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초보가 놀아야 할 곳, 누가 정해?

좋은 파도를 놓치는 법, 인생의 기회를 놓치는 법

by 올라스



작년 여름, 서핑을 시작했다.



파도를 타는 사람,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누워 있는 사람, 모래성을 만들며 노는 사람 다 여유롭고 멋진 삶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어떻게든 해야겠다 싶었다 서핑을. 현실이 막막하고 숨 쉴 수 없었기에. 그렇게 적어도 이주에 한 번씩은 서울에서 양양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바다로 달려갔다. 강습을 받아본 건 체험 서핑했을 때뿐, 부딪혀가며 익히면 되지! 하고 보드만 빌려 바다로 뛰어들었다.


"여기 있음 위험해요. 방해되니 돌아가세요."

"여기 잘 타는 사람들이 타는 곳이니까 한 번 밀어줄 테니 나가서 저쪽 가서 타세요."

그럴 때마다 주눅 들어서 파도가 깨지는 화이트워시 부근에서 놀다가 사람이 없는 곳, 그러니까 좋은 파도가 올 리 없는 피크가 아닌 곳으로 나가 힘겹게 파도를 잡아타며 놀았다. 무서웠다. 내가 보드 컨트롤을 못해 사람을 다치게 하면 어떡하나, 내가 다치면 어떡하나, 나는 역시 초보니까 이런 곳에서 놀아야겠지, 하고 생각했다.


나는 꽤 오랫동안 그랬다.





IMG_0452.JPEG 발리, 빠당빠당 비치. 영화'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나온 아름다운 해변.('19)





가끔은 눈치 없는 척, 실수인 척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는 거



"왜 거기 있어. 더 나와! 나가야지 파도 잡을 수 있어!"

"너 그렇게 눈치 보다간 평생 파도 못 잡아 바보야!"

나를 답답해하던 내 서핑 메이트의 꾸준한 잔소리 덕분에 내가 만든 그 틀을 깰 수 있었다. 더 멀리 나가보지 않으면, 시도도 해보지 않으면 절대 좋은 파도를 잡을 수 없다.


가끔은 눈치 없는 척, 실수하면 미소와 함께 "죄송합니다!"하고 눈치 있게 더 멀리멀리 나아갔어야 했다.

그걸 참 일찍도 깨달았다 나는.


대부분의 날들은 행복하다. 가끔은 무기력감이 찾아오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하고 싶은 걸 찾으러 바다 건너 이 먼 곳에 내려와 놓고 '나는 비전공자니까...', '난 경험이 없잖아...'라는 핑계로 더 깊이, 더 멀리 나갈 욕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닐까. 내가 만든 그 틀을 깨야한다. 그래야 기회가 생기고 경험이 생긴다. 나는 그동안 좋은 파도가 들어올 리 없는 엉뚱한 곳에서 오지 않을 파도를 기다리며 멍청하게 혼자 서있었던 게 아닐까.




IMG_0441.JPEG 발리, 매일 양질의 파도가 들어오는 서핑 포인트 꾸따비치('19)




움직여야 한다.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 겁내지 말고 부딪쳐야 한다. 그래야 그게 맞는지 아닌지 그제야 알 수 있는 거다. 서핑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