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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May 18. 2024

전시장

나의 애정이 나부끼고 있었다

볼품없이 힘없이 바람에 흐느적 거릴듯이

나의 집약체는 나의 기대는

어김없이 무너졌다

차디찬 흰 벽에 줄을 맞춰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을 원망할 힘조차 없는 모습이

체념인가 절망인가

한없이 나는 무너져 내렸다

나의 소원과도 같던 개막전은 이리 시작되는구나


무엇도 그 어떤것도 나는 꿈을 꿀 수 없는가

기대도 소원도 기도도 소용없는 것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빌었던 것인가

꿈은 사치요 기도는 설레발

모든 것이 왜 나를 벗어나는가

그토록 왜 비참하게 바라보는가

내겐 소중한 그 돈은 없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가난한 인생에서 피어난 실낱같은 탈출구였다

막막한 어둠이 아니다

사치스런 동굴의 암흑이 아니라 칠흙같은 검은 밤이다

눈뜨고도 감고도 볼 수도 느낄 수조차 없는

처절한 검은 흔적을 보았는가

나는 그속에서 살아남아 살아가고 있다


그런 나의 초라한 전시가 시작된다

기다리고 알리고 싶던 마음이 쭈그러든다

내 소중한 마음이 상처가 맞나보다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흰 종이하나 받치고 서 있다

언제나 위태로운 나처럼

보면 볼수록 슬프다

마주할 수록 눈물이 난다

여지없이 무너지는 지금

나는 이렇게 밖에는 안되는 것인가

얼마나 어떻게 포장을 해야 나를 보는가

지쳤다

밝게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 게

모든 게 힘이 든다

점점 무너지는 이 슬픔을 잠글 수가 없다

비집고 나오는 처절함

감추어 놓은 힘없는 분노

나는 열심히 무너지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어김없이 무너지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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