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이던 귀걸이

어제 만난 사람

by 버드네

며칠 전에 조문을 가게 되었다.

늘상 죽음 앞에 약해지는 마음탓에

상주에게 무슨 위로를 해야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그냥 안타까운 눈길만 전할 뿐 아무런 위로의 말도 전하지 못했다.

장례식장에서 음식을 비위 좋게 먹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조문객을 맞이하는 상주의 마음을 덜어 주기 위해

언제부터인가 장례식장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는 것이 예의이고

상주나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는 나만의 조문방식이라 생각하였다.

마음 먹기에 달렸는지 이제는 익숙하게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홍어회며, 삶은 돼지고기에 배추김치를 곁들이면서

여유롭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때는 유난히 맛있었던 인절미 때문에

자리를 뜨기조차 아쉽기도 하였다.

기차를 1시간 30분을 넘게 타고 간 탓이었을까

이번 조문길에서 내오는 음식은

거리만큼이나 익숙하지 않아서 몇 번을 망설이게 하였다.

온통 붉게 물들여서 나오는 매운 음식 특히, 육계장 앞에서

감당키 어려운 쓰라림이 떠올라 수저질을 주저하게 하였다.

망설임을 무색하게 머문 시선 끝에는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고 분주히 음식을 날으며

소복에 너무 잘 어울리는 일렁이던 하얀 진주 귀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축제에 당장이라도 달려갈 것 같은 활달함으로

침울한 죽음과 대비를 이루었다.

검은 상복에 하얀 진주귀걸이가 달랑거리는 모습을 보며

음식 앞에서 고민하는 나의 소심함이 어이없었다.

그래, 사는 사람은 어떻게든 사는 궁리를 하는 것처럼

달랑이던 귀걸이를 보면서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하고 싶은 많은 말들을 가슴에 묻고 갔을 망자의 침묵이

그래도 매운 육계장을 나에게 들게 하였다.

인생은 쓰거나 달거나 그리고 제일 싫어하는 맵거나이다.

음식에 간을 맞추는 것만큼 사람의 간격도 위로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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