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아이

내 아이를 이해한다는 것

by 옥민혜

오늘은 어린이집 새로운 반에 처음으로 등원하는 날이다. 3월의 첫 날. 개학식과 입학식들로 분주함과 설렘이 가득한, 오늘은 그런 날이다.


오늘따라 늦잠을 자 버린 아이들 때문에 첫 날부터 지각을 하게 생겼다. 나는 아이들을 무리해서 깨우지는 않는다. 정해진 등원 시간이 있지만 유치원이나 학교처럼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되도록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해 주는 편이다. 9시 반이 다 되어서 큰 아이가 먼저 일어났다. 소파에 앉아 우유를 마시던 아이가 달력을 보고는 큰 소리로 묻는다.


"엄마, 오늘은 3월이예요?"

"응."

"우와, 엄마 그럼 오늘은 봄이예요?"


아이는 벌써 몇 달전부터 봄을 기다렸다. 실은 가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자기는 가을이 제일 좋다고, 낙엽 밟는 것이 좋다고 늘 그렇게 말했었다. 항상 하원 길에 낙엽을 주워 주머니에 가득 넣고 돌아와서는 다음 날 등원길에 바싹 마른 낙엽 부스러기를 길가에 뿌리면서 가는 것을 좋아했다. 겨울부터 가을을 기다렸던 아이. 가을이 되려면 봄도 지나고 여름도 지나야 한다고 알려주었더니 순서대로 먼저 봄을 손 꼽아 기다렸다. 그래야 가을도 찾아올 테니까.


"음... 봄이 오고 있어."

"아빠가 3월이 되면 봄이라고 했어요."

"응. 봄은 천천히 오고 있어."

"그럼 꽃도 폈어요?"

"아니, 꽃은 조금 더 있어야 펴."

"그럼 어린이집 갔다 오면 꽃이 펴 있을 거예요?"

"아니, 더 더 있어야 해. 열 밤 자면 필 거야."

"엄마, 이렇게요?" 하면서 손가락 열 개를 모두 펴서 보여준다.


거실에서 두런거리는 소리에 깼는지 작은 아이도 일어나는 기척이 들려왔다.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아따! 봄이 왔어!"(아따는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이름 대신 부르는 애칭이다.)


작은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언니에게 전해 들은 소식에 살짝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분명 어제까지 겨울이었는데, 갑자기 자고 일어났더니 봄이라니. 작은 아이는 겨울을 좋아한다고 했다. 자신이 '엘사'라고 믿고 있다.


"어떡해 아따. 아따가 좋아하는 겨울은 이제 끝났어." 라고 크 아이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할머니가 맨날 '봄이 왔네 봄이 와~ '하고 노래 불렀잖아. 그래서 봄이 온 거야."


아무런 반응이 없는 작은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맬로디도 음정도 정확하게 할머니가 흥얼거리던 봄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 너무 귀여워 나는 그만 웃어버렸다.




4계절이 있다는 것이 너희들에게는 이렇게 흥미로운 일이구나. 4계절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여겨졌다. 그래, 이제 곧 꽃도 피고 나비도 날고, 그런 날이 오겠지. 꽃이 피면 꽃 향기를 맡고, 나비가 보이면 나비를 쫓아 함께 춤을 추고, 여름이 오면 바다에 가자고 하겠지. 큰 아이가가 기다리는 가을이 오면 낙엽을 밟으며 뛰어 놀고, 그 중에 한 두개 쯤은 주워서 또 주머니에 넣고 다니겠지. 그리고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겨울이 오면 우리는 또 다시 '엘사'를 만날 수 있겠지.


2년 전 처음 어린이집을 보내던 날이 떠오르며, 그 사이에 너무나도 많이 자라버린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래, 봄이 오고 있다.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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