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평범하지 않은 병을 가지고 있다. 정신질환이다. 불치병이 될 수도 있다. 달마다 병원에 가야 하고 가끔 증상에 시달린다. 아쉽게도 여전히 투병 중이다.
이 병 덕분에 남들과 다른 세상을 보았다. 머릿속 장난질이라 하더라도 나에게는 엄청난 소요였고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다.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고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장애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래서 완전히 하나하나 토막을 내고 뼈까지 발라내듯이 후회 없이 적어 보았다. 글을 통해 이 병을 완전히 내 안으로 끌어안아 터뜨리고 싶었다. 최대한 정직하게 쓰려고 했고 최소한 과장을 했다. 쓰면서 느꼈던 건 꽤나 재밌는 인생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내 인생이 희화화되는 게 나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잖은 위로가 필요 없어진 나이가 되었다. 잔소리는 이제 잘 새겨듣지도 않는다. 어차피 이 모든 게 내가 자처한 일임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어 진다. 이제야 조금씩 병을 인정하고 같이 살아간다고 받아들이는 게 다행인지 모르겠다. 앞으로의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알 수 없지만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는 하다.
이 험난한 세상이 여전히 힘겹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것 만으로 다행인 것 같다. 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