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나 저러나 아이는 커간다

유년 시절을 지나 초등학생이라는 길목에서

by 오광락

이모의 보증을 서주는 바람에 빚이 많았지만 아버지는 군인이라 월급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부족하게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사를 하면서 아버지는 우리를 어떻게 키울지를 설계하고 그에 맞게 지원하려고 했다. 나는 계속하던 피아노를 동생은 하고 싶다는 무용으로 밀어붙였다. 사실 나는 피아노에 전혀 흥미가 없었다. 연습도 수업도 대충 했다. 단지 오래 치고 있었다는 것 말고는 특출 나지도 않았다. 새로 다니게 된 피아노 학원 원장은 솔직하게 내가 재능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연습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뿐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젓가락 행진곡도 치지 못한다.


나는 어느 날부터 안경을 쓰고 싶었다. 만화에서 보면 주인공의 조력자들은 항상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나는 그 역할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으며 그렇게 되고 싶었다. 일단 주인공보다 조력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 보였다. 큰 업적에는 안중에도 없이 단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모습 때문인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더욱 끌렸다. 1등보다는 2등이 반장보다는 부반장이 좋았다. 결국 눈이 나빠지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썼다. 눈 비비기, 물속에서 눈 뜨기, 어두운 곳에서 책 읽기 등 여러 방식을 동원했다. 그렇게 안경을 쓸 수 있었다. 만족스럽게 안경을 쓰고 안경점을 나서며 신나 있었다. 당장 곤란에 빠진 주인공을 구해 주러 가야 할 것 같았다.


아버지는 우리를 키우면서 때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으로 내가 맞은 날이 있다. 나는 용돈 때문에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 몇 대 맞을 거냐는 말에 주눅이 들어 아무 말도 못 했다. 군말 없이 아버지는 회초리질을 시작했다. 많이 아팠다. 그렇지만 내가 잘 못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묵묵히 맞았다. 아버지는 나를 때리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나도 함께 울었다.


그리고 나는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댔다. 아파서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너무 미안했다. 아버지의 회초리질은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작이었다. 나는 진짜 아버지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을 다해 훈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회초리질이 끝나고 아버지와 나와 동생은 서로 끌어안았다. 앞으로 우리 운명은 더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 마음을 다 잡았던 것 같다. 엄마가 없어도 괜찮다고 우리는 마음을 다해 외치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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