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파도를 만나다

꾸따 in 발리

by 옥민혜

'꾸따(KUTA)'는 오로지 '워터봄'에 가기 위해 일정 중에 짧게 넣은 곳이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차원이 다른 실외 워터파크라는 얘기를 듣고 그곳에 잠시 머물기로 한 것이다.


원래 '꾸따'는 '서핑'으로 유명한 곳이다. 다시 말해, 해변가다. 울창한 산림과 사방에 푸른 논 뷰, 왕궁과 사원, 원숭이로 가득한 '우붓'에서 그랩을 잡아타고 두 시간가량 이동하면 바닷가 '꾸따'에 도착한다. 복잡한 도로,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뒤엉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길을 달리고 달렸다. 한낮에 발리의 태양은 아무리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도 차체와 아스팔트가 뜨겁게 달구어져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꾸따'로 들어서자 저만치서 바다가 보였다. 여전히 복작거리는 거리, 오토바이 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가득 차 정신없는 거리 너머에 넘실거리는 해안선이 보이고 있었다.


'와, 바다다!'

바다를 처음 본 것도 아닌데 마음속에 얕은 파도 같은 설렘이 전해졌다. 새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니 그 사이 해가 졌다. 숙소는 유명한 비치사이드 쇼핑몰과 연결되어 있어 구경하기 좋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선 길의 분위기는 '우붓'의 그것과 많이 달랐다. '우붓'이 과거의 발리라면 '꾸따'는 현재의 발리 같았다. 쇼핑몰 안은 수많은 명품샵이 즐비했고, 각종 시설도 세련되고 현대적이었다.


하루 종일 호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한 아이들은 실시간으로 새카맣게 타기 시작했다. 발리의 태양은 무서울 정도로 강렬하다.


서쪽에 위지한 꾸따 해변은 선셋이 아름답다기에 한낮의 물놀이 정리를 하고 비치로 나갔다.




그리고 '파도'를 보았다.


살면서 바다를 처음 보았겠는가. 파도를 처음 보았겠는가. 하지만 내 평생 이런 파도는 처음 이었다. 꾸따의 바다는 하와이와 보라카이의 것에 비할 수 없었다. 무엇이 더 아름답다기 보단 마치 다른 세계 같은 느낌이었다. 파도를 마주한 순간,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았고, 태어나서 바다라는 자연을 처음 본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멀리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서 길고 넓은 파도가 끝도 없이 밀려왔다. 마치 고운 비단을 잘 개어놓은 것 같은, 겹겹이 쌓인 비단 같은 파도가 몰려왔다. 숨 막힐 듯한 고요함과 집어삼킬 듯한 위압감이 동시에 엄습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거대한 파도는 바로 내 앞에서 하얗게 부서졌고 발아래 모래는 까맣고 고았다. 화산섬의 모래라서 그런 거라고 했다.


선셋 아래에서 서퍼들은 하나둘씩 한낮의 치열했던 서핑을 정리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파도에 발을 담근 채 하얀 파도 같은 웃음소리를 냈다.



꾸따에 오길 잘했다. 발리에 오길 잘했다. 이 파도를 본 것만으로도 나의 긴 여정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이 소중한 순간에 사랑하는 아이들과 남편, 우리가 함께 그곳에 있어서 감사했다.


여행 길에서,


나는 '파도'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