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평화 그 어디쯤

발리

by 옥민혜

발리에서 처음으로 짐을 푼 곳은 '우붓'이다.

복잡하고 정신없고, 담배연기와 매연, 불쑥불쑥 나타나는 오토바이 떼.

무엇보다 원숭이를 길고양이처럼 자주 만날 수 있다. 숙소가 '몽키 포레스트' 근처라서 더 자주 원숭이를 봤는지도 모르겠다.

동물이라면 질색을 하는 아이들 때문에 동물원 근처도 안 가는 우리는 우붓에 가면 필수 코스로 '몽키 포레스트'에 들러야한다는 얘기를 들었음에도 처음부터 배제를 해야했다. 그런데 전 날 수영장에서 물놀이 중에 불쑥 나타난 원숭이 떼를 보고 꽤나 귀여웠는지 아이들이 원숭이에 대한 마음이 우호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가 길에 퍼질러 앉아 코코넛을 까먹고 있는 원숭이 한 마리에 마음을 빼앗긴 작은 아이. 누군가 먹다 버린 빈 코코넛 껍데기를 들고 소중한 보물인냥 끌어안고서 이빨로 과육을 벗기기도하고, 바닥에 던지는 수법으로 껍데기를 깨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깔깔거리며 우리는 함께 웃었다.

큰 아이는 여전히 반신반의 했지만 다음 날 우리는 몽키 포레스트로 향했다.


원숭이 반, 사람 반. 울창한 산림.


아기 원숭이를 품에 안고 위협이 느껴질 때마다 아기부터 챙기는 모성애.


목이 마르면 수돗가에 입을 대고 물을 틀어 마시는 영특함에 놀라고, 바닥에 대고 돌을 가는 모습도 귀여워 한참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사진을 찍고 신기하게 바라보아도 익숙한듯 제 할 일을 하는 능청스러움과 무념무상 본능에 충실한 행동과 무표정이 특히 귀여웠다.


다소 번잡스럽고 복잡한 우붓이지만 그 곳만이 가진 매력과 아름다움을 다 느끼기에 며칠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매일 땡볕 아래서 평균 만 보 이상을 걷고 있다. 적도 부근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상 한 낮의 태양은 단 몇 분 만에도 썬번을 입힌다. 여행은 걸음의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다소 불편하고 힘듦에도 아이들과 함께 걷는 길이 불안하면서도 감사하다.

여행에는 늘 예기치 못 한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아직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이상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기에 불안감을 좀처럼 떨칠 수 없다.

여행 내내 내 마음은 불안과 행복 그 어디쯤에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훗 날 아이들에게 지금의 이 시간, 순간순간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작은 원동력이, 한 번씩 꺼내볼 보물상자 되어주길 기도한다. 내게 여행이 늘 그랬듯이.


우붓에서의 추억과 감동을 마음에 담고 다음 여행지인 '꾸따'로 이동한다.


굿바이, 우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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