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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춘 Nov 02. 2024

첫 흡연

  태어나서 산골에만 살았다.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을 했다. 전국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이 모였으니 모두 천재였다. 작은 시골 학교에서는 내가 우등생이었는데 기가 죽었다. 희한한 건 시골에서는 노는 아들이 담배를 피웠는데 여기는 우등생들이 담배를 피웠다. 어른들은 담배 피우지 말고, 술 먹지 말고, 데모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고민이 되었다.


  당시에는 고고장에서 미팅을 했다. 고팅이라고 했다. 현란한 사이키 조명 아래에서 여대생을 만났다. 억센 경상도 말투만 듣다가 나긋나긋한 서울말을 들으니 딴 나라 온 것 같았다. 맥주를 들이켜던 그녀가 담배를 꺼내서 내게 권했다. 담배를 안 피운다고 하니 실망하는 눈치였다. 


  나는 우등생이라 담배를 안 피웠는데 서울에 오니 담배도 못 피우는 한심한 청년이 되어 버렸다. 자존심이 상했다. 학교에서 만난 과 친구에게 담배와 불을 달라고 했다. 예전 법대 건물 앞 잔디밭에서 내 인생 첫 흡연이 이루어졌다. 콜록거리는 내게 친구는 연기를 들이켜고 내뱉는 법을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화창한 봄날 나는 열심히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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