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나라는 아이

유년시절의 나

by 오광락

나는 유독 소심한 아이였다. 잘 웃어넘기고 잘 상처받았다. 어머니는 나와 동생이 아주 어렸을 때 언제까지 우는지 보려고 방안에 둬봤다고 한다. 나는 어느정도 울고나서 쓱 웃으며 방을 나왔고 동생은 계속 울기만 했다고 한다. 이처럼 나는 좀 눈치를 많이봤다. 뭐 하나 마음에 안들면 욱하기보다는 잘 삐지곤 했다. 유년시절의 기억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그러면서 좋았던 기억보다는 안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다. 친구의 동생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날, 엄마에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고 들켜 무지하게 혼난 날, 대회 날 아침 글라이더를 날리다 망가져 펑펑 울던 날, 레고를 밟아 무지하게 아팠고 발바닥에 깊은 상처가 난 날, 그리고 어느 날 어머니가 집을 떠났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어느 날 사라졌다. 그렇게 남은 아버지와 동생 그리고 나는 며칠은 무엇에 홀린 듯 지낸 것 같다.


사람은 원래 안좋은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좋은 추억이 거의 안남았다는 게 아쉽기도 하다. 행복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남다른 추억이 딱히 없다. 그래도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내 인생의 시작치고는 평이한 편이기는 했다.


아버지는 나와 동생을 혼자 키웠다. 이혼 가정이라는 눈초리를 피해 우리는 그렇게 멀지 않은 구리로 이사를 갔다. 집을 구할 시간이 필요했고 잠시 고모네서 살게 됐다. 고모는 우리를 사촌형과 누나와같이 편견없이 대해주었다. 겉으로 보면 고모는 까칠해보였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하신 분이었다. 나는 고모네서 지내는 동안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런 사이가 가족이라는 걸 알았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집에서 우리는 평온을 유지하며 지냈다.


고모는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고모에게 많이 고맙다는 말을 못 한 게 못내 아쉽다. 그리고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애잔해 진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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