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조명속에 있었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일정한 반짝거림
초점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쳇바퀴 속 몸부림
무언가보이는데 왜 그토록 보이지않는지 알 수 있었다
다른색들이 모여 한바탕 폭발하는 것일수도
같은 색을 넣었다가 뺐다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우리의 초점을 뺏는 그 찰나에 빛으로 거듭난다
감히 다가갈 수 없는 눈부신 그 속에 갇히고 만다
결국.
처음 우리는 빛이 나는 서로에게 끌리었다
희미했지만 살아있는 나와는 다른 빛줄기였다
함께 빛날 수 있었다
너의 뒤와 나의 뒤에 있는 모든 형태의 빛을 보았다
우리는 눈부시게 빛날 수 있었다
그렇게 늘 조명속에 있기로 했다
시간은 찰나였다
어쩌면 순간의 단 꿈이었을지도.
서로가 원하는 색은 볼 수 없을 만큼 눈이 부셨다
내가 꿈꾸었던 아름다운 너의 차가운 시선
네가 바라던 자유로운 나의 굳어버린 입술
모든 것들이 날 선 조각들이 되어 버렸다
메마른 조각들을 보기위해
다시 하나둘 화려한 조명들을 사 모았다
밤이 되어야 빛을 발하는 이들을 위해
우린 살아있는 빛을 모두 껐다
겹겹의 장막을 세웠다
서로를 보지 않고 서로를 보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늘 조명과 함께였다
해가 진 밤시간에 서로를 본다
장막이 걷힌 밤의 창문너머 별이 빛난다
아름다운 너의 눈빛이 별이겠구나
바라보는 나의 눈빛도 별이겠구나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인연이 지금이요
되돌아가는 길조차 잊은 관계도 지금이다
한때는 서로의 밤이었던 우리는
이제 조명속에서 서로의 빛을 찾으려한다
살아남은 빛과 사라진 빛을 어찌 구분할까
모든 것에 눈이 부시다
우리는 더 이상 볼 수도 마주할 수도 없다
그저 충돌한 빛속에 놓여져 있을 뿐이다
여전히 우리는 조명속에 있다
꺼지지않는 조명은 희망일까
스스로 빛나는 우리는 꿈인걸까
허상과 허구 오만과 교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미세한 경계
모든 조명 속의 우리에게 참회란 없다
이미 가진 것에 대한 무료함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무모함
원하면 가질 수 있다는 무례함
신이 내린 결론은 없을 거란 무지함
이 모든 발버둥의 끝에 새겨질 주홍글씨
눈부신 조명 속 우리는
꺼지지않는 그 속에서 서서히 침몰할 것이다
가장 비싼 턱시도를 입고 한 손엔 최고급 와인잔을 들었던
타이타닉호의 어느 영국 신사처럼
우리는 눈부시게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