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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춘 Oct 29. 2024

휴양림 인터넷이 안 터지는 사유

  우리나라 통신사는 집토끼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남의 집토끼를 데려오는데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어느 날 아파트 부녀회와 KT가 행사를 했다. 인터넷, IPTV, 휴대폰을 모두 KT로 바꿨다. 아주 큰돈의 현금이 생겼다. 퇴직하고 가장 큰돈을 벌었다.
  장모님은 시골 밤나무 농장에 계신다. 농장이 산자락에 있어 당연히 통신사의 공용 중계기가 없다. 처가에서는 모두 U+ 를 사용한다. 막대한 현금을 받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처갓집 가면 KT인 우리 가족들 폰이 잘 터지지 않아 큰길까지 내려가야 하는 불편이 있다.

  비슬산자연휴양림에 하루 묵었다. TV를 켜니 U+ IPTV였다. 아마 단체로 일괄 가입하였나 보다. 그럼 인터넷도 U+ 일 텐데...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연결하니 안 된다. 아내와 나는 처갓집에서 단련이 되어 있어서 인터넷 서핑 욕망을 바로 포기했다. 오지 체험을 한다고 생각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숙소를 나섰다 떨어진 낙엽들을 밞으며 가을이 물드는 숲을 거닐었다. 신선한 산속의 공기를 맘껏 마셨다. 숲을 지나치는 바람소리가 고향 강물소리를 닮았다. 인적도 드물었다. 온 숲이 우리 것인 양 마음이 넉넉해졌다. 아내와 저녁으로 미리 사 온 햄버거를 먹고 커피도 마셨다.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받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숲 속을 지나는 바람 소리 산새소리에 눈을 떴다. 습관적으로 인터넷을 여니 불통이다. 그런데 구석 콘센트에 SK와 KT 플러그가 꽂혀 있었다. 선은 천장 모서리에 SK와 KT의 소형 중계기로 연결되어 있었다. TV 앞 리모컨 함에는 작은 글씨로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처갓집처럼 한 통신사만 개통되어 있는 줄 알고 미리 포기하고 더 이상 확인을 해보지 않아서 다른 통신사의 중계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 보다. 그래도 오랜만에 둘만의 밀어를 나눈 게 나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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