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파도를 타보기로 한다.

서핑의 매력

by 올라스





서핑을 시작하게 된 계기


나는 서핑을 좋아한다.

인터넷 서핑 말고, 바다에서 파도를 탄다. 사실 잘 타지는 못한다. 물 위에서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정수리부터 발가락까지 짜릿함이 느껴지는, 말 그대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서핑의 매력 때문에 바다로 나간다.



서핑을 하기 시작하면서 마음가짐은 그냥 이랬다. 집이며 쓰레기며 무자비하게 온갖 걸 다 쓸어 담는 물이 너무 무서웠다. 근데 그 파도를 타는 거야. 신나지 않아? 호기심에 시작한 서핑이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기와 승부욕이 나를 매번 바다로 이끌었다. 라인업에 나가기까지 한세월이 걸려도 파도에 내쳐지고 통돌이 당해도 마냥 좋았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잔인하게 내쳐지는 걸 바라던 시기였다. 그 시기 나는 안정적인 직장과 내가 선택하는 삶 사이에서 치열하게 갈등했다. 퇴사를 결심하고 나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회사 내에서의 문제, 경제적인 문제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낯선 곳에 대한 기대감


파도를 타는 것 말고도 물 위에 두둥실 떠서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누워있는 시간은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행복하다. 파도 위에 누워서 파도가 치는 대로 휩쓸리다 보면 생각지 못한 곳으로 두둥실 흘러가기도 한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그 낯섦과 미지의 것에 대한 환상이 만들어내는 설렘이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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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결심과 동시에 스페인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했다.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비자를 발급받고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길고 길었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며 퇴사를 했고, 하나 둘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했다.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두근거리는 맘을 붙잡고 매일 밤 꿈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고, 다시 한번 절망했다.





내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서핑해보자


국가 재난 사태라는 걸 인정하는 데 오래 걸렸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방황도 했다. 그리고는 파도 위에서의 나처럼 내 인생의 파도도 그렇게 즐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느 시간대에 어느 파도를 타느냐에 따라 내가 어디로 흘러갈지 결정될 것이다. 그 파도는 나를 좋은 곳으로만 데려가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중요한 건 아주 나쁜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해도 나는 바로 서있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가야 할 곳, 가고자 하는 방향만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된다. '나'라는 사람만 잃지 않는다면 그곳이 어디든 '나'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파도는 나를 스페인이 아닌 제주로 데려왔다. 이제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내 마음이 하는 소리가 중요한 거다. 예상치 못했던 이 낯설고 설렘 가득한 가능성의 땅에서 또 열심히 서핑을 해보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