨는지 알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그리 착하게 살라고 당부하시던 엄마의 조언은 꼭 맞는 것은 아니라는 불신마저 생겼다. 고향집에 갈 때마다 매번 비난의 대상은 마을을 활보하며 반갑게 나를 향해 미소지을 때 그 난처함을 신을 한번도 해결해 주시지 않은 듯도 했다.
죽음에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골에 점점 혼자 사는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져서 그분들이 혹시나 혼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요즘들어 부쩍 든다.
특히나 집성촌 동네에 외딴 성씨로 친지도 없는 울엄마가 혹시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갑작스런 동네 어르신의 죽음이 더 깊은 슬픔과 눈물을 훔치게 한다.
언제 숙연하게 죽음을 이야기했나 싶을 정도로 맛있게 볼테기탕과 볼테기찜을 먹었다. 탕은 이야기가 길어진 탓인지 시원함이 부족하여 국물맛이 덜 개운하였다. 하지만 볼테기찜은 주인의 인심만큼이나 가득 담겨진 고깃살과 콩나물이 입에 감기듯 달짝지근하고 약간 매운맛이 감돌면서 아주 먹기에 좋았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식사와 같아서 함께 나누는 이야기가 어느 만큼은 맛 없는 반찬인데 분주하게 차려지고 본 메뉴를 먹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하고 어느 만큼은 단촐하지만 입안에 감기듯 식욕을 돋구어서 빠져들게 된다. 나는 어떤 주메뉴와 반찬들을 마련하여 이야기를 건네고 받아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혹시나, 입안에 맛난 반찬과 밥이 뒤엉켜서 볼테기에 가득 채워지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때는 날을 지새우며 말벗이 되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