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사에 감사하기
행복은 누가 택배로 선물해 주지 않는다.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한 여러 실천론이 있지만, 범사에 '감사하기'도 그중 하나이다. 감사일기를 쓰고 행복감을 매일 느낀다는 글을 자주 봤다. 감사하기가 그렇게 좋은 행복 지름길인데도 우리는 쉽게 따라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일상생활을 하며 의도적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려고 한다. 식당에서 주문한 메뉴를 갖다 줄 때, 계산을 마치며 식당을 떠날 때, 집에서도 밥을 먹기 전에, 다 먹고 나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반대로 나의 친절에 무반응이거나 오해를 하게 되면 짜증이 나게 된다. 대가나 보상을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닌지만 왜 친절을 베풀었을까 후회를 한다. 오래전의 일이 생각난다.
신입사원 시절, 부서 회식이 있었다. 높은 분에게 하는 보고가 잘 끝나서 부서장도, 보고서 만드느라 고생한 부서원들도 기분이 좋았다. 서로 술잔을 연신 주고받았다. 그때는 1차로 회식이 끝나지 않았다. 2차로 호프집에 갔다가 3차로 가라오케에 갔다. 모두 거나하게 술에 취했다. 남자 직원 중 막내인 나는 부서장과 선배들의 눈치가 보여 술을 아껴 먹었다. 술자리에서 술에 안 취하니 기분이 별로였다. 그런데 부서장이 돈 한 푼 내게 주지 않으면서 술 취한 경리를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가라며 먼저 떠났다. 기분이 더 별로였다.
정신이 없거나 술에 취하면 체감 몸무게는 실제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느껴진다. 술에 취해서 축 늘어진 경리를 택시 뒷자리에 태웠다. 혹시나 무슨 말이 나올까 봐 나는 조수석에 탔다. 술 취한 그녀는 우리끼리 한 잔 더하자고 코 맹맹한 소리로 말을 했다. 술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달랬다. 비상 연락망에 있는 그녀의 주소를 보고서 집을 찾아갔다. 술에 취한 그녀는 택시비도 안 내고 내렸다. 기분이 아주 별로였다. 택시비를 내고 돌아서니 그녀가 술김에도 자기 집을 알아봤는지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잠시 후에 산적처럼 생긴 경리의 남동생이 나타났다. 대문에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누나를 보더니 나를 이상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마치 내가 밤늦게까지 강제로 술을 먹인 치한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세상에 택시비 내면서까지 여자 집까지 데려다주는 치한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러면서 산적은 어디서 술을 먹었냐고 따지듯 물었다. 그제야 경리가 산적 큰소리에 정신을 깬 듯했다. 산적을 집 안으로 밀어 넣고는 자신도 집으로 들어갔다. 쾅 닫히는 철제 대문 소리를 들으며 택시 타러 큰길로 나갔다. 기분이 완전 별로였다.
진심을 담은 감사하다는 한마디 말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든다.