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끊임없이 흔들린다

무기력감이라는 통돌이에서 벗어나는 법

by 올라스


반복되는 일이 주는 무기력감


최근 다이빙 샵 겸 게스트하우스에 취직을 하면서 무기력함을 느꼈다. 아마도 반복되고 의미 없는 일에서 오는 거라 생각했다. 왜 나는 무기력감을 느낄까? 내가 예민해서 그러는 걸까? 원인이 뭘까? 내 개인의 문제일까? 사회가 문제인 걸까?


이 나이가 되도록 나는 나를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나를 찾아야 해'를 마치 주문처럼 되뇌며 반복적으로 나한테만 집중해왔다. 같은 맥락으로 대학생 때 처음 했고, 회사에서도 한 적이 있는 MBTI 성격유형검사를 다시 했다. 나의 MBTI 검사 결과는 이전과 같은 ENFP다. 그러나, E와 N은 54%, 56%로 I와 S랑 크게 구분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나는 ENFP인가? INFP인가? ESFP인가? INFP인가? 너무 애매했다. 어떻게 이런 짧은 설문지로 내 성격을 정의한다는 건 참 웃기는 일이라 생각했고 직업 구인구직사이트에서 직업적성검사를 했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즐겨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틀에 박힌 일이나 같은 패턴의 일, 변화가 없이 틀에 맞추어야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고 능력을 발휘하며 즐기는 반면, 명확하고 규칙적인 활동이나 객관적 사실을 추구하는 활동에는 약하다. 타인의 문제를 듣고 공감하고 도와주고, 치료해주는 것을 선호하며 사람을 상대하는 활동에 능숙하다. 이타적이며 자애롭고 배려심이 깊다. 사물을 지향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사실을 가르쳐주고 도와주거나 지원해주는 활동을 좋아한다.
KakaoTalk_20200616_173234864_02.png MBTI 검사 결과



검사 결과를 찬찬히 읽으며 '맞아, 이게 나지'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끄덕거렸다. 역시나 그게 다였다. 사실 나는 사주나 타로를 믿지 않는다. '운명이 어떻게 정해져 있어 운명은 개척해나가는 거지'라며... 하지만 나는 설문 결과지를 굉장히 의식해가며 그렇게 한두 시간을 연관 직업 탐색에 나섰다. 디자이너, 사회복지사, 상담가, 미술심리상담가 등... 검색을 하며 어느새 그 직업의 진입장벽이 높지는 않은가, 자격증을 금방 딸 수 있는가를 알아봤다. 이내 머리가 아파 노트북을 덮고 집으로 들어왔다.







사실 고백이란 걸 하자면



집으로 돌아와 일부러 약간의 압박감을 조성하고, 그러나 찬찬히 생각을 해봤다.


생각해보니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을 동경했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수학 문제풀이를 정말 잘했는데, 친구들에게 어려운 수학 문제 풀이를 해주면서 뿌듯함을 느꼈고 남몰래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꿈꿨어. 나는 주입식 세뇌식 교육의 대표적인 산물이야. 나는 직업이라는 걸 꼭 가지지 못하면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

그때는 또 교육자의 형태가 선생님, 교수로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어. 전혀 정보가 없었거든. 어른이 되면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그냥 고3, 수능을 볼 시기에는 수시로 대학에 붙은 친구들이 부러웠고 나도 당연히 직업을 가져야 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대학에 입학할 때 너는 수학, 과학을 좋아하니까 공대로 가라는 선생님에 말에 공과대학에 진학했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보니 내가 모르던 세상이 있던 거야. 눈을 반짝이며 대학생활을 즐겼어. 락밴드 활동도 하고 보드게임 카페, 식당, 패스트푸드점 알바뿐 아니라 공부방 봉사활동, 방과 후 학교 교사, 교육캠프, 해외봉사활동, 수학학원 보조교사, 초등학교 수학 문제집 초고 및 검수 알바, 수학학원 강사 등...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꾸준히 했더라고 신기하게도.

그러다가 졸업할 때가 왔고, 나는 이상하게도 다시 리셋돼버렸어. 다시 내 본분으로 돌아가서 돈을 벌어야 할 나이라며 취업스터디에 참여하고 일 년 동안 준비를 해서 사람들이 인정하는 최고 공기업에 입사했어. 또 난 동기 중 최초로 차장 진급을 목표로 정말 열심히 일했지. 근데 상상하던 곳이 아니더라고. 곧 지쳤지. 다시 내 의지라고는 없는 마음속의 감옥에 갇혀서 나라는 사람을 버리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에 괴로워했어. 2년 8개월의 회사생활을 마무리하고 해외로 나가 살 계획을 했지. 근데 또 웃긴 거는 퇴사하기 직전에 사내강사 활동을 했다는 거야. 생각해보니 나는 계속 누군가를 가르치고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해왔더라고 자연스럽게. 그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까 앞서 했던 MBTI 검사나 직업적성검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져버렸다. 나를 쫓는 거에서 벗어나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날, 내 고민의 과정을 이해해주고 내 생각을 지지해주는 든든한 짝꿍과 전화통화를 했다.


짝꿍이 내게 준 뼈 때리는 말

1. 왜 기존에 있는 거에 집착을 해? 너만의 길을 갔으면 좋겠어.

2. 인풋은 엄청 많은데 아웃풋이 안 나오고 있다. 그 정도 자극은 충분하니 이제 배출할 때가 됐다. 혼자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를 해.





통돌이를 벗어나는 법



나만의 길을 간다는 거,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사실 정말 무섭다. 내가 하고 싶어 하고 가야 할 길을 잘 알고 있지만 두렵다. 여전히 사람들의 평가가 두렵고 여전히 내 능력을 의심한다. 그 두려움을 뚫고 이제는 나가야 한다. 두려움을 극복해야 평생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통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


KakaoTalk_20200616_173234864_01.jpg 뻥 뚫린 하늘이 보고 싶을 때



그래서, 스스로 의심이 들더라도 겁이 나더라도 이 무기력감이라는 통돌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고 발목에 묶여있는 리쉬를 붙잡고 천천히 수면 밖으로 나갈 것이다.



차근차근.

우선 이 평화롭고도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만나러 가자. 그리고 나와 관심사를 나눌 사람들을 찾아보자. 서로 용기를 주고 자극을 줄 환경을 만들자. 그리고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해 보려고 한다. 바로 내가 있는 여기, 제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