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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라 Apr 21. 2021

웰컴 투 육아 월드

엄마 90일 차

엄빠 딸 30년 차, 직장인 5년 차, 결혼 3년 차.

딸, 직장인, 아내의 롤에 익숙해질 때쯤 엄마가 되었다. 엄마 90일 차, 아직 미숙하기 짝이 없는 비다. 당장 내일 변할지도 모르는 오늘의 사념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써보고자 한다.


아기가 너무 예뻐


나는 임신 전만 해도 내가 내 애를 예뻐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던 사람이었다. 슈돌 같은 프로그램도 무슨 재미로 보는지 모르고, 지나가며 보는 아기들을 귀여워해 본 적도 없다. 내 남편도 퍽이나 무심한 성격이어서, 너무 덤덤한 부모가 되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낳고 나니, 참 그런 걱정을 왜 했나 싶을 정도로 아기가 너무 예쁘다. 오늘이 가장 귀엽겠지, 생각하고 잠들면, 다음날은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럽다. 원래 낯간지러운 말도 잘 못하는 성격인데 자기 전 애를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태어나줘서, 나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준다. 아직 아기가 무슨 말인지 이해는 못할지라도 사랑하는 마음만은 전달되길 바라면서.

 

애가 웃으면 녹는 건 당연하고, 심지어는 울며 보채는 모습도 귀엽다. (물론 달래느라 진땀을 빼긴 한다) 말도 못 하니 얼마나 답답하겠나 싶어 짜증도 나지 않는다. 하루에도 열 번씩 아기가 너무 예쁘다고 놀라는 내가, 나도 참 낯설다. 아, 참고로 남편은 나보다도 더한 딸바보다.


5초 대기조와 핫딜 마스터의 상관관계


아이를 낳고 나니 육아 외의 다른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신생아를 키운다는 건 누군가의 5초 대기조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 무엇을 하고 있던 애가 으앙하면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밥도 느긋하게 먹을 수가 없고, 심지어는 화장실도 한 번 편히 가기 어렵다. 친정에서 지내고 있어 여차하면 엄마에게 애를 맡길 수 있지만, 여가를 즐기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문제는  아기에게 붙어있는  생각보다 심심한 일이라는 것이다. 젖 먹이기, 기저귀 갈기, 낮잠 재우기... 하나하나 쉽지 않지만 고차원적인 사유가 필요 없는 단순 노동이라 곧잘 지루해진다.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니, 나의 관심사를 공유할만한 맘카페만 하루 종일 들여다보게 된다. 이곳은 특히 육아용품의 각종 핫딜들이 전시되는 곳이라, 견물생심이 생겨 쇼핑이 곧 취미생활이 되기 십상이다. 보다 보면 아기를 키우는 데 필요한 건 왜 이렇게 많고, 정가는 왜 이렇게 비싼 거며, 왜 이 핫딜은 하필 오늘 마감인 건지. 한참을 고민하다가도 결국 마감되기 직전 홈쇼핑처럼 홀린 듯 결제버튼을 누르게 된다. 덕분에 이번 달도 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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